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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대법관 제청을 사상 첫 거부했다

송시옥송시옥 기자· 2026. 8. 30. AM 7:58:58· 수정 2026. 8. 30. AM 7:58:58

대통령이 대법원의 대법관 제청을 사상 처음 거부했다. 청와대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제청한 손봉기 대구지방법원장의 대법관 임명동의안 처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새 인물을 다시 추천해 달라고 요구했다. 헌정사에 전례가 없는 결정이다. 청와대는 그 근거로 대법원장이 대통령 고유의 인사 권한을 침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발단은 대법원 공석…절차를 두고 벌어진 진실 공방

사건의 출발점은 대법관 한 자리의 공석이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대구지방법원장 손봉기를 후보로 내세워 대통령에게 제청했다. 이재명 대통령 측은 임명 절차를 밟지 않고 이를 되돌려보냈다. 법원조직법상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에 따라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한다. 임명권자가 제청된 인물에 퇴짜를 놓은 것은 정부 수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대통령의 임명권을 무력화할 수 없다

청와대가 재제청 요구의 명분으로 내세운 논리다. 임명권이 대통령에게 귀속된 만큼 부적합하다고 판단한 인물을 거부할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사법부는 정면으로 맞섰다. 대법원 측은 대통령과의 면담 자체가 이뤄질 수 없다는 입장을 냈고 청와대는 애초에 양 기관 간 협의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같은 경위를 두고 최고 사법기관과 대통령실의 설명이 엇갈리는 이례적 국면이다.

임명권 대 제청권…법 어디에도 답이 없는 충돌

법리적으로 보면 이번 사태는 헌법과 법원조직법 어디에도 답이 정해지지 않은 지점에서 터졌다.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사법부 인사가 행정부 간섭 없이 이뤄지도록 만든 장치다. 임명권은 문자 그대로 대통령의 몫이다. 두 권한이 부딪쳤을 때 어느 쪽이 우선하는지 규정한 조항은 없다. 그래서 청와대의 조치를 위법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동시에 사법부 독립의 관점에서 그대로 두기도 어렵다. 제도의 회색지대가 최고 수준의 기관 충돌로 이어진 셈이다.

속을 들여다보면 정치적 계산도 얽혀 있다. 야권의 장동혁 씨는 모든 것이 이 대통령 재판 정지에서 시작됐다고 규정하고 탄핵을 위해 웃통을 벗고 싸우겠다고 밝혔다. 재판중지법을 둘러싼 대립이 사법부 인사전으로 비화했다는 진단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며 맞받았다. 대법원장 사퇴 압박과 대통령 탄핵 경고가 동시에 수면 위로 나온 것은 사법부 자체가 정치 격전의 중심에 놓였다는 뜻이다.

재판 부담과 국정 차질…파장의 크기

당장의 부담은 대법원 운영으로 돌아간다. 대법관 정원 13명 가운데 한 자리가 비면 합의체 심리 여건이 그만큼 좁아진다. 의견이 갈리는 사건에서 판결 지연이 길어지거나 결론이 흔들릴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임명 공백이 길어질수록 사법부 인사 전반의 불확실성도 함께 자란다.

국정에 드리우는 그늘도 만만치 않다. 가을 정기국회에서 예산안 심사 등 여야 협력 과제가 산적한데 양쪽은 사퇴와 탄핵 카드를 마주 들고 있다. 입법 일정은 밀릴 수밖에 없고 정치 불확실성 확대는 기업의 투자 판단과 시장 심리에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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