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beTimes

외환거래 1.8%의 원화, 국경 밖 결제로 나간다

류근웅류근웅 기자· 2026. 9. 20. AM 11:06:11· 수정 2026. 9. 20. AM 11:06:20

원화는 세계 외환시장에서 1.8%짜리 화폐다. 위안화(8.6%)의 5분의 1 수준이다. 정부가 9월 16일 이 원화를 국경 밖에서 직접 결제할 수 있는 제도를 발표했다. 문을 여는 것 자체는 분명한 전진인데, 하필 미 연준이 3년여 만에 금리를 올리고 원·달러 환율이 1,380원선까지 밀려난 시점이다.

89.1%의 달러, 1.8%의 원화

국제결제은행(BIS) 집계로 지난해 말 기준 세계 외환거래에서 달러 비중은 89.1%다. 원화는 1.8%에 그친다. 무역규모로 세계 상위권에 드는 나라의 화폐치고는 초라한 숫자고, 그만큼 해외 기업과 투자자가 원화를 직접 들고 거래할 길이 없었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비거주자는 국내 외국환은행에 일일이 계좌를 열어야 원화를 쓸 수 있었다.

통화세계 외환거래 비중 (BIS, 지난해 말)
달러89.1%
유로28.5%
16.9%
파운드10.2%
위안8.6%
원화1.8%

계좌 개설 없이 원화를 쓴다는 것

핵심은 'RFI-K'(원화영업 등록외국인기관) 면허다. 기존 등록 외국 금융기관이 이 면허를 추가로 따면 국내 외국환은행에 옴니부스 계좌를 열고 한국은행의 원화 국제결제망으로 송금·투자·증권대차·원화예치를 직접 처리한다. 뉴욕의 개인 투자자가 현지 은행의 원화 계좌로 한국 주식을 사는 장면이 실현되는 셈이다. 대가로 규제도 붙었다. RFI-K는 고객이 비거주자인지 확인하고 매월 거래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며, 당국이 원화 자금의 조달·운용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

보상은 MSCI 선진지위

이번 조치는 7월 발표된 원화 국제화 로드맵의 후속이다. 원·달러 거래시간도 같은 달부터 새벽 2시 마감에서 24시간으로 확대됐다. 정부가 노리는 실질 보상은 MSCI 선진지격 상향이다. MSCI는 줄곧 역외에서 원화를 자유롭게 바꾸기 어렵다는 점을 상향의 걸림돌로 지적해 왔다. 시장이 열려야 지수 선진국 대우와 외국자금 유입이 따라온다는 계산이다.

문 연 나라에 불어넣는 역풍

타이밍이 아퉁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3.75~4.00%로 좁힌 것이다. 한미 금리차는 다시 1%포인트를 넘었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6원 오른 1,382.2원으로 3주 만에 1,380원선에 올랐다. KB증권 김일혁 연구원은 12월과 내년 3월 추가 인상 확률이 "69.3%에서 81.1%로 급등했다"고 짚었다. 약세 통화를 굳이 열어젖히는 모양새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항목수치
원·달러 환율 (9월 17일 종가)1,382.2원 (13.6원 상승)
미 연준 기준금리3.75~4.00% (0.25%포인트 인상)
한미 금리차1%포인트 이상
연준 추가 인상 확률 (12월+3월)81.1%

반론도 시장에 있다

자본 유출 우려가 반론의 뼈대다. 한국투자증권 문다운 연구원은 고유가까지 겹치면서 달러 상승 압력이 "11월 초 미 중간선거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반대 방향 근거도 있다. 외국인은 8월 국내주식을 3,440억 원 순매수하며 7개월 만의 월간 순매수로 돌아섰다. 결제 인프라 정비가 이런 자금의 왕복 비용을 낮추는 쪽으로 작동할지가 승부처다.

규제가 아니라 시장이 바꾸는 숫자

원화 국제화는 정부가 만들어낼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당국의 몫은 장벽을 걷는 것까지고, 1.8%라는 비중을 바꾸는 건 해외 거래 당사자들의 선택이다. MSCI 상향이 현실이 되려면 역외 원화 유동성이 먼저 쌓여야 하고, 그 유동성은 환율 불안이 사라지지 않으면 쌓이지 않는다. 24시간 시장과 3년 만의 미국 금리 인상이 맞부딪힌 지금, 이번 개방은 보상보다 시험대에 먼저 올랐다.


분석 근거: 코리아헤럴드(KH Explains), 코리아타임스, 국제결제은행(BIS) 통계 인용 보도.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데일리 브리핑 구독

매일 아침 핵심 뉴스를 이메일로 받아보세요. 무료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