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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찾은 신약 발명자는 누구인가

모민철모민철 기자· 2026. 9. 10. AM 9:53:44· 수정 2026. 9. 10. AM 9:53:44

AI는 신약을 찾아내도 특허 발명자가 될 수 없다. 스스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약이 될 가능성이 있는 물질(후보물질)과 새로운 화합물 발견에 활용되며 연구 속도를 끌어올리면서, 발명의 주인이 누구인지 따지는 특허 제도(발명을 인정해 일정 기간 독점권을 주는 제도)가 예상하지 못한 문제에 부딪혔다. 미국 특허상표청(USPTO)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 출원(특허 신청)된 AI 관련 특허는 2010년 6000건 미만이었으나 2020년에는 7만 건을 넘어 10년 사이 12배 이상 늘었다.

미국화학회(ACS) 산하 케미컬 앤 엔지니어링 뉴스(C&EN)는 'AI 특허의 역설: 화학 분야에서 혁신과 창의성의 균형'이라는 제목의 분석을 통해 AI 발전이 화학 분야 지식재산권 체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준을 못 박은 것은 법원이다. 컴퓨터 과학자 스티븐 탈러는 자신이 개발한 AI 시스템 '다부스(DABUS)'가 인간 개입 없이 발명을 만들어냈다며 두 건의 특허를 출원하고 발명자란에 다부스를 기재했으나 USPTO는 유효한 발명자가 기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등록을 거부했다. 탈러가 제기한 소송인 '탈러 대 비달' 사건에서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은 2022년 특허법상 발명자를 뜻하는 '개인'은 자연인, 곧 인간이라는 해석으로 USPTO의 판단을 지지했다.

이런 가운데 USPTO는 2025년 11월 AI 보조 발명에 관한 발명자 판단 지침을 내놨다. 지침은 인간 발명자 인정에 '상당한 기여' 기준을 채택하지 않고 기존 특허법처럼 '착상'을 핵심 기준으로 삼았는데, 착상은 연구 목표나 아이디어를 갖는 수준이 아니라 문제에 대한 구체적이고 영구적이며 특정된 해결책을 형성하는 것을 뜻한다. 이에 따라 생성형 AI는 실험 장비나 소프트웨어처럼 인간 발명자가 사용하는 하나의 도구로 취급된다. 다만 AI가 연구 과정에서 아이디어나 유용한 결과를 내놓았더라도 인간이 이를 바탕으로 발명을 착상했는지가 관건이 된다. 인간이 AI가 자율적으로 만든 결과를 받아들이기만 했다면 해당 화합물이나 소재에는 인간 발명자가 없는 것으로 판단될 수 있으며, 이 경우 특허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게 C&EN의 지적이다.

현행 특허제도는 AI를 발명자로 인정하는 대신 인간이 AI를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평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C&EN 분석은 AI를 의식이나 의도를 가진 공동 연구자가 아니라 크로마토그래피나 첨단 분광기, X선 결정학 같은 강력한 연구 도구의 연장선으로 본다. 인간이 연구 방향을 정하고 결과를 선별·해석하며 실험으로 검증하는 과정에서 지적 기여가 충분히 인정된다면 AI의 도움으로 나온 발명도 여전히 특허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인간과 AI가 함께 발명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어느 시점의 인간 판단을 '착상'으로 볼지는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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