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beTimes

15%는 약속, 12.5%는 청구서였다

류근웅류근웅 기자· 2026. 7. 31. AM 11:02:34· 수정 2026. 7. 31. AM 11:02:44

한미 정부는 지난해 11월 상호관세와 자동차관세를 모두 15%로 묶는 협상을 타결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지난 7월 24일 0시 1분, 한국산 제품에는 또 하나의 관세, '강제노동 관세' 12.5%가 새로 붙었다. 15%로 끝난 줄 알았던 협상 뒤에서 관세는 조각조각 계속 쌓이고 있고, 심지어 그 근거가 됐던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관세 권한은 미 대법원에서 위헌 판정을 받은 상태다. 법이 관세를 막아도, 관세는 사라지지 않는다.

대법원이 제동을 걸었는데도 관세는 남았다

미 연방대법원은 지난 2월 20일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트럼프 행정부의 광범위한 관세 부과가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을 넘어선다며 6대 3으로 위법 판정을 내렸다. 미 국제무역법원(CIT)은 관세국경보호청(CBP)에 IEEPA 관세 환급 절차를 마련하라고 명령했고, 4월 20일부터 1단계 환급이 시작됐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당일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전 품목에 10% 관세를 다시 서명했다. 사법부가 한 통로를 막자 행정부는 다른 통로로 돌아갔을 뿐, 관세 자체는 끊기지 않았다.

'15% 상한' 약속과 12.5% 강제노동 관세의 동거

7월 24일 발효된 강제노동 관세는 강제노동 금지 법제가 미흡한 국가에 12.5%, 갖춘 국가에 10%를 매기는 방식이다. 한국은 미흡국으로 분류돼 12.5%를 적용받았고, 이는 기존 10% 임시 글로벌관세가 종료되는 시점과 정확히 맞물렸다. 다만 한국·일본·스위스는 기존 관세율이 12.5%에 못 미치는 품목에 한해 차액만 추가 부과하는 '넷오브 MFN' 방식이 적용돼, 실질 부담이 곧바로 15%를 넘지는 않는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통령실은 강제노동 관세와 앞으로 나올 과잉생산 관세를 합쳐도 15% 상한을 넘지 않도록 미국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관세 종류세율근거·시행
상호관세(기본)15%2025년 11월 한미 협상 타결
자동차 관세15%2025년 11월 MOU, 11월 1일 소급 발효
강제노동 관세12.5%(넷오브 MFN)2026년 7월 24일 0시1분 발효
IEEPA 관세위헌 판정, 환급 진행2026년 2월 20일 대법원 6대3 판결
대체 관세(무역법 122조)전품목 10%2026년 2월 20일 서명, 일부 품목 제외

협상은 끝났다는데, 왜 계속 불확실한가

한국이 약속받은 건 3500억 달러 대미 투자(현금 2000억 달러, 조선업 협력 1500억 달러, 연간 상한 200억 달러)와 15% 상한이었다. 하지만 관세의 법적 근거 자체가 대법원에서 뒤집히고 행정부가 다른 법 조항으로 우회하는 상황에서는, 협상 테이블에서 받은 숫자가 언제까지 유효한지 기업이 확신하기 어렵다. 산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강제노동 관세를 '1차전'으로 보고, 뒤이어 나올 과잉생산 관세를 진짜 승부처인 '2차전'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정해진 세율보다 정해지지 않은 절차가 투자 계획에는 더 큰 비용이다.

반론: 정부는 방어선을 지키고 있다는 입장

산업부는 강제노동 관세 자체가 지난달 초 예고된 세율이라 산업계 충격은 크지 않았고, 넷오브 MFN 적용으로 당장 세율이 15%를 넘어서지 않았다는 점을 성과로 든다. 실제로 이번 조치에서 자동차·철강·알루미늄과 석유·가스·비료·일부 농산물은 대상에서 빠졌다. 협상 결과를 지키려는 정부 대응이 즉각적 타격을 줄인 것은 사실이다.

남는 질문은 '몇 퍼센트'가 아니라 '누가 정하는가'다

관세율 숫자 하나하나보다 중요한 건, 그 숫자를 바꾸는 권한이 사법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행정명령 하나로도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 기업이 매 분기 관세 뉴스를 확인해야 공급망 원가를 확정할 수 있는 상태는, 자유무역이 전제하는 예측 가능한 규칙과는 거리가 있다. 협상 테이블의 숫자는 출발점일 뿐, 법적 근거가 흔들리는 한 최종 청구서는 계속 바뀔 수 있다.


분석 근거: 뉴시스, 머니투데이, 뉴스핌, 대한민국 정책브리핑(korea.kr), 법률신문, 헤럴드경제.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일정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데일리 브리핑 구독

매일 아침 핵심 뉴스를 이메일로 받아보세요. 무료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