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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문 좁히고 논밭 문 넓힌 외국인력 쿼터

류근웅류근웅 기자· 2026/7/30 13:02:52· Updated 2026/7/30 15:32:15

같은 정부가 같은 해에 정반대 결정을 내렸다. 제조업과 건설업 현장에 들어올 외국인 근로자(E-9) 쿼터는 2024년 16만5000명에서 2026년 8만명으로 반토막 났는데, 농촌 계절근로자 배정은 9만3503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같은 '인력난'이라는 말을 쓰면서도 산업별로 문을 여닫는 방향이 갈렸다.

숫자로 확인되는 엇갈린 신호

고용노동부의 2026년 고용허가제(E-9) 일반 쿼터는 8만명으로, 2025년 13만명보다 크게 줄었다. 같은 시기 법무부·농림축산식품부는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9만3503명 배정해 2025년 9만6000명 수준에서 한 차례 조정을 거쳤지만 여전히 역대 최대 규모를 유지했다. 한쪽은 축소, 한쪽은 확대라는 상반된 궤적이다.

공장 쿼터가 줄어든 배경

고용노동부는 감축 근거로 코로나19 이후 급증했던 인력 수요가 안정화됐고 제조업·건설업 빈일자리가 뚜렷하게 줄었다는 점을 들었다. 실제로 2026년 7월 기준 건설업 취업자는 35개월 연속, 제조업은 1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감이 줄어드는 업종에 외국인력을 더 넣을 이유가 없다는 논리는 표면적으로는 합리적이다.

논밭 쿼터가 늘어난 배경

농업 쪽 사정은 다르다. 농번기인 4~6월과 9~10월 인력 수요가 연간 수요의 61.6%를 차지할 만큼 계절 편중이 심하고, 농촌 고령화로 국내 인력 공급 자체가 마르고 있다. 농협이 계절근로자를 직접 고용해 소규모 농가에 하루 단위로 공급하는 '공공형 계절근로'도 지난해 91개소·3067명에서 올해 142개소·5039명으로 늘었다. 경기가 아니라 인구구조가 쿼터를 밀어 올린 셈이다.

구분202420252026
E-9 일반 쿼터(제조·건설 등)16만5000명13만명8만명
외국인 계절근로자(농업)-9만6000명9만3503명

현장 체감과 정부 결정의 괴리

2025년 9월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45.2%는 2026년 외국인력 도입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고 답했다. 1년 전 조사에서 '올해 수준 유지' 응답이 89.3%였던 것과 대비되는 변화다. 정부는 통계상 빈일자리 감소를 근거로 쿼터를 줄였지만, 현장 체감은 오히려 인력난이 심해졌다는 쪽에 가깝다. 내국인 일자리 잠식을 우려하는 반론도 있다. 자국민 청년 고용률이 부진한 상황에서 저임금 외국인력 공급을 늘리면 임금 상승 압력과 청년 일자리 개선 유인이 함께 줄어든다는 지적이다.

쿼터는 관료의 계산이지 시장의 신호가 아니다

E-9 제도는 업종별 총량을 정부가 매년 다시 정하는 구조라, 현장 수요와 통계 지표 사이에 시차가 생기면 그대로 왜곡으로 이어진다. 제조업 쿼터를 절반으로 줄인 근거가 된 '빈일자리 감소'는 경기 위축의 결과일 수도 있고, 어렵게 사업을 접은 기업이 통계에서 빠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총량 배분을 관료가 매년 새로 계산하는 대신, 업종별 구인난 지표처럼 검증 가능한 시장 신호에 연동하는 쪽이 정치적 안배보다 현실을 더 빨리 따라잡을 가능성이 크다.


분석 근거: 고용노동부·법무부·농림축산식품부 발표자료, KDI 경제정보센터, 이투데이, 디지털타임스, 파이낸셜뉴스, 전국인력신문 보도.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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