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0일 입법 리포트: 청탁금지법 허점 10년째
청탁금지법이 10년간 8차례나 개정됐지만 선출직 공직자와 배우자 사각지대는 단 한 번도 손대지지 않았다.
2016년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청탁금지법은 올해 28일로 시행 10년을 맞았다. 국회는 이 기간 식사·선물 등 금품의 가압 기준을 7차례 바꾸고 부정 청탁 적용 대상도 넓혀왔다. 그러나 정작 권력 핵심에 가까운 쪽의 면책 조항은 그대로 남아 있다.
10년간 유지된 두 개의 허점
현행법은 누구든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공직자에게 부정 청탁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면서 15가지 금지 유형을 열거하고 있다. 문제는 뒤따르는 단서 조항이다. 선출직 공직자 등이 공익적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 민원을 전달하는 행위는 부정 청탁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초 정부 원안에는 없던 이 예외 조항이 공익을 명분으로 국회 심사 과정에서 삽입됐고, 이후 8차례 개정에서도 한 번도 수정되지 않았다.
배우자 문제도 구조가 같다. 공직자의 배우자가 직무 관련 금품을 수수한 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은 공직자와 금품을 제공한 사람은 처벌 대상이지만, 막상 금품을 받은 배우자 본인은 처벌되지 않는다. 법 제정 당시 민간인인 배우자까지 엄격하게 규율하는 것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반영된 결과다. 10년이 지나는 동안 국회 스스로에게 유리한 문만 닫아두지 않은 셈이다.
가족 우회 금지 개정안 등장
사각지대를 좁히려는 입법 시도는 여당에서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은 지난달 26일 청탁금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의 골자는 금품 수수 금지 대상을 배우자에서 생계를 같이하는 부모·자녀는 물론 형제·자매와 배우자의 직계 존속·형제자매까지 확대하는 것이다. 이들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거나 요구·약속하는 행위뿐 아니라 금품을 제공하는 행위까지 금지하고 위반 시 처벌한다.
배우자를 앞세우거나 가족을 통로로 삼는 우회 수수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생계를 같이하는 친인척만 제재 대상으로 한정해 일반 친족 관계까지 확대하지는 않았다. 남아 있는 과제는 명확하다. 개정안이 수수 금지 대상을 넓히는 데 그친다면, 여전히 선출직 공직자의 민원 전달 면책과 배우자 본인의 무처벌 구조는 건재한다는 점이다.
국회가 스스로를 규율하는 구조적 한계
이 법의 개정 궤적은 입법부의 이해관계가 반영되는 전형을 보여준다. 가액 기준 조정이나 적용 대상 확대처럼 일반 공직자와 민간에 향하는 규율은 수시로 손질됐지만, 선출직과 그 가족에 닿는 조항은 국회 심사 단계에서 만들어진 뒤 사실상 동결됐다. 초당적 합의 없이는 고칠 동력이 생기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폴레온 힐은 성공으로 가는 사다리 꼭대기는 늘 한가하다고 했지만, 청탁금지법의 규율은 꼭대기에서 늘 막혀 있었다. 10년치 개정 이력이 이를 증명한다.
이강일 의원의 개정안이 국회 법사소위에 상정돼 심사 속도가 나올지 주목된다. 가족 수수 금지 조항이 통과되더라도, 선출직 면책 단서와 배우자 무처벌 조항을 직접 다루는 후속 개정이 뒤따라야 법의 사각지대 논란은 실질적으로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 시행 10년을 넘긴 이 법이 앞으로 10년을 어떤 모습으로 보내는지는 결국 국회가 자기 규율 의지를 입법으로 증명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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