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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194조 더 걷었는데 나랏빚은 106조 늘었다

류근웅류근웅 기자· 2026/9/11 19:07:22· Updated 2026/9/11 19:07:32

820조9000억원. 이재명 정부가 편성 전 과정을 주관한 첫 본예산은 두 개의 얼굴을 하고 있다. 한쪽 얼굴은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GDP 대비 0.1%까지 줄인 모범생이고, 다른 얼굴은 국가채무를 사상 처음 1500조원 위로 밀어올린 채무인이다. 어느 쪽이 진짜 얼굴인지는 숫자가 말해준다.

세금 194조 더 걷었는데, 빚은 106조 더 늘었다

정부는 9월 1일 국무회의에서 2027년 예산안을 의결했다. 총지출 820조9000억원, 증가율 12.8%.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10.6%)을 제치고 역대 최대다. 문제는 방향이다. 국세수입이 390조2000억원에서 584조4000억원으로 194조2000억원이나 늘어나는데, 국가채무는 오히려 1413조8000억원에서 1519조8000억원으로 106조원 불어난다. 세금을 더 걷고도 빚이 커지는 구조다. 국민의힘 유상범 예결위 야당 간사가 "도대체 언제 빚을 갚겠냐"고 물은 건 정치 공방이 아니라 산수의 질문이다.

항목2026년2027년변동
총지출727조9000억원820조9000억원+93조원(12.8%)
국세수입390조2000억원584조4000억원+194조2000억원
관리재정수지 적자GDP 대비 3.9%GDP 대비 0.1%적자액 107조8000억 → 3조1000억원
국가채무1413조8000억원1519조8000억원+106조원

적자 0.1%, 조건이 붙은 성적표

적자 축소는 정부가 내세우는 최대 성과다. 그러나 이 성적표의 전제는 내년 총수입이 올해보다 30.4%(205조6000억원) 늘어난다는 전망이고, 증가분의 상당 부분은 반도체 호황 탓의 법인세·소득세다. 피치는 예산안에 긍정 평가를 내리면서도 반도체 사이클이 끝나면 재정적자가 다시 확대될 수 있다고 짚었다. 국가재정운용계획은 총지출이 연평균 8.4% 늘어 2030년 1005조2000억원에 이른다고 본다. 세수는 사이클을 타지만 늘어난 지출의 관성은 멈추지 않는다.

104조원 여유자금, 국회 밖에 쌓인다

재정의 민낯은 미래대응기금에 있다. 규모 162조3000억원 중 45조4000억원은 청년·성장동력 등 사업에 쓰이지만 104조4000억원은 세수 변동 대비 '여유자금'으로 별도 운용된다. 예결위 심의를 거치지 않는 돈이 연간 예산의 절반가량 쌓이는 셈이다. 유상범 의원은 이를 반영하면 실질 예산은 925조3000억원, 증가율은 사상 처음 20%를 넘는다고 계산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820조를 쓰고도 빚은 1500조, 이자만 연 35조원"이라고 했다. 쓰는 것보다 누가 통제하느냐가 재정의 채점 기준이다.

미래대응기금 162조3000억원용도
45조4000억원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사업
104조4000억원세수 변동 대비 여유자금
12조5000억원국채 신규 발행 축소

반론: 신용등급 회사들이 본 다른 면

정부 입장에 실낱도 있다. 무디스와 피치는 국고채 발행 축소와 재정수지 개선을 국가 신용에 우호적이라고 평가했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1.6%에서 48.3%로 3.3%포인트 낮아지고 2030년까지 49.0% 수준을 유지한다는 게 정부 전망이다. 재량지출 38조6000억원 감축, 재정사업 2100여개 폐지, 의무지출 69조원 절감 같은 구조조정도 지출 확대와 병행됐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말한 '적극재정-성장 선순환'이 근거 없는 주장은 아니다. 다만 같은 기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0%로 올리며 긴축으로 선회했다는 점까지는 두 회사의 계산에 들어 있지 않다.

이자 35조원, 숫자가 먼저 묻는다

장동혁 대표가 인용한 연 이자 35조원은 반도체 투자 예산(3조4000억원)의 열 배에 가깝다. 적자 0.1%는 세수 전망이 그대로 실현될 때의 숫자일 뿐이다. 사이클이 꺾이면 첫 방어선은 여유자금 104조4000억원인데, 이 돈이 어떤 기준으로 어느 절차를 거쳐 움직이는지는 아직 예산안 어디에도 분명하지 않다. 820조의 화려함보다 그 한 줄이 이 예산안을 심사하는 국회가 먼저 밝혀야 할 자리다.


분석 근거: 머니투데이, 아주경제, 뉴시스, 더팩트, 뉴스핌, 한국경제 보도 및 기획예산처 자료(2026년 9월 1일 2027년도 예산안 의결 관련).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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