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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패권, 한국의 무기이자 약점

류근웅류근웅 기자· 2026/7/31 9:01:57· Updated 2026/7/31 10:35:12

메모리 반도체는 지금 한국 경제가 쥔 몇 안 되는 협상 카드다. 동시에 워싱턴이 규정 한 줄만 고치면 흔들리는 약점이기도 하다. AI 칩 전쟁의 승부처인 HBM(고대역폭메모리)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세계 시장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지만, 그 구도는 마이크론의 추격과 미국 수출통제라는 두 축에 의해 매 분기 재조정되고 있다.

숫자로 보는 패권 — 하지만 좁아지는 격차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집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점유율은 2025년 1분기 69%에서 4분기 57%로 12%포인트 줄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13%에서 22%로, 마이크론은 18%에서 21%로 각각 올라섰다. SK하이닉스의 절대 우위는 여전하지만 방향은 분명히 좁혀지는 쪽이다.

구분2025년 1분기2025년 4분기
SK하이닉스69%57%
삼성전자13%22%
마이크론18%21%

엔비디아 루빈이라는 단일 관문

엔비디아 차세대 슈퍼칩 '베라 루빈'에 탑재되는 6세대 HBM4는 SK하이닉스가 약 70%, 삼성전자가 약 30% 비중으로 공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AMD 등 엔비디아 외 고객을 포함한 전체 HBM4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 54~55%, 삼성전자 28~29%, 마이크론 17~18% 구도가 예상된다. 결국 한국 두 회사가 세계 최첨단 AI 칩의 메모리 병목을 사실상 독점하는 셈이다. 이 구조가 한국을 미국의 AI 확산 규칙에서 예외로 만든 배경이기도 하다.

우방국 명단에 이름을 올린 대가

미국은 AI 반도체 수출을 국가별로 등급화해, 한국을 일본·대만·영국·독일 등 18개국과 함께 제한 없이 미국산 AI 칩을 구매할 수 있는 최상위 그룹에 편입시켰다. 1등급 국가는 25%, 2등급 국가는 7%까지만 허용되고 중국·북한·러시아·이란 등은 사실상 봉쇄된다. 한국이 예외 대우를 받는 이유는 단순하다 —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없이는 엔비디아의 로드맵 자체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우대는 미국 상무부의 정책 판단 하나로 언제든 재조정될 수 있는 조건부 지위이기도 하다.

반론: 종속이 아니라 상호의존이라는 시각

일부에서는 이 구도를 '한국의 미국 종속'으로만 읽는 것이 지나치다고 본다. HBM 생산 능력을 대체할 공급자가 사실상 없는 상황에서, 수출통제 예외는 한국이 협상력을 갖고 있다는 증거로도 해석된다. SK하이닉스는 2026년 HBM 매출을 41조원대로, 삼성전자는 24조원대로 각각 전망하고 있어 실적 자체는 두 회사 모두 견조하다. 종속과 레버리지는 같은 사실의 다른 이름일 수 있다.

균열의 방향이 말해주는 것

마이크론의 점유율 상승은 SK하이닉스·삼성전자 양강 구도가 3파전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신호다. 여기에 UBS는 2027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40% 안팎으로 수렴할 것으로 내다본다. 한국의 협상력은 '독점'이 아니라 '과점 속 우위'로 재정의되고 있으며, 그 우위를 지키는 변수는 기술 격차이지 미국의 호의가 아니다.


분석 근거: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뉴데일리경제, 초이스스탁US, 경향신문, SK하이닉스 뉴스룸, Investing.com(UBS 보고서 인용).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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