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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지 않는 원화, 밤에도 국경 넘는다…첫 거래 14억원의 신호

류근웅류근웅 기자· 9/22/2026, 11:07:51 AM· Updated 9/22/2026, 11:07:59 AM

원화는 어제까지 밤이 되면 국경을 넘지 못하는 통화였다. 서울의 결제망이 문을 닫는 시간에 뉴욕과 런던의 투자자는 원화를 움직일 방법이 없었고, 이 제약은 시장의 문턱으로 남았다. 9월 21일 한국은행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과 함께 영업일 24시간 원화 국제결제망의 시범운영을 시작했고, 첫 거래로 은행 간 14억 원 결제가 이뤄졌다. 금액 자체는 시험 수준이지만, 통화의 '영업시간'을 확장했다는 점에서 자리매김이 다르다.

14억 원으로 시작한 24시간 원화

한국은행과 4개 시중은행은 21일부터 원화국제결제망을 영업일 기준 24시간 시범 운영한다(연합뉴스, 베타뉴스). 첫날 거래는 국내 은행 사이 14억 원 규모 결제였다(ebn). 그동안 원화의 최종 결제는 국내 결제망의 주간 운영시간에 묶여 있었다. 조세일보는 이를 "원화, 밤에도 국경 넘는다"고 표현했다. 같은 원화가 서울의 밤에도 은행 간에 오갈 수 있게 된 것이다.

구분종전9월 21일부터
운영 시간국내 결제망 주간 운영시간영업일 24시간
참가 기관국내 결제망 이용 기관4대 시중은행(외국계 확대 예정)
첫 거래은행 간 14억 원
본운영2027년 1월 계획

시차라는 이름의 시장 장벽

서울과 뉴욕의 영업시간은 사실상 겹치지 않는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원화 자산을 사고팔 때 결제 절차를 한국의 낮에 맞춰야 한다는 뜻이다. 녹색경제신문은 이번 시범운영으로 "외국인의 자국 시간대 원화결제 길이 열렸다"고 보도했다. 아주경제는 정부가 이 인프라를 MSCI 선진지수 편입 논의에서 제기돼온 투자 불편 해소책으로 추진해왔다고 전했다. 시장의 크기와 결제 인프라의 수준이 어긋나 있었던 셈이다.

RFI-K, 역외 원화의 법적 주춧돌

결제망만으로는 부족하다. 9월 16일 시행된 해외원화업무취급기관(RFI-K) 제도가 제도적 짝을 맞춘다(대한경제, 연합뉴스). 등록한 외국 금융기관은 해외에서도 원화로 거래·결제할 수 있다. 인프라(결제망)와 규칙(RFI-K)이 맞물려야 역외 원화 시장이 성립한다는 게 이번 설계의 골자다. 연합인포맥스는 외국계 은행의 합류와 RFI-K 등록 확대가 활성화의 관건이라고 짚었다.

시점내용
7월 21일한은, 9월 시범운영·4대은행 참가 발표
8월 말야간 비상 매뉴얼 마련, 이체·결제 테스트(연합인포맥스)
9월 16일RFI-K 제도 시행
9월 21일시범운영 개시, 첫 거래 14억 원
2027년 1월본운영 계획

시장이 보는 실익

시중은행은 역외 원화 결제를 비이자이익의 새 영토로 본다(한국정경신문). 원·달러 환율이 1370~1380원대를 오가는 국면에서 외국인 자금의 출입 문턱을 낮추는 것은 규제 완화가 아니라 시장 기반 시설에 대한 투자다. 달러 결제망을 거치지 않고 원화로 시작해 원화로 끝나는 거래의 비중이 커야 통화 사용의 주도권이 생긴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반론과 남은 과제

반대 방향의 논리도 분명하다. 결제망이 밤까지 열리면 야간 유동성 부족과 운영 장애 대응 부담이 커진다. 한은이 별도의 비상 매뉴얼을 마련한 것부터가 그 리스크를 인정한 것이다. 역외 원화 시장이 커면 환율 변동성이 국경 없이 옮겨 올 수 있고, 외환 건전성 관리의 난이도는 올라간다. 무엇보다 첫 거래 14억 원은 검증이 아니라 취지 확인에 가깝고, 실제 성패는 해외 수요와 외국계 금융기관의 참여 속도가 결정한다.

통화의 지위는 정부의 선언이 아니라 언제·어디서나 결제할 수 있는 인프라가 정한다. 국경 없는 자본이 오가는 시대에 시차를 이유로 문을 닫는 통화는 스스로 할인율을 매기는 셈이었다. 14억 원의 첫 거래가 2027년 1월 본운영과 외국계 참여로 이어질 때 원화는 처음으로 '시차 없는 통화'의 자격을 시험받는다.


분석 근거: 연합뉴스, 연합인포맥스, 아시아경제, 베타뉴스, 대한경제, 한국정경신문, 조세일보 보도(2026년 7~9월).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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