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후보자 검증] '기소유예'는 죄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후원금 장부엔 제약사가 없었다
이번 개각 후보자 6명 중 검증 논쟁이 가장 뜨거운 사람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다. 본지 집계로 8월 30일 이후 장관 인사 관련 커뮤니티 게시글 1,694건 중 김 후보자 언급은 237건, 14.0%였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두 번째다.
제기된 의혹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신약 임상 청탁, 다른 하나는 경기도당 비자금이다. 본지는 이 가운데 정치자금 부분을 선거관리위원회 원본 자료로 직접 확인했다.
먼저 사실관계
2021년 9월, 한 제약사 창업주가 코로나19 치료제의 임상 2·3상 승인을 신청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9월 30일 14개 항목의 보완을 요구했다. 승인이 늦어질 것을 우려한 창업주는 그해 10월 정치권에 연이 닿는 사업가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 무렵 김 후보자는 당시 식약처장에게 "빠른 처리를 부탁한다"는 취지의 문자를 보냈다.
검찰은 약 3년간 수사한 끝에 2024년 12월 김 후보자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여기서 용어를 정확히 해야 한다. 기소유예는 무혐의가 아니다. 범죄 혐의는 인정되지만 범행 동기와 결과, 피의자의 사정 등을 고려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불기소 처분이다. 혐의 자체가 없다고 판단하는 '혐의없음'과는 다르다.
김 후보자는 이 처분에 불복해 2025년 2월 14일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그는 "검찰이 3년 동안 괴롭혀놓고 기소유예를 했다", "정치검찰의 악독함을 처절히 느꼈다"고 말했다. 식약처에 통상적인 민원을 전달했을 뿐 부정한 로비도 실제 특혜도 없었다는 입장이다.
헌법재판소는 현재 이 사건을 심리 중이며,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형사 처분 효력을 헌법재판소가 판단하고 있는 상태에서 청문회가 열리는 셈이다.
본지가 확인한 것: 후원금은 들어왔나
의혹의 한 축은 돈이다. 해당 제약사가 김 후보자 측에 500만원의 정치후원금을 보내려 했다는 정황이 수사 과정에서 나왔다. 검찰은 김 후보자가 이 회사로부터 금품을 수수하지는 않았다고 판단했다.
본지는 이 판단을 독자적으로 검증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하는 2008~2025년 국회의원 고액후원자 원본 자료를 확보해, 김 후보자에게 들어온 고액후원 전량을 열었다.
김 후보자의 고액후원은 2020년부터 2025년까지 60건, 총 3억700만원이다.
문제가 된 2021년의 고액후원은 5건이다. 기부자 직업 표기는 회사원 3건, 자영업 2건이었다.
제약·바이오·의료 관련 직업으로 표기된 후원은 2021년에 단 한 건도 없었다.
김 후보자의 후원 기록에서 약사 직업이 처음 나타나는 것은 2022년 12월이고, 의사는 2024년 3월이다. 모두 청탁 의혹 시점보다 1년 이상 뒤다.
이 결과는 검찰의 판단과 배치되지 않는다. 적어도 공개된 고액후원 원장부에는 그 제약사로 향하는 흔적이 없다.
다만 이 확인에는 한계가 있다
원장부가 만능은 아니다. 세 가지를 분명히 해둔다.
첫째, 공개 범위의 한계. 선관위가 공개하는 것은 연간 300만원을 초과하는 고액후원자뿐이다. 300만원 이하 소액 후원은 명단에 나타나지 않는다.
둘째, 직업 표기의 한계. 기부자가 스스로 적는 직업란은 '회사원', '자영업'처럼 뭉뚱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김 후보자 후원의 절반 이상이 이 두 표기다. 표기 뒤에 누가 있는지는 원장부만으로 알 수 없다.
셋째, 본지는 특정 후원 건과 해당 제약사의 관련성을 확인할 근거를 갖고 있지 않다. 2021년 하반기에 들어온 후원 건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확인되지 않은 것을 확인된 것처럼 쓰지 않는다.
따라서 본지의 결론은 이렇게 한정된다. 공개된 자료의 범위에서 제약사 자금이 김 후보자에게 흘러들어간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비자금 의혹은 우리 데이터로 판단할 수 없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3일 별도의 의혹을 제기했다. 김 후보자가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위원장이던 시절, 여러 당직자에게 급여 명목으로 실제 급여 외에 월 200만원씩을 더 얹어준 뒤 그 돈을 선관위에 신고된 정치자금 지출계좌가 아닌 특정 당직자 통장으로 반복 이체받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만들어 썼는지 묻는 내용이다. 김 후보자는 2024년 8월 경기도당위원장에 선출됐다.
이 의혹은 본지 데이터로 검증할 수 없다.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가 가진 것은 들어온 돈의 기록이고, 이 의혹은 나간 돈에 관한 것이다. 정당 시도당의 지출 내역과 당직자 급여 대장은 선관위 고액후원자 공개 자료에 포함되지 않는다.
참고로 본지가 산출한 부수 지표는 있다. 2020~2025년 고액후원 20건 이상인 의원 323명을 대상으로 연간 상한액(500만원)을 꽉 채운 '만액 기부' 비율을 계산했다. 조직적 모금의 흔적이 있는지 보는 거친 지표다.
| 구분 | 만액 비율 |
|---|---|
| 323명 평균 | 57.4% |
| 323명 중앙값 | 59.0% |
| 김승원 | 80.0% (58위/323) |
| 상위권 의원들 | 91~97% |
김 후보자는 평균보다 높지만 상위권과는 거리가 있다. 이상 신호로 볼 수 없는 구간이다. 이 지표로는 의혹을 뒷받침할 수도, 반박할 수도 없다.
그가 어떤 의원이었나
본지 데이터로 확인되는 사실을 덧붙인다.
김 후보자는 1969년생, 판사 출신으로 경기 수원시갑에서 재선했다. 22대 국회 소속 상임위는 법제사법위원회다.
대표발의 법안은 87건이다. 소관위별로는 정무위원회 47건, 법제사법위원회 26건 순이다. 법사위 소속 의원이면서 정무위 소관 법안을 더 많이 냈다는 뜻인데, 내용은 자본시장법·공정거래법·하도급법·개인정보보호법·보훈 관계 법률에 집중돼 있다.
당론 이탈률은 0.1%다. 같은 날 지명된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1.1%)의 10분의 1이다. 본지 이념좌표에서 경제축은 -0.323으로 285명 중 35위, 당내에서도 분배·규제 쪽에 뚜렷하게 서 있다.
당론에 거의 이탈하지 않는 강성 개혁파라는 평가와, 검찰개혁 강경 노선의 최전선에 있었다는 평가가 겹친다. 야당은 그가 "대통령 재판 취소에 올인"했다고 비판한다.
청문회가 답해야 할 것
본지가 확인한 것과 확인하지 못한 것을 정리한다.
확인된 것 — 기소유예는 무혐의가 아니다. 헌법재판소 결정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공개된 고액후원 원장부에서 제약사 자금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확인되지 않은 것 — 경기도당 비자금 의혹은 지출에 관한 사안이라 공개 자료로 접근할 수 없다. 300만원 이하 소액 후원 내역도 마찬가지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을 지휘하는 자리다. 그 자리의 후보자가 검찰 처분의 효력을 헌법재판소에서 다투는 중이라는 사실 자체가, 청문회에서 가장 먼저 정리돼야 할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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