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책 일관성은 형식이 아니라 목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정책 일관성' 논란에 직접 답을 내놨다.
부동산 정책을 두고 "정책 일관성에만 집착할 이유는 없다"고 선을 긋고 "내용 전체를 봐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도구가 바뀌어도 목적이 같다면 그 정책은 일관성이 있다는 논리다. 규제에서 공급으로 기조를 옮겼다는 야당의 비판을 정면으로 받아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정책 일관성에만 집착할 이유는 없다." — 이재명 대통령
규제에서 공급으로 갈아탄 8개월
발언의 배경에는 정책 궤적의 급선회가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월 전세대출 규제를 강화했다. 전세 살 때 빌리는 돈을 더 깐깐하게 제한하는 조치였다. 가계 부채 부담을 끊어내겠다는 계산이 읽힌다. 그런데 정부는 이후 주택공급 속도를 높인다는 명분으로 서울시가 가진 정비사업 권한을 중앙정부와 자치구로 분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재개발과 재건축을 빠르게 돌리기 위한 설계다. 같은 정부 안에서 규제와 공급이 연달아 나오자 기조 흔들림을 지적하는 시선이 커졌다.
'내용' 강조는 이 압력에 대한 반박이자 재정립이다. 이 대통령은 앞서 "집은 투기적 수단이 아닌 필수 공공재에 가깝다"고 규정한 바 있다. 이 잣대로 보면 전세대출 규제는 투기적 자금을 끊는 조치고 권한 분산은 공공재 공급을 가속하는 조치다. 수단은 다르지만 목적은 하나라는 게 정부 쪽의 논리다. 일관성을 형식이 아니라 목적에서 찾겠다는 답변인 셈이다.
형식이 아니라 성과를 묻는 문법
같은 문법은 재정에서도 확인된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눈앞의 재정수치 관리에 매몰될 때가 아니다"라며 생산적 재정전략으로의 전환을 주문했다. 적자율 같은 숫자 형식보다 투자가 만들어낼 성과를 앞세운 발상이다. 민주당과 정부가 2027년 예산을 '적극 재정'으로 짜고 AI와 미래산업에 집중 투자하기로 한 것도 같은 결이다.
정치적으로 이는 공격과 수비를 겸한 카드다. 정책을 바꿀 때마다 되돌릴 수 있는 '초심 상실' 공격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그만큼 정부는 이제 모든 정책을 결과로 증명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야당은 시장의 숫자로 맞선다
야당의 반격은 시장 지표에서 나온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낙찰가율 101%"를 언급하며 이 대통령의 경매·공급 관련 인식에 반박했다. 낙찰가율은 경매에서 감정가 대비 최종 낙찰가의 비율을 뜻하는데 100%를 넘겼다는 건 매수 심리가 되살아났다는 신호다. 시장이 보내는 신호와 정부의 읽기가 어긋난다는 지렛대다. '내용 전체를 보라'는 주문에 시장 지표라는 내용을 되돌려준 격이다.
국회의 벽은 더 두껍다.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의 비협조로 9·7 공급대책 핵심 법안들이 10개월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내용이 곧 기준이라면 법안 통과라는 내용이 좀처럼 실현되지 않는 상황은 정부 스스로를 조이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돌파구는 당정 협력에서 찾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5일 청와대로 김민석 신임 민주당 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 등 지도부를 불러 2시간 20분가량 만찬 회동을 가졌다. 공급 법안 처리 속도를 높이는 구실을 당정 협력에서 찾으려는 계산으로 해석된다.
일관성을 내려놓고 성과를 짊어지다
'내용' 기준은 자유와 부담을 동시에 늘렸다. 시장 상황에 맞춰 수단을 바꿀 유연성을 확보한 반면 어떤 결과로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정비사업 권한 분산의 구체화 속도, 9·7 공급대책 법안의 운명, 낙찰가율과 집값의 향후 흐름이 이 정부 부동산 정책을 평가할 세 개의 자로 남는다. 일관성의 부담을 내려놓은 만큼 그 빈자리를 성과의 부담이 채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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