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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치 일감 쌓인 K조선, 사람이 없다

류근웅류근웅 기자· 2026. 8. 10. PM 5:01:58· 수정 2026. 8. 10. PM 6:27:09

한국 조선업은 지금 두 개의 얼굴을 하고 있다. 수주잔고는 3년 치 일감을 넘어섰는데, 정작 그 배를 만들 사람이 현장에 없다. 시장은 넘치고 손은 비어 있는 이 역설이 K조선 슈퍼사이클의 진짜 얼굴이다.

일감은 역대급, 그런데 현장엔 빈자리뿐이다

국내 조선소 수주잔량은 5월 말 기준 3881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3년 가까운 일감을 이미 확보한 상태다. 그런데도 조선업계 구인난은 풀리지 않는다. 2025년 하반기 기준 금속가공 업종 미충원율은 16.9%로 전체 업종 중 가장 높았고, 조선업 구인 비중은 금속·재료 설치·정비·생산직에서 29.5%에 달했다. 배를 팔 능력은 충분한데, 배를 만들 손이 부족한 셈이다.

이주노동자가 메운 15년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집계로 조선산업 인력 중 이주노동자 비중은 2007년 3.2%에서 2024년 22.7%로 뛰었다. 인원으로는 2021년 4512명에서 2024년 2만2824명으로 3년 만에 5배 넘게 늘었다. 업체별로는 HD현대중공업·HD현대삼호가 1만명 이상, 한화오션·삼성중공업이 4000명에 육박하는 이주노동자를 쓰고 있다. 내국인 채용을 늘리기 어려운 임금·근로조건 구조를 외국인 인력으로 메워온 15년이다.

원청과 하청, 같은 배를 만들어도 다른 몫

조선업은 사내하청 비중이 유독 높은 업종이다. 그동안의 노동계 조사에 따르면 하청 근로자는 원청보다 연평균 근로일수가 더 길면서도 연봉은 30% 이상 적었고, 원청이 받아온 상여금을 하청은 받지 못한 시기가 이어졌다. 임금과 처우의 이중구조가 청년 인력의 조선소 기피로 이어지고, 그 공백을 다시 외국인 인력이 메우는 순환이 반복돼 왔다. 최근 HD현대중공업이 이주노동자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하다 반발을 산 것도 이 구조의 연장선이다.

중국은 더 빨리, 더 크게 앞서간다

한국이 인력난과 씨름하는 사이 중국은 격차를 벌리고 있다. 2026년 상반기 글로벌 선박 수주에서 한국 점유율은 19%에 그친 반면 중국은 72%로 1년 새 16%포인트 늘었다.

구분한국중국
2026년 상반기 수주 점유율19%72%
5월말 수주잔량(CGT)3881만1억3403만

중국은 물량으로 시장을 밀어붙이고, 한국은 LNG선·고부가가치 선종에서 기술 우위를 지키는 구도다. 다만 그 기술 우위도 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언제까지나 유효하지는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서 한국은?

K조선의 경쟁력은 수주 능력이 아니라 납기 준수 능력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일감을 따내고도 인력 부족으로 공정이 밀리면 위약금과 신뢰 손실이 뒤따른다. 정부가 검토해온 외국인 인력 쿼터 확대나 숙련 비자 제도는 단기 처방일 뿐, 원하청 임금격차라는 구조적 원인을 손대지 않으면 내국인 기피는 계속된다. 반대로 임금체계를 손보면 조선사의 원가 부담이 커져 중국과의 가격 경쟁에서 불리해진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수주 호황이 고용의 질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지, 값싼 인력에 계속 의존하는 관행을 굳히는 계기가 될지는 지금 내리는 임금·인력 정책에 달려 있다.


분석 근거: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통계, 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이코노믹, 뉴시스, 뉴스투데이, 더구루 등 보도.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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