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국회의 답은 강행이 아니라 합의다
여야가 닠투는 법안은 미루고 합의된 것만 골라 처리한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협의가 마무리된 민생 법안부터 의결키로 했다. 부동산 공급 법안과 용산공원 특별법 등 이견이 남은 안건은 밀어붙이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강행 처리 대신 될 것부터 확정해가는 국회 운영이 시작된 셈이다.
'100일 전쟁'에서 합의 우선을 택한 이유
정기국회는 1일 문을 열었다. 입법과 예산 심사, 8·30 개각에 따른 인사청문회가 100일간 한꺼번에 굴러가는 일정이다. 민주당은 개막 직후 정국 운영의 기준을 이렇게 못 박았다.
인사청문회 때문에 민생 입법이 멈추거나 정쟁 때문에 예산 심사가 늦어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예산안에는 12월이라는 처리 시한이 붙어 있다. 시한을 지키려면 여야 간 최소한의 신뢰가 선행해야 한다는 계산이 읽힌다. 초반에 이견 법안을 밀어붙이면 야당이 예산 심사나 청문 일정으로 맞설 수 있어서다. 처리 가능한 안건부터 쌓아가는 편이 결과적으로 입법 물량을 늘리는 길이라는 판단이다.
의결될 법안과 계류되는 법안
우선 처리 대상은 국민 체감이 크면서 여야 이해가 엇갈리지 않는 법안으로 추려진다. 용산공원 특별법과 부동산 공급 법안은 위원회 차원의 협의를 거쳐 다시 본회의 문을 두드릴 전망이다.
속도가 붙은 분야는 디지털 자산이다. 2일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열렸다. 민주당은 금융위원회로부터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이 넘어오면 본격 논의에 들어간다는 입장이며, 정무위 안팎에서는 통합안의 윤곽이 잡혀가는 분위기다. 스테이블코인법이 추석 전 발의로 이어질지가 첫 관문이다.
지역 현안 입법도 흐름에 올랐다.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무안청사'를 '전남청사'로 바꾸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통합시 정착에 따른 행정 정비 과제라 여야 대립 요소가 적어 합의 처리 후보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미 통과된 법의 후속 조치도 잇따른다. 10일부터 교통사고로 염좌나 타박상 등 경상을 입은 환자가 8주를 넘겨 치료받으려면 전문 의료진의 별도 심사를 거쳐야 한다. 과잉진료로 인한 보험금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본회의 의결 자체보다 시행 결과가 국민 체감으로 이어지는지가 성패를 가를 것이다.
합의의 틈새를 파고드는 공방
국민의힘은 협력 국면과 동시에 공세를 걸고 있다. 장동혁 대표는 2일 김용범 전 대통령정책실장을 겨냥해 "반드시 일반 증인으로 출석해서 국정감사에서 진실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추진 과정의 로비 의혹을 검증하겠다며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추진 방침도 밝혔다. 그는 "김용범 혼자 대형사고 쳤겠나"라며 수사 범위 확대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법안 자체를 놓고 부딪히는 안건도 있다. 나경원 의원이 발의한 이른바 용혜인방지법에 대해 기본소득당은 "내란 반성도 않고"라고 맞받았다.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측과 정치 공세라는 측의 대립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이 법안은 합의 명단에서 멀어져 있다.
선거관리위원회 특검도 본회의 운영의 변수다. 이태한 특별검사 팀의 특검보 5명이 1일 임명됐으며 이 가운데 4명이 검사 출신이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수사가 속도를 내면 국정감사 일정과 맞물려 입법 협상에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12월 예산으로 가는 시간표
합의 우선 전략의 진짜 시험대는 예산안이다. 민생 법안 처리 물량은 여야 협상의 온도계 역할을 한다. 초반 합의가 쌓이면 예산 협상 국면에서 협의 동력을 확보하는 효과가 나지만, 특검과 국정조사·인사청문이 장기화하면 쟁점 법안은 국면 뒤로 밀리기 쉽다.
스테이블코인법은 단기 바로미터다. 정부안 도착 시점에 따라 추석 전 발의가 좌우되며, 발의가 늦어지면 디지털 자산 시장의 제도화 일정도 그만큼 미뤄진다. 용산공원 특별법과 부동산 공급 법안의 연내 처리 여부는 이견 조정 속도에 달렸다. 정기국회의 첫 성적표는 의결 안건 수보다 12월까지 여야가 협의 체제를 지키는지로 매겨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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