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지뢰 사고 진상조사보다 여야 공방이 먼저다
DMZ 지뢰 폭발 사고 한 건이 국회를 안보 공방의 격전지로 바꿔놓았다.
2026년 9월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군 당국에 신속하고 투명한 진상 조사를 주문하면서도 근거 없는 음모론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국민의힘은 정반대 방향에서 몰아붙였다. 이 대통령이 북한이 심었을 가능성이 큰 지뢰 문제를 제쳐두고 야당만 공격하고 있다며 "부끄러운 줄 알라"라고 반박한 것이다. 사고 원인 규명이라는 본질적 과제보다 책임의 화살을 어디로 돌릴지를 두고 여야가 충돌하는 구도가 굳어가고 있다.
사고를 둘러싼 여야의 입장 격차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오는 28일 DMZ 지뢰 사고 현장 조사를 추진하면서 국민의힘의 불참 통보를 공개했다. 그는 "비 오면 씻겨나간다"는 일각의 주장을 미신이라 일축하며 현장 검증의 과학적 근거를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은 이 대통령을 대한민국 안보의 '목함 지뢰'에 비유하는 강한 수사를 쏟아냈다. 나경원 의원 역시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을 촉구했고 한동훈·이준석 전 대표까지 이 논의에 가담하면서 야권 전방위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지뢰의 출처와 북한의 의도를 둘러싼 판단이고, 다른 하나는 정부와 군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라는 책임론이다. 나경원 의원은 이 대통령의 대북 화해 제안이 주한미군 주둔 명분을 약화시키고 국가 안보체계를 무너뜨리는 자해 행위라고 규정했다. 이재명 정부가 앞서 대북 전단 살포 저지와 확성기 방송 중단 등 선제적 화해 조치를 단행한 점이 이런 비판의 근거로 제시된다. 여당은 이런 논리가 사고 본질을 흐리는 정치 공세라고 받아친다.
지지율 하락이 공방 강도를 키운다
정치적 배경에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흐름이 자리한다. 집권 1년여 만에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안보 이슈는 여권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추석 연휴 민심을 활용해 안보 결함을 부각할 유리한 국면이다. 장동혁 의원이 추석 민심을 언급하며 공세 수위를 높인 것도 이 맥락에서 읽힌다.
이 대통령의 대응은 두 갈래로 나뉜다. 대외적으로는 핵추진잠수함 건조와 극초음속 미사일 등 미사일 기술 첨단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문하며 강력한 안보 의지를 내세운다. 대내적으로는 음모론 확산을 차단하고 사실에 기반한 조사로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구도다. 그러나 조 대법원장의 대법관 임명 거부로 이어진 사법부 갈등, 조작기소 특검법을 둘러싼 여야 충돌이 겹치면서 정국 전반이 소모전 양상을 보인다. 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야당은 특검법 규탄대회로 맞서고 있다.
전망과 파급 효과
단기적으로 국방위 현장 조사를 둘러싼 참여 여부가 향후 공방의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이 끝까지 불참할 경우 조사 자체가 여당 단독 행사로 축소되고, 그 결과물의 신뢰성을 두고 또 다른 논쟁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야당이 참여하면 북한발 지뢰 여부, 군의 경계 태세, 정부의 초기 대응 적절성이 동시에 검증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중기적으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 일정이 변수다. 광역 선거 여론에서 경북을 뺀 대부분 지역에서 여당 우세 흐름이 관측되는 상황이라 국민의힘은 안보 이슈로 보수 결집을 되살려야 한다. 영남권에서 보수 결집 흐름이 감지된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권으로서는 지지율 30%대 국면에서 안보 공방이 장기화하면 여 소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 진상 조사가 과학적 증거에 기반해 빠르게 매듭지어지지 못하는 한, 이 사고는 군 사고가 아니라 정치 사건으로 기억될 위험이 있다. 결국 승부를 가르는 것은 구호가 아니라 증거일 것이다. 진보의 진보를 가로막는 최대의 적이 지식의 환상이라는 지적처럼, 안보 논쟁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확인되지 않은 확신을 사실처럼 유포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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