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3.7% 인상, 숫자 뒤의 폐업률 11%
최저임금위원회가 2026년 7월 14일 밤 표결로 정한 2027년 최저임금은 시급 1만700원, 인상률 3.7%다. 두 자릿수 인상률이 흔했던 시절과 비교하면 온건한 숫자지만, 그 온건함은 이미 시장에 누적된 부담 위에 얹힌 것이다. 인상률이 낮아졌다고 정책의 성적표가 좋아진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표결로 갈린 합의, 숫자는 좁혀졌다
2027년도 최저임금은 노사 합의가 아니라 표결로 결정됐다. 사용자위원 안이 15표, 노동계 안이 11표를 얻어 의결됐고 무효표가 1표 나왔다. 노동계는 최초 요구안으로 16.3% 인상한 1만2000원을 제시했고 경영계는 사실상 동결에 가까운 1만320원을 제시했다가, 최종적으로 380원 격차까지 좁혀진 3.7% 인상안에 표결로 정리됐다. 앞서 2026년 최저임금(1만320원, 2.9% 인상)은 2008년 이후 17년 만에 표결 없이 합의로 결정됐다는 점에서, 이번 표결 회귀는 노사 간 신뢰가 다시 얇아졌다는 신호로 읽힌다.
미만율 12.5%가 가리키는 현장
최저임금 인상률만으로는 현장을 다 설명하지 못한다. 2024년 기준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는 276만 1000명, 미만율은 12.5%다. 5인 미만 사업장은 29.7~30.3%, 숙박·음식점업은 31.6%까지 올라간다.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미만율이 뛰는 이 구조는 최저임금이 오를 때마다 가장 약한 고리에 먼저 부담이 걸린다는 뜻이다. 표로 보면 격차가 뚜렷하다.
| 사업장 규모 | 최저임금 미만율 |
|---|---|
| 5인 미만 | 29.7% |
| 5~9인 | 18.8% |
| 10~29인 | 10.8% |
| 30~99인 | 5.5% |
| 300인 이상 | 2.5% |
폐업률 11%, 소상공인의 계산서
2025년 폐업 사업자는 97만 6000개, 전체 폐업률은 8.64%였다. 그중 제조·도매·소매·음식·숙박·서비스 등 소상공인 6대 업종의 폐업률은 11.08%로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돈다. 폐업을 결정한 소상공인 10명 중 7명은 매출 부진과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들었다. 최저임금이 폐업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지만, 인건비가 고정비 중 가장 손대기 어려운 항목이라는 점에서 미만율이 높은 업종과 폐업률이 높은 업종이 겹친다는 사실 자체가 정책 설계자에게는 무시하기 어려운 숫자다.
2018~2019년의 기록이 남긴 교훈
최저임금이 2018년 16.4%, 2019년 10.9% 두 자릿수로 오른 뒤 최저임금 미만 구간의 일자리는 약 6.4% 줄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저임금 적용집단의 취업률도 4.1~4.6%포인트 낮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뒤따랐다. 3.7%라는 이번 인상률이 그 시절의 충격과 같은 규모는 아니지만, 방향은 같다. 인상 속도를 늦춘다고 시장의 반응 방식 자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그 시기의 데이터가 보여준다.
반론도 있다
노동계와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이 저임금 근로자의 실질소득을 끌어올려 소비 기반을 넓히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2026년 최저임금이 17년 만에 노사 합의로 결정됐다는 사실 자체를, 인상 속도를 관리하면서도 노동 측 요구를 일정 부분 반영한 성과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임금 인상이 곧 고용 축소로 직결된다는 단선적 해석에는 무리가 있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숫자는 두 갈래로 갈린다. 인상률은 낮아졌지만 미만율과 폐업률은 여전히 높은 자리에 머물러 있다. 최저임금이 시장 전체의 임금 하한을 일률적으로 정하는 방식을 고수하는 한, 규모와 업종에 따라 벌어지는 이 격차는 다음 표결에서도 같은 자리에서 다시 논쟁거리가 될 것이다.
분석 근거: 뉴스1, 한국NGO신문, 전국인력신문, 한국경제,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헤럴드경제, 국가미래연구원.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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