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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강세 두 달 연속 세계 1위…축포 뒤에 보이는 '외날 경제'

류근웅류근웅 기자· 10/27/2026, 11:13:12 AM· Updated 10/27/2026, 11:58:44 AM

원화가 지금 두 개의 얼굴을 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실질실효환율 기준 원화 가치 상승폭은 8월과 9월 두 달 연속 조사 대상 64개 경제권 가운데 1위였다. 1994년 통계 집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런데 이 기록을 만든 엔진은 반도체 하나다. 한국은행은 3분기 국내총생산 증가분의 절반을 반도체가 낸 것으로 집계했다.

17년 만 바닥에서 석 달 만에 11.7% 뛴 통화

원화 실질가치는 올해 6월 83.03(2020년=100)까지 떨어지며 2009년 3월 이후 17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그로부터 석 달 만인 9월엔 92.73까지 올랐다. 누적 상승폭 11.7%다. 원·달러 환율은 6월 월평균 1,528.0원에서 9월 1,358.8원으로 내려왔고, 10월 23일엔 1,324.6원으로 약 2년 만의 최저를 찍었다. 27일 서울환시에서는 1320원대 등락이다.

시점원/달러 환율
6월 월평균1,528.0원
9월 월평균1,358.8원
10월 26일 종가1,323.1원

흑자의 크기가 통화를 밀어올렸다

강세의 원인은 수급이다. 올해 1~8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2,792억 달러로 전년 동기(696.7억 달러)의 네 배다. 2분기 흑자 1,166.3억 달러는 중국에 이은 세계 2위로, 독일과 일본의 합계(1,028.9억 달러)를 1996년 통계 비교 이래 처음 앞질렀다. 3분기 메모리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11.6% 늘어난 1,307억 달러였다. 시장 참가자들이 반도체업체의 달러 매도 물량을 환율 하락 요인으로 꼽는 이유다.

지표수치
1~8월 경상흑자2,792억 달러(전년 동기 4배)
2분기 흑자1,166.3억 달러, 세계 2위
올해 전망(IMF)4,219.5억 달러 · GDP 대비 18.8%

IMF는 10월 세계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경상흑자를 4,219.5억 달러로 전망했다. 국내총생산 대비 비율 18.8%는 1980년 이후 최고치다.

강세는 축포이자 압박이다

원화 강세는 사는 사람에게 유리하다. 수입물가 부담이 줄고 해외여행과 유류 비용이 내려간다. 반대로 수출기엔 마진 압박이다. 환율이 1300원대로 내려온 만큼 단가 방어력이 약한 중소 수출기업부터 체감이 커진다. 우리은행 민경원 연구원은 이번 주 환율이 "1320원 지지선을 테스트한 후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이 강세를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신호다.

반론: 이 흑자, 3년 뒤 줄어든다

낙관만 할 판이 아니다. IMF 전망은 2029년 한국 경상흑자가 2,957억 달러로 쪼그라들며 세계 3위로 내려앉는다고 본다. 가톨릭대 양준석 교수는 가격 급등에 기반한 흑자를 경계하며 호황기 구조조정을 주문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이재우 객원연구위원은 한국 경제 전체가 반도체 사이클에 연동돼 장기금리·환율·반도체 가격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고 짚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대미 투자 약속이 파트너국 통화가치와 실질소득에 부담을 주는 '역마셜플랜'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좋은 문제를 낭비할 때가 아니다

환율을 인위적으로 막을 판이 아니다. 통화가치는 시장이 매긴 점수고, 점수가 높다는 건 그만큼 외화가 들어와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 흑자를 어디에 쓰느냐다. 반도체 호황의 수명을 아무도 보증하지 않는다. 한국은행이 올해 연간 흑자를 4,500억 달러로 전망하는 만큼, 세금을 늘리고 규제를 쌓기 좋은 때가 아니라 다음 하강 사이클 오기 전에 재정을 정리하고 산업을 나눌 때다. 두 달 연속 세계 1위는 한국 경제의 체력 증명이지 영구 보증서가 아니다.


분석 근거: 국제결제은행(BIS) 실효환율 통계, IMF 10월 세계경제전망,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한국경제, 이데일리, 헤럴드경제.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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