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는 넘치는데 사람이 없다, 조선업의 역설
한국 조선업은 지금 두 개의 얼굴을 하고 있다. HD현대·삼성중공업·한화오션 빅3는 사상 최고 영업이익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같은 회사의 현장에서는 용접공과 도장공을 구하지 못해 납기를 걱정한다. 호황과 인력난이 한 몸에 붙어 있는 셈이다.
영업이익은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빅3의 2026년 상반기 누적 수주액은 300억7000만달러, 합산 영업이익은 30억3000만달러다. HD현대는 연간 목표 233억1000만달러의 67.4%인 157억2000만달러를, 삼성중공업은 목표치의 72%인 100억달러를 이미 채웠다. 2분기 영업이익은 HD현대가 전년 대비 48.1%, 한화오션이 33.7% 늘었고 삼성중공업은 96.9% 급증했다. 신조선가지수는 6월 말 185.15로 2021년 동기 대비 33% 올라, 같은 척수를 팔아도 이익이 더 남는 구조가 됐다. 업계는 연간 합산 매출 400억달러, 영업이익 60억달러를 사상 최고치로 내다본다.
물량은 중국에 내줬지만, 이익은 한국이 가져간다
2026년 1월 세계 발주량 기준 중국의 점유율은 67%, 한국은 22%에 그쳤다. 수주잔량으로 보면 중국 62%, 한국 20%로 격차가 더 크다. 중국은 2025년 5월부터 10개월 연속 월간 수주 1위를 지키며 물량으로 밀어붙이는 반면, 한국은 LNG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종을 골라 받는 선별 수주로 맞선다. 척수는 밀려도 척당 단가와 영업이익률에서 격차를 만회하는 전략이다. 다만 이 구조는 신조선가 상승세가 꺾이면 그대로 취약점이 될 수 있다.
배는 쌓이는데 사람이 없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집계로 국내 생산직 근로자는 2023년 8만7601명에서 2025년 7만2021명으로 줄었다. 조선업이 포함된 기타 운송장비 제조업의 미충원율은 14.7%로 전 산업 평균 8.3%의 약 두 배다. 거제시 조선업 종사자는 2015년 약 8만명에서 2024년 약 5만2000명으로 쪼그라들었고, 남은 기능인력의 평균 연령은 44~45세, 협력업체는 40대 이상이 60%를 넘는다. 수주 잔고가 쌓일수록 이 공백은 더 크게 벌어진다.
그 자리를 외국인 인력이 메운다
조선업 일반기능인력(E-7-3) 체류자는 2022년 1017명에서 2025년 1만3297명으로, 비전문취업(E-9)은 3180명에서 8079명으로 늘었다. 조선업 기능직 중 외국인 비중은 23~25% 수준까지 올라왔다. 거제시 등록 외국인 수는 2018년 1만명 이하에서 2024년 1만4000~1만5000명으로 늘었고 베트남·인도네시아·태국 국적이 다수다. 노동계는 외국인력 확대가 임금 상승 압력을 낮추고 숙련 전수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근거 있는 지적이지만, 지금 당장 도크를 세우지 않으려면 이 인력 외에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것도 현실이다.
이익률 경쟁이 곧 인력정책 경쟁이다
조선업계는 2025년까지 국민 생산직 5212명을 신규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국내 생산가능인구 자체가 줄어드는 흐름을 채용 공고만으로 되돌리기는 어렵다. 결국 관건은 임금 경쟁력을 국내 인력에게 얼마나 빨리 반영하느냐와, 숙련 외국인력의 체류·정주를 어디까지 제도로 뒷받침하느냐다. 신조선가가 꺾이기 전에 이 두 축을 정리하지 못하면, 지금의 사상 최고 실적은 다음 사이클에서 그대로 발목을 잡는 인력 병목으로 되돌아온다.
분석 근거: 글로벌이코노믹, 뉴스투데이(news2day), 헤럴드경제, 파이낸셜투데이 등 보도 및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집계.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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