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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조원 예산 아닌 법정 기금으로 광주전남 지원

모민철모민철 기자· 2026. 8. 30. AM 3:46:34· 수정 2026. 8. 30. AM 3:46:34

20조원이 예산에서 법정 기금으로 갈아탄다.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광주 서구을)은 28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하며 광주·전남 통합 지원 재원의 운용 방식 자체를 바꾸는 길을 열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개정안의 뼈대는 국가가 약속한 20조원 규모의 통합 지원을 기금으로 조성·운용하겠다는 것이다.

해마다 흔들리는 예산의 한계

원법이 된 전남광주통합특별법은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하며 10년간 20조원의 국가 지원을 명문화했다. 연평균 2조원꼴이다. 단일 지역에 주어지는 지원으로는 이례적인 규모다. 다만 약속과 집행은 다른 문제였다. 특별법이 지원 규모를 보장해도 실제 돈은 매년 정부의 예산 편성과 국회 심사를 거쳐야 풀린다. 경기가 꺾이거나 재정 준칙이 강화되는 해에는 규모가 줄거나 시점이 밀릴 수 있다는 것이 지역의 오래된 우려였다.

기금화는 이 우려를 제도로 끊는 장치다. 기금은 특정 목적을 위해 법으로 만든 별도의 돈통이라 매년 예산 협상을 다시하지 않아도 정해진 용도로 쓸 수 있다. 지역 정치권이 예산이 아니라 법으로 묶어 달라고 요구해 온 까닭도 여기에 있다.

개정안 골자…장기 재원의 법적 뒷받침

개정안은 통합 지원 재원을 법정 기금으로 설치하고 조성 재원과 운용·관리 방식을 특별법에 명시하는 방향으로 짜였다. 적용 대상은 통합 준비 단계의 광주시와 전남도이며, 출범 뒤에는 2030년을 목표로 하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이어받는 구조다. 기금은 도시 기반시설과 교통망, 산업·문화 인프라 등 통합 비용 전반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지원의 성격을 해마다의 협상 대상에서 법이 보증하는 장기 재원으로 바꾸는 데 있다.

예산에 실린 돈은 해마다 다시 논의되지만 기금에 담긴 돈은 법이 지킨다. 20조원의 운명은 이 한 줄의 차이에서 갈린다.

발주 시장과 인구 유출에 미칠 파급

기금화가 현실이 되면 가장 먼저 반응할 시장은 지역 건설과 인프라 발주다. 10년짜리 사업 목록이 사실상 확정되면 민간 사업자의 투자 판단도 쉬워진다. 예산 미반영으로 공사 계획이 뒤집히는 리스크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주머니에 돈이 있어야 동네 시장으로 돈이 흐른다는 경제의 기본을 지역 단위로 옮겨 놓은 셈이다.

인구 지표도 변수다. 광주·전남을 비롯한 호남은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출이 이어져 온 지역이다. 20조원이 일자리와 주거·교육 여건 개선으로 이어지면 청년층 이탈을 늦추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물론 성패는 돈이 어디에 얼마나 빨리 풀리는지에 달려 있다. 기금의 운용 지침과 집행 감시가 개정안 심사에서 함께 다뤄져야 하는 이유다.

쟁점과 국회 일정

기금화는 저항 없이 넘어가는 카드가 아니다. 재정 당국 입장에서는 매년 예산에서 조정할 수 있는 수단을 잃는 셈이라 국가채무 관점의 부담을 언급하며 신중론을 펼 가능성이 있다. 여당이 주도하는 안건이라 통과 가능성이 낮지는 않지만, 기금 신설은 정부의 재정 운용 계획과 맞물리는 만큼 협의 과정에서 담금질이 예상된다. 지역에서는 통합 재원의 안정성을 높이는 조치라며 조기 처리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입법 절차는 명확하다. 개정안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돼 심사를 거친 뒤 법제사법위원회를 지나 본회의 표결을 통과해야 한다. 9월 개회하는 정기국회가 첫 관문이다. 통합시를 2030년에 출범시키려면 준비 단계 사업비부터 재원이 확보돼야 하므로 처리가 늦어지면 통합 일정 전체와 얽히게 된다. 20조원의 갈 곳이 올해 정기국회에서 윤곽을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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