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beTimes

중국 반도체 장비 3대 중 1대가 이미 '차이나산'이다

류근웅류근웅 기자· 2026. 10. 4. PM 3:05:33· 수정 2026. 10. 4. PM 3:06:29

미국의 수출 규제가 중국 반도체를 무릎 꿇렸다는 설명과 달리, 숫자는 정반대를 가리킨다. 중국 팹에 반입되는 장비 3대 중 1대는 이제 중국산이다. 규제는 중국을 멈추지 못했고, 대신 국산화에 불을 붙였다.

규제는 견제가 아니라 연료가 됐다

헤럴드경제 집계로 중국의 전공정(프론트엔드) 장비 국산화율은 2024년 25%에서 2025년 말 35%로 1년 만에 10%포인트 올랐다. 로이터는 2025년 12월 중국이 신규 증설 라인에 국산 장비를 최소 50% 쓰도록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EUV 수출을 막을 때마다 중국은 에칭·증착·세정 같은 규제 밖 영역에서 자급 폭을 넓혔다. 정부가 의무화로 못박으면서 이제 국산 장비가 아니라 외산 장비가 밀려나는 국면이다.

중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 장비 시장

지역2025년 장비 빌링증감률
중국493억 달러-0.5%
대만315억 달러+90%
한국258억 달러+26%
전 세계1,351억 달러+15%

SEMI가 4월에 낸 연간 집계다. 중국 지출은 소폭 줄었지만 6년 연속 세계 최대 시장이고, 글로벌 장비 시장은 AI 수요에 브레이크가 없다. 시장이 커지는 만큼 '누구 장비로 채우느냐'가 힘의 문제가 됐다.

상위 20위 안에 중국 기업 3곳

니혼게이자이 집계로 글로벌 장비업체 매출 상위 20위 가운데 중국 기업은 3곳이다. 3년 만에 3배가 늘었다. 대표 주자 나우라(北方华创)의 2026년 상반기 매출은 201억 위안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4.9% 늘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내수 시장을 정부가 국산 장비로 밀어주는 구조 — 이보다 좋은 성장 환경은 없다.

웃는 한국 반도체, 등이 시린 소부장

한국은 장비 '시장'으로는 258억 달러, 26% 증가의 수혜다. 문제는 반도체 아래층이다. 중국의 국산화율이 35%에서 50% 의무화라는 벽으로 올라가면, 한국 장비·부품·소재 기업의 중국 매출이 구조적으로 준다. HBM 같은 완제품은 앞서 가지만, 그 아래 공급망은 중국이 안방부터 비우고 있는 셈이다. 매경이코노미도 중국의 중복 투자와 국산화가 K소부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대응을 주문했다.

반론: 35%가 첨단 자립은 아니다

신중한 시각도 있다. 국산화율 35%는 성숙공정 중심의 평균이고, 첨단 공정의 목줄인 노광장비는 여전히 ASML의 DUV에 의존한다. 중국 상하이의 SMEE가 최근 첨단 패키징용 노광장비 계약을 잇따라 따냈지만(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EUV급 격차는 좁히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국산화 속도가 곧 첨단 자립을 뜻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방향은 분명하다. 수출 통제는 기술 격차를 벌리는 도구가 아니라 상대의 자립 의지를 결집시키는 도구였다. 그 역설의 최전선에 중국이 있고, 그 옆에서 양쪽 규제에 끼인 채 시장을 지켜보는 한국이 있다. 완제품의 우위를 소부장의 시간과 바꾸는 계산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가 다음 물음이다.


분석 근거: SEMI 글로벌 반도체 장비 빌링 보고서(2026.4), 로이터·Business Times(국산 장비 50% 의무화, 2025.12), 니혼게이자이(장비업체 상위 20위 분석), 헤럴드경제·매경이코노미.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데일리 브리핑 구독

매일 아침 핵심 뉴스를 이메일로 받아보세요. 무료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