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 9월 반등의 착시…한 달은 21%, 일 년은 15%
한국 조선업이 10월 첫 주에 서로 다른 두 장의 성적표를 받았다. 영국 클락슨리서치 집계로 지난달 수주량은 전월보다 127% 늘었고 세계 시장 점유율은 21%로 반등했다. 같은 자료에서 올해 누적 점유율은 15%, 중국과의 격차는 61%포인트다. 한 달의 반등과 일 년의 추세가 말하는 것이 다르다.
반등은 진짜, 그러나 밑동이 낮았다
9월 한국 조선사들의 수주는 127만CGT(24척)로 집계됐다. 전월 56만CGT의 두 배가 넘는다. 문제는 비교의 밑동이다. 8월 점유율은 9%까지 떨어졌고, 그 웅덩이에서 튀어 오른 것이 이번 반등이다. 같은 달 중국은 474만CGT(165척)를 싹쓸이하며 시장의 76%를 가져갔다.
연간 성적표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1~9월 누적으로 보면 그림이 달라진다. 세계 발주가 전년보다 57% 늘어난 호황장인데, 한국의 몫은 1,093만CGT(277척)로 전년 대비 43% 증가에 그쳤고 중국은 5,391만CGT로 92% 늘었다. 시장이 커질수록 한국의 상대적 지분이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수주잔량 격차도 벌어졌다. 지난 1년간 중국의 수주잔량은 3,994만CGT 불었고 한국은 407만CGT 증가하는 데 그쳤다.
| 구분 | 한국 | 중국 |
|---|---|---|
| 9월 수주량 | 127만CGT(24척) | 474만CGT(165척) |
| 9월 점유율 | 21% | 76% |
| 1~9월 누적 수주 | 1,093만CGT(43%↑) | 5,391만CGT(92%↑) |
| 누적 점유율 | 15% | 76% |
| 수주잔량(9월 말) | 3,817만CGT | 1억5,104만CGT |
(자료: 클락슨리서치 집계, 해사신문·이코노믹리뷰 보도)
한국이 지킨 것은 물량이 아니라 값이다
국내 3사가 버린 것은 척수고 움켜쥔 것은 단가다.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186.59로 5년 전(151.40)보다 23% 높고, LNG운반선 척당 값은 2억4,650만달러에 달한다. 국내 업계는 3년 안팎의 일감을 확보한 상태에서 마진이 낮은 상선 물량을 걸러내는 선별 수주를 전략으로 내세운다. 물량 점유율 15%가 곧 경쟁력 15%는 아니라는 계산이다.
반론: 수주 척수로 우열을 가릴 수 없다
중국의 76%에는 저마진 벌크선·컨테이너선이 많고 한국은 LNG운반선 같은 고부가 선종을 쥐고 있다는 반론은 설득력이 있다. 실제로 국내 조선사들은 고선가·고부가 중심의 수주 구성을 강조한다. 다만 이 논리가 성립하려면 단가 우위가 수량 열세를 오래 견뎌야 한다. 발주가 호황일 때조차 물량이 한쪽에 쏠린다면, 침체기에 협상 카드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진짜 리스크는 조선소 밖에 있다
당장 3분기 실적을 위협하는 변수는 중국이 아니라 환율과 인건비다. 한국은행 기준 3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은 1,418원으로 2분기(1,502원)보다 84원 떨어졌고, 상선 수주 사이클이 시작된 2021년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한국투자증권은 환율 효과로 3분기 영업이익이 한화오션 898억원, HD현대중공업 387억원, HD현대삼호 234억원가량 줄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에 노사 갈등이 겹쳤다. 삼성중공업은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정하는 합의안을 조합원 투표(찬성 58.78%)로 통과시켰지만 HD현대중공업은 잠정합의안이 부결(반대 52.14%)됐고 한화오션은 교섭 초입에 머물러 있다.
호황기에 노사 규칙을 정리하지 못하면 기술 격차보다 비용 구조가 먼저 실적을 갈라놓는다. 9월의 21%를 자축할 시기가 아니라, 연간 15%라는 숫자가 역설하는 조건 — 강해진 위안화·달러, 비싸진 인건비, 줄어드는 협상 카드 — 을 지금 점검해야 한다.
분석 근거: 해사신문·이코노믹리뷰·서울파이낸스·거제저널 보도(클락슨리서치 2026년 9월 조선 시장 집계 및 조선 3사 실적 전망, 2026년 10월 7일자).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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