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9일 조달시장 리포트: 대훈환경 계약 한 건뿐
정부조달 시장이 일회성 계약의 연속으로 짜여 있다. 공공 구매 기록을 종합하면 수십 개 기업이 조달 명부에 이름을 올렸지만 두 번째 계약을 남긴 곳은 확인되지 않았다. 참여는 넓은데 지속은 짧다. 이 대비가 최근 조달 데이터가 보여주는 가장 선명한 패턴이다.
집중 없는 시장, 산개된 계약
데이터를 펼치면 특정 공급자가 물량을 쓸어담는 그림은 보이지 않는다. 대훈환경, 대경산림개발, 유한회사 산림자원개발처럼 환경과 산림을 다루는 기업부터 한인종합건축사사무소, 한빛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에이스톤엔지니어링 등 설계와 기술 용역 전문업까지 업종 스펙트럼이 넓게 퍼져 있다. 금강지리정보의 공간정보, 남도관광의 관광 서비스, 삼정엘리베이터의 승강기, 혁신안전기술의 안전 점검도 같은 명부에 들어 있다. 어느 한 축으로 기울지 않은 채 발주 건마다 서로 다른 공급자가 붙는 구조다. 늘품이앤씨, 지앤비플래닝, 새로이, 태성처럼 이름이 낯선 중소 사업자가 다수 포함된 점도 시장의 바닥이 넓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한 건 기록이 말하는 참여 구조
기업마다 계약이 한 건뿐이라는 사실은 거래의 성격을 짐작하게 한다. 환경 정화, 산림 관리, 설계 용역, 안전 점검처럼 프로젝트 단위로 발주되는 서비스는 대량 장기계약보다 건별 계약이나 소액 구매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 목록의 상당수가 건축과 엔지니어링, 환경, 산림 등 공공 시설물을 유지·정비하는 분야에 몰려 있다. 공공 부문이 신규 투자와 함께 관리·운영 비용을 꾸준히 지출하는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눈에 띄는 대목은 디지털 계열의 등장이다. 인터즈, 진우에이티에스, 와이블, 마이샵온샵처럼 정보기술과 온라인 서비스를 다루는 회사들이 조달 명부에 함께 올라왔다. 창업기업과 혁신기업의 공공 구매 참여를 넓히는 정책 기조와 궤를 같이하는 흔적으로 볼 수 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 같은 보험사가 포함된 것은 공공기관이 보험 상품도 일반 재화처럼 구매 창구를 통해 조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상품과 서비스의 경계가 공공 구매 안에서도 허물어지고 있는 셈이다.
낮은 진입 문턱, 짧은 지속성
이런 산개 구조는 중소기업에게 두 얼굴을 가진다. 진입 문턱이 낮다는 점은 분명한 이점이다. 조달 참여 요건만 갖추면 지역 밀착형 서비스 기업도 공공 발주를 받을 수 있고 실제로 지방의 독립 사업자가 상당수 이름을 올렸다. 반면 계약이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취약점이다. 다음 물량이 보장되지 않으면 매출 계획을 세우기 어렵고 건마다 응찰과 행정 비용을 다시 부담해야 한다. 발주처는 경쟁 확산으로 가격 경쟁력을 얻지만 공급자에게는 관계가 쌓이지 못한다. 협력 파트너십이 아니라 회전문에 가까운 거래 구조라는 평가가 나올 만하다.
기회의 회전문에서 파트너십으로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 도입으로 공공 부문의 서비스 구매 수요가 늘면 산개형 참여는 오히려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소액 조달 활성화와 지역 기업 우선 구매 같은 정책 방향도 다수 공급자가 번갈아 들어오는 시장 구조와 맞닿아 있다. 다만 참여를 지속 거래로 이어주는 장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회는 넓은데 안착은 좁은 불균형이 이어질 전망이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헌법이 행복이 아니라 행복의 추구만을 보장한다고 말했다. 조달 시장도 비슷하다. 계약이 아니라 계약의 기회를 보장할 뿐이며 그걸 잡아 이어가는 일은 결국 공급자의 몫으로 남는다.
수십 개 기업의 단발성 기록은 시장이 열려 있다는 신호인 동시에 그 문이 얼마나 빨리 닫히는지도 보여준다. 진입을 반복 계약으로 잇는 다리를 놓는 일이 다음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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