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1만4480건, 통과는 21%뿐이었다
22대 국회는 지금 두 개의 얼굴을 하고 있다. 의원 한 명 한 명은 역대 어느 국회보다 많은 법안을 쏟아냈다고 자부하지만, 그 법안 열 건 중 여덟 건은 국회 문턱도 넘지 못한 채 서랍 속에 쌓여 있다. 발의는 실적이 되고 통과는 별개의 문제가 된, 숫자로 확인되는 정체다.
발의는 넘치고 국회 문턱은 좁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기준 22대 국회 의원발의 법률안은 1만4480건, 이 중 처리된 것은 3107건으로 처리율은 21.5%에 그친다(대전일보). 전체 법률안(의원발의+정부제출) 기준으로도 접수 1만5561건 중 처리 3544건, 처리율 22.8%로 미처리율이 77.2%에 달한다는 집계도 있다(에너지경제).
가장 많이 발의된 법안 상위권에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615건), 국회법 개정안(230건),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220건) 같은 단골 소재가 올라 있다. 건축 관련 법안 90건, 건설 관련 법안 126건 중 실제 처리된 것은 단 6건뿐이라는 수치는, 산업 현장이 기다리는 규제 정비가 정치적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일방 표결 320건, 절차가 흔들린다
처리 방식의 변화도 눈에 띈다. 22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소위원회의 일방 표결(여야 합의 없는 강행 의결) 건수는 320건으로, 21대 61건, 20대 7건, 19대 10건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많다(파이낸셜뉴스).
| 국회 | 일방 표결 건수 |
|---|---|
| 18대 | 44건 |
| 19대 | 10건 |
| 20대 | 7건 |
| 21대 | 61건 |
| 22대 전반기 | 320건 |
특히 법제사법위원회는 20대 0건, 21대 9건이던 것이 22대 들어 192건으로 급증했다. 법사위는 본회의 회부 전 마지막 관문 성격의 위원회다. 이 단계에서 합의 없는 표결이 급증했다는 것은, 법안 심사가 여야 협상보다 다수 의석의 힘으로 처리되는 쪽으로 기울었다는 뜻이다. 법치는 다수결 자체가 아니라 절차의 정당성으로 완성된다는 점에서, 이 수치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위원회별 온도차, 성적은 제각각
처리율은 상임위별로 크게 갈린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39.2%로 가장 높고 기획재정위원회 34.1%,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31.2%, 보건복지위원회 29.5%가 뒤를 잇는다(대전일보). 반면 국토교통위원회는 18.5%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접수 건수가 가장 많은 위원회는 행정안전위원회(2057건),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1472건), 기획재정위원회(1441건) 순이다.
발의 건수와 처리율이 반비례하는 위원회가 적지 않다는 점은, 법안 발의가 실제 입법보다 정치적 메시지 발신 수단으로 쓰이는 측면이 있다는 추정을 뒷받침한다. 확인된 수치는 여기까지이며, 발의 동기까지 단정할 근거는 없다.
"역대 최대 입법"이라는 반론
국회 스스로는 다른 숫자를 내세운다. 22대 국회 전반기 법률반영건수는 5083건으로 19대(2960건), 20대(3548건), 21대(4516건)를 웃도는 역대 최대치다. 법률반영률도 27.4%로 20대(26.6%)보다 높고 21대(29.5%)·19대(28.8%)와 큰 차이가 없다(아주경제). 처리 법안의 68.9%가 여러 유사 법안을 하나로 묶는 대안반영폐기 방식으로 처리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절대적 입법 실적 자체는 부풀려진 숫자가 아니다.
다만 이 반론은 통과율의 정체를 부정하지 못한다. 발의 건수가 21대보다 10% 이상 늘었는데 처리율은 20%대 초반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국회가 늘어난 입법 수요를 처리 역량으로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여야 어느 쪽도 이 구조에서 자유롭지 않다.
숫자가 가리키는 방향
의원 개개인의 발의 건수를 실적으로 홍보하는 관행과, 실제 국민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법률 개정 사이의 간극은 데이터로 이미 드러나 있다. 발의 건수가 아니라 처리율과 표결 방식을 공개 지표로 삼는 쪽이 유권자의 판단에 더 정직한 정보를 준다. 다음 국정감사나 상임위 활동 평가에서 이 지표들이 얼마나 반영되는지가, 22대 국회 후반기를 가늠하는 실질적 기준이 될 것이다.
분석 근거: 대전일보, 에너지경제, 파이낸셜뉴스, 아주경제.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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