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는 올해 짓는데, 전기는 2035년에 온다
9월 11일부터 '소형모듈원자로 개발 촉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SMR 특별법)이 시행됐다. 문제는 시계다. 정부가 SK·GS·네이버 등 550조 원 민간 투자로 짓겠다고 한 AI 데이터센터는 지금 올라가는데, 그 전기를 감당할 한국형 SMR의 상용화 목표는 2034년이다. 이 시간 격차가 향후 10년 한국 전력 판도를 정한다.
전망은 개정될 때마다 커진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데이터센터 수요 전망은 개정할 때마다 뛰었다. 10차 계획은 2036년 1.4GW로 봤고, 11차는 2038년 4.4GW를 찍었다. 12차는 기본 시나리오에서 2040년까지 26.5TWh·4.0GW를 추가 수요로 산정하고, 상향 시나리오에서는 7.9GW를 더 본다. 어느 숫자를 택하든 결론은 같다. 수요는 확정됐는데 공급 설비는 아직 도면이다.
| 계획 | 기준 연도 | 데이터센터 전망 |
|---|---|---|
| 10차 | 2036 | 1.4GW |
| 11차 | 2038 | 4.4GW |
| 12차(기본) | 2040 | 4.0GW·26.5TWh |
| 12차(상향) | 2040 | +7.9GW |
빅테크는 원전을 직접 사러 갔다
MS는 콘스텔레이션에너지와 20년 전력구매계약을 맺고 1979년 사고로 멈춰 있던 스리마일섬 1호기의 재가동을 밀었다. 16억 달러가 투입되며 재가동 시기도 2028년에서 2027년으로 앞당겨졌다. 구글은 SMR 개발사 카이로스파워와 2035년까지 500MW를 사들이는 계약을 체결했다. 정부 계획이 나오기 전에 기업이 자본을 걸고 계약서부터 썼다. 전력을 못 구하면 투자가 새어나간다는 걸 시장이 먼저 계산한 것이다.
법은 통과했는데 살림은 빠져 있다
SMR 특별법은 5년 단위 기본계획, 민관 공동출자 회사 설립, 실증 부지 지원 근거를 담았다. 그러나 세제 혜택과 수요 확보, 핵연료 확충 방안은 빠졌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국내에선 대형 원전이 버티고 있어 SMR 시장이 제한적인데, 해외에선 IAEA 기준 83개, OECD 기준 127개 설계가 경쟁 중이고 2050년까지 살아남을 승자는 5~10개로 점쳐진다. 한국형 i-SMR 목표가 2034년인 사이 미국 뉴스케일은 2030년경 상용화를 노린다.
| 구분 | 시점 |
|---|---|
| SMR 특별법 시행 | 2026년 9월 11일 |
| 미국 뉴스케일 상용화 목표 | 2030년경 |
| 한국 i-SMR 상용화 목표 | 2034년 |
| 한국 용융염원자로(MSR) 목표 | 2037년 |
반론도 있다
환경단체는 재생에너지 우선 순위가 흔들리고 원자력 안전 규제가 속도전에 밀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AI 전력수요 전망 자체가 부풀려졌고 그 전망이 꺾이면 SMR 투자는 과잉 설비로 남을 수 있다는 반론도 성립한다. 12차 계획이 사상 처음 복수 시나리오를 쓴 것 자체가 정부도 확신이 없다는 방증이다.
관문은 부지가 아니라 인허가다
부산 기장에 국내 첫 SMR, 경북 영덕에 신규 대형 원전이 예정됐다. 그러나 승부처는 부지가 아니라 절차의 시계다. 데이터센터 공기(工期)와 원자로 인허가 기간의 격차를 좁히는 일이 기술 개발보다 먼저다. 정부가 할 일은 수요를 지정하는 게 아니라 규제의 속도를 시장의 속도에 맞추는 것이고, 그 시험은 법 시행 선언이 아니라 첫 실증 허가에서 시작된다.
분석 근거: 정책브리핑(과학기술정보통신부), 뉴시스, ES뉴스, 데이터이코노미, 한국경제, 연합뉴스.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