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비 인상의 명분은 라이더인데 돈은 플랫폼에 쌓인다광장
라이더 처우 개선을 명분으로 오른 배달비, 그 인상분의 배분이 투명하지 않으면 명분은 명목일 뿐이다.
모민철 필자2026년 9월 23일라이더를 위해 올린 배달비가 라이더를 굶긴다. 최근 배달 앱들이 라이더 처우 개선을 이유로 배달비를 올렸다고 알려졌는데, 그 인상분이 실제로 누구의 주머니에 얼마나 떨어지는지를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소비자는 더 비싼 배달비를 내고, 점주는 수수료에 배달비 부담까지 겹쳐 쥐어짜이는 지금, "라이더를 위해서"라는 말이 가장 효과적인 가격 인상 면죄부로 쓰이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이 구조의 핵심은 돈의 흐름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배달비가 오르면 소비자가 주문을 아끼게 되고, 주문이 줄면 라이더가 배달할 건수 자체가 줄어든다는 것은 일상적 추론으로도 충분히 닿는 그림입니다. 건당 수입이 조금 늘어도 배달할 건이 없으면 라이더의 총수입은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플랫폼은 배달비 인상분 가운데 얼마가 라이더에게 가고 얼마가 자사 수익으로 남는지, 광고 수익이나 중개수수료 수익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항목별로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돈이 어디로 흐르는지 모른 채 "처우 개선"을 운운하는 것은, 영수증도 없이 매번 추가 요금을 청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셈입니다.
부담은 양끝으로 밀리고 명분만 플랫폼이 가져가는 구조입니다. 점포 하나를 운영하는 사장님은 매출에서 떼어가는 중개수수료에 배달비 부담까지 겹쳐 이중으로 내뱉습니다. 소비자 역시 올라간 배달비에 최소주문금액까지 맞추려다 보니 한 번 주문할 때 내는 돈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입니다. 양쪽 다 지갑을 열었는데, 그 돈이 라이더에게 제대로 갔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라이더 처우 개선 비용의 마중돈을 오직 소비자 배달비로만 걷겠다면, 적어도 수수료율을 내려 점주 부담을 덜어주는 쪽과 균형을 맞춰야 공정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상식입니다. 그런데 그 균형을 잡겠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배달비 인상이라는 가장 쉬운 카드만 반복해서 꺼내고 있을 뿐입니다.
요구는 단순합니다. 배달비를 올릴 때, 그 인상분의 배분 구조를 항목별로 공개하십시오. 라이더에게 가는 몫이 얼마인지, 플랫폼이 가져가는 몫이 얼마인지, 광고·수수료 수익 가운데 처우 개선에 환원되는 분이 있는지를 숫자로 보여주셔야 합니다. 투명성 없는 처우 개선은 명분 도용입니다. 공개할 수 없다면, 그 인상이 처음부터 라이더를 위한 게 아니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입니다. 라이더를 위한다고 했죠. 그 말이 진짜라면, 숫자로 증명해 보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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