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의 1만7000건, 원안 가결 730건…국회는 표결 기계가 됐다
22대 국회는 지금 두 장의 성적표를 들고 있다. 한 장에는 '역대 최다 발의', 다른 한 장에는 '역대 최다 일방 표결'이 적혀 있다. 하나는 양을 자랑하고 하나는 질을 고발한다. 예산 심사 시즌을 맞은 국회의 민낯을 숫자로 확인하면, 쟁점은 얼마나 많이 만드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통과시키느냐 쪽으로 기울어 있다.
발의 1만7000건의 허상
국회 의안정보시스템과 입법 분석 플랫폼 '잠자는 국회' 집계로, 22대 국회 개원 후 2026년 3월까지 발의된 법안은 1만7485건이고 처리는 4427건(25.3%)이다. 처리 건수의 67.2%인 2975건은 대안반영폐기였고, 내용 그대로 통과한 원안가결은 730건이 전부다. 법률소비자연맹은 의정활동 평가가 발의 건수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이해관계자 요청 발의가 쌓인다고 짚었다. 숫자를 채우는 입법이다.
표가 아니라 힘으로 통과된 전반기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회사무처로부터 제출받은 통계에서 22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소위 단계 일방 표결은 320건으로 역대 최다다. 21대 국회 전체(61건)의 5배를 넘겼고 20대(7건)와는 자릿수가 다르다. 민주당 위원장이 운영한 법사위가 192건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20대 법사위의 일방 표결은 0건, 21대는 9건이었다.
| 국회 | 일방 표결 |
|---|---|
| 18대 | 44건 |
| 19대 | 10건 |
| 20대 | 7건 |
| 21대 | 61건 |
| 22대 전반기 | 320건 |
합의하면 85%는 통과한다
발의 주체별 처리율을 나눠 보면 답이 보인다. 여야가 협의해 상임위원장 명의로 낸 법안은 680건 중 577건, 84.9%가 통과했다. 정부 법안은 38.1%, 의원 법안은 22.5%다. 미처리 법안 1만3058건이 잠든 원인은 의원들이 게으르기 때문이 아니라, 심사할 시간을 주지 않는 표결 문화 쪽이다.
| 발의 주체 | 발의 | 처리율 |
|---|---|---|
| 상임위원장(여야 합의) | 680건 | 84.9% |
| 정부 | 469건 | 38.1% |
| 의원 | 1만6336건 | 22.5% |
반론: 표결 외에 답이 없었다
법사위 여당 관계자는 한국경제에 "지지층의 관심 법안이 대부분 법사위에 몰려 있고 야당과의 합의 처리가 어려운 내용들이라 표결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18대 한나라당 과반기에도 44건의 강행이 있었듯 다수당의 입법 독주는 이 국회만의 발명이 아니다. 그러나 61건을 320건으로 끌어올린 것은 '불가피'로 설명되는 폭을 넘어선다.
임기만료 폐기, 또 반복하나
22대 국회 첫해 국회발 발의 6679건은 역대 최다였지만 법률로 반영된 것은 908건으로 21대 첫해(1203건)보다 줄었다(헤럴드경제 집계). 21대 국회에서는 발의 법안의 63.3%(1만6379건)가 임기만료로 폐기됐다(국회입법조사처). 지금 쌓인 미처리 1만3058건이 같은 길을 걷는다면 기업과 시장은 규제의 방향을 읽을 수 없다. 헤럴드경제가 첫해 집계와 함께 계류 대표 사례로 꼽았던 반도체특별법·전력망특별법 논쟁이 보여주듯, 심사 없이 쌓이고 방치되는 법안의 청구서는 결국 국회 밖으로 나온다.
분석 근거: 뉴시스·조선일보(2026년 6월 30일), 국민일보(2026년 4월 1일), 한국경제(2025년 12월 16일), 헤럴드경제(2025년 1월 2일) 보도 및 국회사무처·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자료.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