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4 값 세 배 협상…값 매기는 쪽이 바뀌었다
AI 칩은 넘쳐나는데 그 칩이 쓸 메모리는 말랐다. 1년 전만 해도 사는 쪽이 도매금으로 값을 눌렀던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지금은 파는 쪽이 값을 부르고 있다. 매일경제가 10월 2일 단독 보도한 삼성전자의 내년 HBM4 공급가 인상 추진이 그 증거다. 인상 폭은 세 배까지 거론되며 최종 협상은 이달 안에 마무리된다(디지털포스트, 10월 5일).
세 배라는 숫자의 무게
증권가의 계산도 같은 방향이다. KB증권은 삼성전자의 내년 HBM4 판가가 2배 이상 오르고 HBM 평균가도 100% 상승할 것으로 봤다(이데일리 10월 6일, 자본시장뉴스 10월 11일). 조선비즈는 10월 6일 인상의 근거를 D램 가격 급등에서 찾았다. 세 배는 감정이 아니라 원가와 기회비용을 더한 계산이라는 뜻이다.
| 매체·기관 | 핵심 주장 | 보도일 |
|---|---|---|
| 매일경제 | 내년 HBM4 가격 3배 인상 추진(단독) | 10월 2일 |
| KB증권 | HBM4 판가 2배 이상, 평균가 100% 상승 전망 | 10월 6일 |
| 조선비즈 | D램 가격 급등을 공급가에 반영 | 10월 6일 |
| 카운터포인트 | 엔비디아 루빈의 HBM4 탑재는 12단 유지 | 10월 9일 |
범용 D램이 협상판을 바꿨다
인상의 동력은 HBM4 자체가 아니라 그 아래 깔린 범용 D램이다. HBM4로 물린 웨이퍼가 많아질수록 범용 D램으로 나왔어야 할 물량은 그만큼 줄어든다. 이투데이는 10월 7일 3분기 범용 D램 가격이 두 자릿수 올랐다고 보도했다. 희소해진 범용 D램 값을 감안하면, 낮은 가격에 장기계약을 묶어둘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반론: 세 배는 무산될 수도 있다
인상 협상이 빗나갈 시나리오도 있다. 엔비디아가 차세대 가속기 루빈에 탑재하는 HBM4를 12단에서 8단으로 줄인다는 관측이 나돌았고, 실제로 줄면 칩당 들어가는 HBM 수요가 그만큼 사그라든다. 다만 카운터포인트는 12단 유지가 유력하고 축소설은 낭설이라고 봤으며(뉴스1·IT비즈뉴스, 10월 9일), 아이뉴스24도 10월 8일 반론과 함께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꺾이는 것이 인상 시나리오의 가장 큰 리스크다.
가격은 신호이지 죄가 아니다
메모리 값이 오르면 빠지지 않는 말이 폭리 논란이다. 그러나 이 값은 침체기에도 설비에 돌을 밀어 넣었던 투자에 대한 보상이자, 다음 공급을 부르는 신호다. 정치가 값을 억누르면 공급을 늘릴 유인이 사라지고 부족은 더 오래간다. 값을 매길 권리는 공급자에게, 살지 말지를 정할 권리는 수요자에게 있다. 그 어느 쪽도 관료의 서류가 아니라 시장이 정하는 몫이다.
이달에 갈리는 것
협상 결과는 곧바로 4분기 실적과 내년 설비투자 규모로 이어진다. 값이 오르면 공급이 따르고, 공급이 늘면 사이클은 언젠가 되돌아온다. 지금 한국 메모리 2사는 그 사이클에서 값 매기는 쪽에 서 있다. 얼마나 오래 서 있을지는 이달의 협상 테이블과 엔비디아의 설계도가 함께 정한다.
분석 근거: 매일경제, 디지털포스트, 조선비즈, 이데일리(KB증권 인용), 이투데이, 아이뉴스24, 뉴스1·IT비즈뉴스(카운터포인트 인용) 보도(2026년 10월 2일~11일).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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