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에 '두 배'라 쓴 삼성… 107조의 조건
지금 반도체 협상 테이블에서 값표를 쥔 쪽은 엔비디아가 아니다. 삼성전자는 이달 주요 고객사들과 내년도 HBM4 공급가 최종 협상에 들어갔고, 제시한 인상 폭은 현재의 두 배가 넘는다. 상대는 엔비디아와 브로드컴이고, 이들은 살 메모리가 이미 부족하다. 대안인 마이크론조차 내년 물량을 올해보다 비싼 값에 계약하고 있다.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는 동안, 가격은 파는 쪽이 정한다.
두 배라는 숫자의 근거
삼성의 요구에는 시장 데이터가 붙어 있다. 조선비즈 보도에 따르면 트렌드포스는 내년 HBM 평균 가격이 121%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KB증권은 삼성의 내년 HBM 판매가격 상승률을 100% 이상으로 잡는다. 범용 D램 계약가도 올 4분기 중 15~20% 오르는데, 삼성의 증설 물량 대부분을 HBM이 흡수하면서 일반 메모리 물량은 오히려 줄어든다. HBM4는 베이스다이에 4나노급 로직 공정을 얹는 제품이라 원가 자체가 올랐다는 점도 협상 카드다.
| 구분 | 전망 | 제시 기관 |
|---|---|---|
| 내년 HBM 평균 가격 | +121% | 트렌드포스 |
| 삼성 내년 HBM 판매가 | +100% 이상 | KB증권 |
| 4분기 D램 계약가(HBM 포함) | +15~20% | 트렌드포스 |
107조 원의 약점
숫자로 보면 전성기다. 삼성전자 3분기 잠정실적은 매출 195조 원, 영업이익 107조 4,000억 원으로 글로벌 테크 기업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100조 원을 넘었다. 그러나 이익의 대부분이 메모리에서 나왔고, 스마트폰과 가전은 부품값 상승에 짓눌린 채 부진하다. 같은 회사 안에서 부품은 흑자, 완제품은 압박을 받는 구도다. 반도체 하나가 회사 전체를 견인하는 만큼, 반대 방향으로 흔들릴 때도 하나가 전체를 끌고 간다.
| 항목 | 3분기(잠정) | 전년 대비 |
|---|---|---|
| 매출 | 195조 원 | +126.6% |
| 영업이익 | 107조 4,000억 원 | +782.5% |
고객은 서버 값으로 돌려준다
인상된 메모리 비용은 AI 인프라 가격으로 그대로 넘어간다. 블룸버그 보도를 인용한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2027년 초 Vera Rubin 서버 가격을 15% 이상 올리는 안을 검토 중이다. HBM 구입 비용이 두 배가 되면, 그 위에서 도는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AI 서비스 견적이 함께 오른다. 이 인상은 엔비디아의 마진만 깎는 게 아니라 AI를 쓰는 모든 소비자의 비용이 된다.
사이클과 지정학이라는 반론
이 지위가 영구하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반도체 가격은 공급 부족과 과잉을 오가며 반값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여러 번 있었고, AI 수요 증가율이 꺾이는 순간 계약가의 기저도 함께 꺾인다. 지정학 변수는 더 즉각적이다. 미국은 최근 엔비디아 H200의 중국 수출을 전 구성 금지하고 중국산 데이터센터 장비까지 차단했으며,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을 앞두고 통제의 완화와 강화가 갈림길에 있다. 규칙이 바뀌면 수요지도가 통째로 다시 그려진다. AMD 리사 수가 7개월 만에 한국을 찾아 삼성·SK하이닉스와 공급망 파트너십을 다진 것도, 이 시장이 수요 곡선만으로는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켜야 할 것
한국이 이 우위를 얻은 경로는 정부 보조금이나 산업정책이 아니라 기업의 선행 투자와 기술이었다. 할 일은 그래서 분명하다. 정책은 시장 결과를 재분배하려 들지 말고, 공급망이 정치의 변수가 될 때 대응할 제도적 준비에만 서면 된다. 두 배의 값을 받아낼 수 있는 동안에만 유효한 지위라면, 그 시간을 기술 격차를 벌리는 데 써야 한다.
분석 근거: 조선일보·조선비즈, TrendForce, 비즈워치, Asia Times, 블룸버그(TrendForce 인용).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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