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beTimes

치매 환자 가두지 말고 뇌에 맞춰 집을 고친다

박세미박세미 기자· 2026. 9. 30. AM 9:01:03· 수정 2026. 9. 30. AM 9:02:11

히트뉴스 취재팀은 치매 특집 '사라지는 기억, 남겨진 사람들'의 외전에서 치매 환자의 생활 공간에 주목했다. 약물 치료가 아닌 집과 공간을 바꾸는 방식으로 환자와 가족의 일상을 지탱하는 실제 돌봄 대안을 소개한다.

뇌의 변화에 맞춘 집, '뉴로테리어'

취재팀은 지난 10일 손혜주 중앙대학교병원 핵의학과 교수와 인터뷰했다. 손 교수가 내놓은 개념은 '뉴로테리어(Neuroterior)'다. 치매 환자의 인지기능과 행동 특성에 맞춰 조명과 색상, 가구 배치, 수납, 이동 동선 등 주거환경을 설계하는 방식이다. 핵심은 환자의 행동을 일방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을 개선해 남아 있는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돕는 데 있다. 그는 "우리는 치매 환자의 '실종'이라는 측면에서만 이 문제를 보기 때문에 문을 걸어 잠그고, 뇌의 본능을 억압하고 통제한다"며 "그들이 왜 나가는지, 무엇을 찾으려 하는지 이해하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인지기능이 저하되면 집에서도 화장실을 찾지 못하거나 문과 벽을 혼동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법들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벽과 바닥의 밝기 차이를 두고, 변기나 문손잡이처럼 자주 쓰는 물건은 배경과 색을 구분하면 사물을 찾고 공간의 용도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광택이 강한 바닥은 물이 고여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 무광택 소재와 단순한 패턴이 낫다. 야간 화장실 이용 시 낙상 위험을 고려해 수면을 위한 어둠과 안전한 이동을 위한 빛을 함께 설계한다.

물건 배치도 인지적 부담을 줄이는 수단이 된다. 리모컨에서 자주 쓰는 버튼만 남기고 나머지를 가리는 식이다. 옷장에는 다음 날 입을 옷을 한 벌만 준비해 속옷부터 겉옷, 신발까지 입는 순서대로 두면 환자가 차례로 스스로 옷을 입을 수 있다. 손혜주 교수는 "뉴로테리어의 핵심은 거창한 공사나 고가의 인테리어 자재가 아니다. 뇌 의학에 기반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런 접근은 집을 넘어 마을 단위로 확장되기도 한다. 네덜란드 비스프의 호그베이크는 치매 환자의 이동을 제한하는 대신 일상을 유지하도록 설계된 치매 전문 주거 모델이다. 슈퍼마켓과 카페, 식당, 극장, 공원까지 갖춘 마을에서 거주자들은 직원의 도움을 받아 장을 보고 산책하며 일상을 이어간다. 의료진은 간호복 대신 상점 직원이나 카페 종업원 역할을 맡아 환자가 시설에 있다는 느낌을 최소화했다. 손 교수는 호그베이크의 의미를 '질문의 전환'에서 찾았다. 그는 "돌봄에서 우리는 보통 '위험을 없애려면 무엇을 금지할까'를 묻는데, 호그베이크는 '어떤 지원이 있으면 이 활동을 계속할 수 있을까'를 묻는다"고 말했다. 산책을 스스로 선택하고 식탁을 차리며 다른 사람을 만나는 하루는 보호만 받으며 보내는 하루와 다르다는 것이다.

취재팀은 특집에서 다루지 못했던 치매 치료제 개발 현장의 이야기도 함께 전했다. 히트뉴스는 김대수 KAIST 교수와 손혜주 중앙대학교병원 핵의학과 교수를 만나 치매 치료제 개발이 왜 어려운지를 물었다.

데일리 브리핑 구독

매일 아침 핵심 뉴스를 이메일로 받아보세요. 무료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