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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AI칩 열자 중국 희토류 잠갔다, 낀 한국

류근웅류근웅 기자· 2026. 8. 25. PM 3:02:32· 수정 2026. 8. 25. PM 3:14:30

엔비디아의 H200이 상하이 항구를 향하는 동안, 디스프로슘과 터븀을 실은 컨테이너는 상하이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워싱턴은 최첨단 AI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 빗장을 풀었고, 베이징은 그 반도체를 만들 원료의 수출 빗장을 잠갔다. 두 초강대국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문을 여닫는 이 비대칭 속에서, HBM을 팔아 웃고 희토류를 구하지 못해 우는 나라가 있다. 한국이다.

워싱턴이 연 문: H200과 90% 지분

미 상무부가 엔비디아 H200의 대중 수출을 승인하면서 조건을 달았다. 판매액의 25%를 미국 정부가 징수하고, 알리바바·텐센트·바이트댄스·징둥 등 약 10개 승인 기업에만 판매를 허용한다는 조건이다. 8월 들어 실제 인도가 시작돼 텐센트와 바이트댄스는 각각 1만 개 안팎의 H200을 최근 수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H200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필수로 들어가고, 이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HBM3E 8단 기준 약 90%를 점유한다. 중국向 GPU 물량이 늘어날수록 이 회사의 주문서도 함께 두꺼워진다.

베이징이 잠근 문: 사라진 디스프로슘

같은 시기 중국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올해 상반기 수출통제 대상 희토류 7종의 대일본 수출량은 지난해 대비 51% 줄었고, 대미 수출은 28%, 세계 전체는 16% 감소했다. 전기차 모터용 영구자석에 쓰이는 디스프로슘과 터븀은 올해 일본 수출 실적이 아예 없었고, 반도체 장비 공정에 쓰이는 이트륨도 6월 대일 수출이 제로를 기록했다. 관세와 별개로 자원 자체를 협상 카드로 쓰는 셈이다.

한국의 이중 노출

한국 반도체·배터리 업계는 네온, 실리콘웨이퍼, 희토류 화합물, 텅스텐가루 등 핵심 소재 상당수를 중국에서 들여온다. 일부 품목의 중국산 비중은 최대 94%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미국이 열어준 AI칩 특수로 HBM 주문이 늘어도, 그 HBM을 만들 소재 공급이 흔들리면 증설 일정 자체가 지연될 수 있다. 기회와 위협이 같은 공급망 안에서 동시에 굴러가는 구조다.

구분대상변화
미국→중국H200 AI칩수출 승인, 판매액 25% 징수, 약 10개사 대상
중국→일본희토류 7종상반기 수출 51%↓
중국→미국희토류 7종상반기 수출 28%↓
한국 반도체·배터리중국산 핵심소재일부 품목 최대 94% 의존

다변화는 진행형이다

정부도 손 놓고 있지는 않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산업자원안보실은 출범 1호 정책으로 희토류 등 공급망 다변화 대책을 내놨고, 유럽연합 역시 핵심원자재법을 앞세워 역내 채굴·정제 비중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대체 공급원 확보에는 수년이 걸리고 그 사이 협상 카드는 여전히 베이징 손에 있다는 반론도 가능하다. 다만 이런 시도가 쌓일수록 특정 국가에 의존하는 구조 자체는 조금씩 얇아진다.

남는 질문

한국 반도체 산업은 지금 미국이 열어준 문으로 들어오는 주문과 중국이 잠근 문 뒤에 있는 원료 사이에 끼어 있다. HBM 수출액이 늘어난다는 뉴스와 희토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는 뉴스가 같은 주에 나란히 실리는 게 이상하지 않은 이유다. 한쪽 문이 열려 있다고 안심할 계제가 아니라, 잠긴 문의 열쇠를 몇 개나 더 만들어 둘지가 다음 분기의 실질적인 과제로 남는다.


분석 근거: 이투데이, 서울경제, 디지털투데이, 경북매일, 에포크타임스, 뉴시스.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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