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쏟아도 못 막는 지방소멸의 역설
정부는 2022년부터 매년 1조원, 10년간 10조원을 지방에 쏟아붓기로 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전국 소멸위험지역은 줄기는커녕 늘었다. 2022년 3월 113곳이던 소멸위험지역은 2024년 3월 130곳으로 늘었고, 광역시 중 처음으로 부산이 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돈은 커졌는데 지도는 더 붉어졌다.
숫자로 본 소멸, 부산까지 넘어갔다
한국고용정보원 집계로 2024년 3월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 중 130곳(57.0%)이 소멸위험지역이다.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소멸위험지수가 0.5 미만이면 이 범주에 든다. 이 중 57곳(25.0%)은 지수가 0.2 미만인 소멸고위험지역이다. 부산은 소멸위험지수 0.490을 기록하며 7대 특·광역시 중 처음 진입했고, 영도구는 0.256으로 전국 최상위권 위험지역에 올랐다.
기금은 커졌는데 성적표는 왜 이런가
행정안전부는 2021년 10월 인구감소지역 89곳(89/228, 약 39%)을 지정하고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배정해왔다. 그런데 기금 초기 집행률은 2022년 기준 37.6%에 그쳤다. 202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사업 분야별 집행 현황을 보면 문화·관광이 25%로 가장 크고 산업·일자리 23.7%, 주거 19.2% 순이며, 정작 정주 여건과 직결되는 교육(8.9%)·보육(4.9%)·노인의료(5.3%) 비중은 낮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직접 지원 대신 펀드 조성으로 재원이 흩어지는 구조를 지적한 바 있다.
| 구분 | 시점 | 수치 |
|---|---|---|
| 소멸위험지역 | 2022년 3월 | 113곳(49.6%) |
| 소멸위험지역 | 2024년 3월 | 130곳(57.0%), 고위험 57곳 |
| 인구감소지역(행안부 지정) | 2021년 10월~ | 89곳(약 39%) + 관심지역 18곳 |
| 소멸대응기금 초기 집행률 | 2022년 | 37.6% |
돈보다 사람이 떠나는 이유가 먼저다
지방 소멸의 1차 원인은 저출산이 아니라 청년, 특히 여성의 수도권 유출이다. 부산만 해도 20~39세 여성 인구는 36만 명대에 그치는데 65세 이상은 76만 명을 넘는다. 지역에 남아도 다닐 일자리와 기업이 없으면 세금으로 지은 관광시설은 인구를 붙잡지 못한다. 정주 인구가 아니라 방문객 통계로 성과를 포장하는 사업 구조 자체가 문제로 지목되는 이유다.
반론도 있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시각
기금 도입 3년 만에 실패를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반론도 있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10년 단위 사업으로 설계됐고, 행안부는 집행 성과가 낮은 지자체에는 배분액을 줄이고 성과가 좋은 곳에 더 얹어주는 방식으로 제도를 손보고 있다. 초기 정착이 늦은 사업이 후반부에 효과를 내는 사례도 지역개발 정책에서는 드물지 않다.
재정보다 규제와 일자리가 관건이다
예산 규모를 늘리는 방식만으로는 인구 유출 흐름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게 지금까지의 성적표다. 지방에 실질 일자리를 만드는 규제 완화, 기업 이전 인센티브, 지역 노동시장 유연화 없이 관광시설과 이벤트성 사업에 예산을 태우면 통계는 다시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다음 인구감소지역 재지정이 예정된 시점에, 예산 집행 방식 자체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분석 근거: 한국고용정보원 '지역산업과 고용', 부산일보, 여성신문, 행정안전부 보도자료, 대한민국 정책브리핑(korea.kr), 국회예산정책처 연구용역 보고서, KDI 경제정보센터.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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