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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2.9%엔 합의, 폐업엔 합의 없었다

류근웅류근웅 기자· 2026. 8. 10. PM 7:03:10· 수정 2026. 8. 10. PM 7:03:19

2026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10,320원, 전년 대비 2.9% 오르는 선에서 정해졌다. 2008년 이후 17년 만에 노사가 표결 없이 합의한 결과라 정치권도 노동계도 이 숫자를 '상생'의 증거로 내세웠다. 그런데 같은 시기 국세청 통계는 정반대 얘기를 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폐업 신고는 62만 4천 건으로 관련 통계 집계 이래 반기 기준 최고치를 찍었다. 합의는 임금 테이블 위에서 끝났지만, 그 결과를 몸으로 받아내는 쪽은 따로 있었다는 뜻이다.

인상률 자체는 온건했다

2.9%라는 숫자만 놓고 보면 최근 10년 흐름에서 특별히 과격한 인상은 아니다. 인상액은 290원, 월 환산으로는 209시간 기준 2,156,880원이다. 경영계는 심의 초반 동결을 주장했다가 내수 부진과 민생 여론을 의식해 인상 쪽으로 선회했고, 노동계는 인상 폭이 기대에 못 미친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표면적으로는 양측 모두 물러선 절충안이다.

그런데 폐업은 합의를 몰랐다

국세청의 2026년 상반기 사업자 등록 현황을 보면 폐업 62만 4천 건은 전년 동기 대비 14.7% 늘었고, 코로나19 최악기였던 2022년 상반기(57만 8천 건)보다도 8% 많다. 같은 기간 신규 창업은 47만 3천 건으로, 창업 대비 폐업 비율이 1.32배에 달했다. 문을 닫는 속도가 여는 속도를 앞지른 셈이다.

업종상반기 폐업 건수비중
음식점업18만 5천 건29.6%
도소매업15만 7천 건-
서비스업11만 3천 건-
숙박업4만 2천 건-

폐업 사유는 매출 부진(41.2%)이 1위였고, 인건비·임대료 부담(28.7%), 대출 상환 압박(17.4%)이 뒤를 이었다. 인건비는 명백한 요인이지만 1위는 아니다. 최저임금을 유일한 원흉으로 지목하는 것도, 무관하다고 선을 긋는 것도 데이터와 맞지 않는다.

최저임금 미만율이 보여주는 이중구조

2024년 기준 법정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는 276만 1천 명, 전체 임금근로자의 12.5%다. 주휴수당을 반영한 실질 기준으로는 21.1%까지 올라간다. 이 수치는 규모에 따라 극단적으로 갈린다. 5인 미만 사업체의 미만율은 44.7%인 반면 300인 이상 사업체는 4.6%에 그친다. 숙박·음식점업만 떼어 보면 미만율이 51.3%다. 같은 최저임금이지만 대기업과 영세 자영업자가 감당하는 무게는 전혀 다르다.

반론: 인건비만 탓하면 틀린다

서강대 경제학부 안태현 교수의 연구는 최저임금 10% 인상 시 창업 3년 미만 고용 자영업자의 폐업확률이 8.4%포인트 오른다고 추정했다. 다만 같은 연구에서 전체 자영업자의 폐업확률 상승분은 0.7%포인트에 그친다. 즉 타격은 신생·영세 사업장에 집중되고, 자영업 전체의 위기를 최저임금 하나로 설명하는 건 과장이다. 매출 부진이 폐업 사유 1위라는 사실도 내수와 소비 여건이 더 근본적인 변수임을 보여준다.

그래서 한국은

노사가 표 대결 없이 합의했다는 사실 자체는 절차적으로 진일보한 결과다. 문제는 그 합의가 업종별·규모별 미만율 격차나 폐업 통계를 반영하지 못한 채, 전국 단일 시급이라는 틀 안에서만 이뤄졌다는 점이다. 숙박·음식점업 미만율이 51.3%에 달하는 상황에서 획일적 인상만 반복하면, 합의의 상징성과 현장의 붕괴 속도는 계속 따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업종별 구분 적용 논의를 매번 표결 문턱에서 접어온 관행부터 다시 짚어볼 시점이다.


분석 근거: 고용노동부, 국세청 2026년 상반기 사업자 등록 현황(비즈포커스 보도), KDI 경제정보센터 '2024년 최저임금 미만율 분석', 헤럴드경제(서강대 안태현 교수 연구 인용).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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