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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법안명 보도 0건, 민주당이 주민의 소음 기준 몰래 지워

류근웅류근웅 기자· 2026. 8. 25. AM 8:48:07· 수정 2026. 8. 25. AM 10:23:08

언론 한 곳 보도하지 않는 사이 민주당이 공공주택지구 입주 예정자의 소음 기준을 35년 만에 지웠다. 공공주택지구 주민의 소음 기준을 35년 만에 바꾸는 이 법안은 8월 20일 본회의에서 찬성 118표, 반대 53표로 가결됐다. 법의 이름은 공공주택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의안번호 2218865다. 주거 환경 기준의 부담은 지구 안에 들어설 주민에게, 공급의 속도는 법안을 밀어붙인 쪽에 돌아간다. 이 법안명을 제목에 단 언론 보도는 집계 기준 0건이었다.

제 식구 심사, 그리고 인사

발의자와 심사자가 같은 결속 구도가 이 법안을 관통한다. 원안 7건 중 5건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71%다. 안태준 의원은 경기주택도시공사 부사장을 지냈고, 이 법을 심사하는 국토교통위원회에 소속돼 자신의 원안이 대안의 뼈대가 되는 과정을 함께 다뤘다. 제 식구 심사, 흔히 셀프심사라 불리는 구도다.

발의자들의 결속도 평소부터다. 함께 원안을 낸 문진석·이연희 의원은 이 법 말고도 392건을 공동 발의한 조합이다. 한정애 의원은 통과 이틀 전인 8월 18일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으로, 안태준 의원은 통과 하루 전 조직사무부총장으로 임명됐다. 법안 통과를 앞두고 발의자들이 당 직책으로 이동한 것이다. 한정애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강서구에서는 염창근린공원 일대 11만㎡의 공공주택지구 지정 절차가 열람공고 단계로 진행 중이다(국제뉴스, 전매뉴스).

반대편은 반대조차 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반대 당론을 냈지만 소속 104명 중 57명, 55%가 표결 기록조차 남기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이 일방 처리를 밀어붙이는 동안 국민의힘은 의석에서 빠져 있었다.

소음·평가·교통 완화

가장 크게 바뀌는 것은 소음 기준이다. 지금까지 공공주택지구 안에서는 지구 면적과 시행 주체에 따라 환경정책기본법령의 실외소음기준과 주택법령의 기준이 각각 적용됐다. 앞으로는 공공주택사업에 한해 주택법령 기준만 적용된다(제23조제3항 신설). 1991년 도입된 환경 기준은 도시화와 창호 등 건축기술 발달을 고려하면 과도하다는 게 제안이유의 논리다. 그 기준 아래에서 지금까지 살아온 주민에게 적용되던 잣대가 사라지는 셈이다.

환경 평가 절차도 단축된다. 공공주택지구를 만들기 앞서 치르는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지구 지정 제안 시점부터 절차를 밟을 수 있게 하고, 생략 가능한 범위를 종전 사전환경성검토와 같게 한다(제8조제4항). 2011년 환경영향평가법 개정 이후 초안에 대한 의견 수렴만 생략 가능해지면서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게 이유다. 주민 의견 수렴 절차가 이미 제 구실을 하지 못하니, 아예 그 단계 전부터 절차를 돌리자는 것이다.

여기에 예상 수용인구 증가가 1만 명 미만인 사업은 광역교통개선대책을 아예 세우지 않아도 되게 했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의 일몰 규정과 경과조치를 지웠고, 보상가격 산정의 공시지가 기준 시점도 명확히 했다(한정애 원안). LH가 매각하지 못한 채 2025년 6월 기준 여의도 면적의 4.9배인 429만 평에 이른 미매각 토지를 다른 용도로 전환하는 재구조화 장치도 새로 들어간다(박용갑 원안, 제3장의2·제4장의2 신설 등).

열흘 만의 통과

통과 시점을 못 박은 것은 정부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급 총력전'을 주문하자 국토교통부가 '주택 신속공급 방안'을 발표했다. 8월 13일 대책이다. 같은 날 보도는 이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착공까지 44개월이 걸린다고 짚었다(newskr.kr). 8월 18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도시정비법, 공공주택법, 학교용지 복합개발 특별법 등 법안명까지 거론하며 입법 속도전을 예고했다(세계일보). 이튿날 국무총리실과 언론이 후속 입법의 통과를 전했고, 통과는 주문으로부터 열흘 안쪽에서 이뤄졌다. 정부가 토양 정화 특례 등 시행령 개정까지 함께 준비 중이라는 보도도 통과 이틀 전 나왔다(비즈니스워치).

속도가 곧 일감

절차가 짧아질수록 앞당겨지는 것은 공공 시행자의 사업 일정이다. 미매각 토지 429만 평의 관리 주체인 LH는 이번 재구조화 장치로 용도 전환의 근거를 얻는다. LH는 "좋은 집 빠르게 공급"을 취임사로 내건 이성훈 신임 사장 체제다. 정부가 LH 등 공공기관의 모듈러 주택 발주 물량을 1만2000호에서 2만호로 늘리기로 하자 주거용 모듈러 수주잔고 1121억 원을 안은 엔알비 주가가 17% 뛰었다(뉴스핌, fetv). 공급이 속도를 내는 날 시공·모듈러·엔지니어링 업계의 일감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사라진 절차의 자리

줄어든 장치들이 지금까지 무엇을 막았는지가 이 법의 요점이다. 실외소음기준은 공공주택지구가 도로·상가와 붙어 지어질 때 사업 시행자에게 방음 대책을 요구하는 근거였다. 전략환경영향평가의 의견 수렴 절차는 지구 지정 전에 주민이 초안을 보고 이의를 제기할 창구였다. 1만 명 미만 사업의 교통대책은 인구 증가가 작아도 도로 정체 비용을 사업이 부담하게 만든 장치였다. 이 세 가지가 한 법에서 동시에 느슨해졌다.

강서구 염창공원 일대 주민이 단체대화방에서 지구 지정 움직임을 두고 '공원에 무슨 일이'라고 묻고, 구청이 입장문을 내는 장면은 그 창구가 좁아질 때 주민이 감지하는 방식을 보여준다(비즈와치, 전매뉴스). 수용인구 1만 명 미만 사업이 늘어나는 만큼 교통대책 없이 진행되는 사업도 늘어날 것이다.

세 번째 개정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4년 8월 28일 개정(찬성 290·반대 0)은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의 절차를 간소화하고 용적률 등 규제를 완화했고, 같은 해 12월 31일 개정(찬성 276·반대 1)은 광역교통개선대책 수립 시기를 지구계획 수립 전에서 주택지구 지정 후로 미뤘다. 이번 대안은 교통대책을 아예 면제하는 단계로 넘어갔다. 세 번의 개정 모두 같은 정당이 밀었다. 염창공원 지구가 새 기준 아래에서 어떤 심사를 받게 될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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