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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서명은 양자컴퓨터보다 AI가 먼저 뚫는다

모민철모민철 기자· 2026. 10. 9. AM 8:11:59· 수정 2026. 10. 9. AM 8:12:42

이더리움 재단 연구원 저스틴 드레이크가 블록체인 업계에 '벙커 모드' 준비를 촉구했다. 그는 10월 7일(현지시각) 엑스(X)에서 양자컴퓨터가 아니라 AI가 찾아낸 수학적 지름길 때문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쓰는 서명 방식 ECDSA(거래의 진위를 증명하는 전자 서명 기술)가 먼저 깨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벙커 모드는 공개키가 해시(일정한 길이의 암호 문자열) 뒤에 숨어 있는 새 주소로 자산을 통제된 방식으로 대규모 이전하는 것이다. 드레이크는 대형 보유자부터 자금 대부분을 서명 이력이 없는 주소로 옮기고, 거래에 서명할 때는 남은 자금도 같은 시드 문구(지갑을 복구하는 열쇠가 되는 단어 목록)에서 만든 새 주소로 이전하라고 권고했다.

드레이크는 "ECDSA가 양자컴퓨터가 위협으로 부상하는 시점인 Q-Day보다 먼저, 최악의 경우 수년이 아니라 수개월 안에 깨질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깨진다'는 말은 대형 GPU 클러스터 같은 하드웨어로 개인키를 약 일주일 만에 복구하는 상황을 뜻한다. 다만 그는 누군가 ECDSA를 이미 뚫었다고 주장하지는 않으면서 "성급한 이전은 득보다 실이 크다"고 말했다.

직접적인 계기는 AI의 수학 성과다. 드레이크는 "최근 며칠은 인간의 수학적 직관에 겸손함을 안겨줬다"며 정수 곱셈의 n log 한계와 3SUM 추측이 무너졌다고 언급했다. 오픈AI가 10월 6일 722건의 수학 결과를 공개한 것도 계기가 됐다. 해당 결과는 내부 최첨단 모델이 만든 것으로, 기계가 생성한 증명을 린으로 형식화한 것이며 오픈AI는 블록체인 암호에 대한 공격은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드레이크는 "오픈AI의 발표로 수학적 초지능이 도래했음이 분명해졌다"고 평가했다.

타원곡선이 특히 취약하다고 보는 이유도 밝혔다. 지갑의 공개키는 해당 지갑에서 돈을 보내기 전까지 해시 뒤에 가려져 있다가, 거래를 보내는 순간 블록체인에 영구히 드러나는 구조다. 공개키에서 개인키를 역산하는 방법이 나오면 한 번이라도 돈을 보낸 지갑은 모두 노출된다. 드레이크는 타원곡선이 쇼프·프로베니우스·페어링 같은 정교한 기법을 쓸 여지가 있는 풍부한 구조를 지닌 반면, 해시는 대수적 구조를 최소화하도록 설계됐다고 말했다. 개인키를 해시 뒤에 숨기는 주소 방식이 방어책으로 제시되는 배경이다.

드레이크는 콜드 스토리지 강화에 나설 수 있는 기관으로 바이낸스·비트뱅크·로빈후드·비트파이넥스·테더를 지목하며 대형 주체들의 솔선수범을 요구했다. 그는 이 조치가 새로운 암호기술이나 새 지갑이 필요 없는 단순한 예방 조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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