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6일 조달시장 리포트: 기업당 수주 1건이었다
정부조달 수주 명단에 같은 기업 이름이 두 번 오르지 않았다.
공개된 정부조달 실적 데이터를 종합하면 수주 기업 수와 계약 수가 정확히 일치한다. 모든 업체가 저마다 한 건씩 계약을 확보한 셈이다. 특정 대형사가 물량을 쓸어 가는 구조가 아니라 수십 개 기업이 시장을 쪼개 나눈 구조다. 명단의 폭도 넓다. 산림과 환경, 건축 설계부터 보험과 온라인 커머스까지 제각각의 업종이 한자리에 모였다. 작가 G. K. 체스터턴은 정상에서는 작은 것만 보이고 골짜기에서 큰 것이 보인다고 적었다. 조달 시장의 실체 역시 거대한 봉우리가 아니라 무수한 골짜기, 다수의 작은 기업이 만들어 낸 평지에서 드러난다.
1 대 1 수주, 지배자 없는 판
이번 집계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극단적 분산이다. 어느 기업도 연속 수주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조달청 나라장터로 상징되는 전자조달 체계가 자리 잡으면서 소액 수요가 온라인 창구로 모이고, 중소기업의 입찰 문턱이 낮아진 배경이 짚힌다. 실제 명단을 들여다보면 (주)금강지리정보처럼 지역 기반의 공간정보 업체부터 주식회사 늘품이앤씨 같은 기술서비스 회사까지 다양한 규모와 분야가 섞여 있다. 물자 공급보다 용역과 서비스 비중이 크다는 점도 이채롭다.
기업 수와 계약 수가 일치한다는 사실은 시장 문이 넓게 열렸다는 방증이자, 어느 업체도 다음 계약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산림·환경·유지관리가 그린 수요 지도
업종 분포에는 공공 투자의 방향이 그대로 새겨져 있다. 대경산림개발과 유한회사 산림자원개발처럼 산림 분야 업체가 여럿 동시에 이름을 올렸다. 탄소중립과 산림 복원 관련 공공사업이 늘면서 이를 수행할 민간 파트너 수요가 함께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대훈환경(주)이 환경관리 분야에서, 진우에이티에스 주식회사가 기술서비스 분야에서 각각 한 건을 따냈다.
건축·엔지니어링 라인도 두텁다. (주)한인종합건축사사무소, 주식회사 한빛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에이스톤엔지니어링(주) 등 설계와 기술컨설팅 업체가 다수 포진했다. 공공 부문에서 신축보다 유지관리와 정밀진단 물량이 커지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삼정엔리베이터(주)와 주식회사 혁신안전기술이 설비 관리와 안전점검 분야에서 수주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주식회사 연암, 주식회사 태성, 주식회사 새로이, 주식회사 지앤비플래닝 등 종합·기획 서비스업도 여럿 끼었다.
보험사와 온라인 쇼핑몰이 조달 문을 두드렸다
이번 집계의 이색 대목은 새 얼굴들이다.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주)이 조달 계약을 확보했다. 공공기관이 단체보험 같은 보험 상품을 일반 물자처럼 구매하는 수요가 자리 잡았다는 신호로 읽힌다. 주식회사 마이샵온샵, 인터즈 주식회사, 주식회사 와이블처럼 디지털 플랫폼과 유통 서비스 기업도 이름을 올렸다. 정부조달이 철근과 아스팔트의 영역에서 서비스 구매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다. (유)남도관광의 수주는 지자체의 관광·숙박 수요가 조달 창구로 이어지는 사례로 꼽힌다.
전망: 파이는 커지는데 연착륙은 과제
분산 구조는 양날의 검이다. 공공구매가 중소기업 판로로 기능하는 한 시장 참여 기회는 계속 넓어질 전망이다. 다만 연속 수주가 어렵다는 점은 매출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 건씩만 따는 시장에서는 실적과 신뢰를 쌓는 과정 자체가 다음 계약의 승부처가 될 수밖에 없다.
탄소중립, 안전관리, 디지털 서비스 분야의 공공 수요는 당분간 증가 흐름을 탈 것으로 보인다. 산림과 환경, 설비 유지관리 업종의 조달 참여도 이에 맞춰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데이터 기반 수요예측으로 조달이 세분화되면 업종 간 온도차는 더 벌어질 전망이다. 골짜기의 시장에서 살아남는 길은 정상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다음 한 건을 꾸준히 따 내는 것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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