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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15%의 대가, 3500억 달러 청구서

류근웅류근웅 기자· 2026/8/1 11:02:29· Updated 2026/8/1 11:46:01

1년 전 오늘, 한국은 마감 하루를 남기고 미국과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상호관세율은 25%에서 15%로 낮아졌고 정부는 이를 통상 역사상 최대 성과로 꼽는다. 하지만 그 대가로 조성한 3500억 달러 투자펀드와 반도체에 쏠린 수출 구조를 뜯어보면, 협상 성적표는 숫자 하나로 요약되지 않는다.

관세 25%를 15%로 낮춘 산수

2025년 10월 29일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에서 한국은 상호관세와 자동차·부품 관세를 각각 25%에서 15%로 낮췄다. 반도체는 최혜국 대우를 약속받아 경쟁국보다 불리한 세율을 적용받지 않게 됐다. 일본, EU와 같은 15% 관세율을 확보하며 최소한의 경쟁 조건은 지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가는 작지 않았다. 한국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를 조성하고 향후 4년간 1000억 달러 규모의 LNG 등 에너지를 구매하기로 약속했다.

구분협상 전협상 후
상호관세25%15%
자동차·부품 관세25%15%

7000억 달러 수출, 반도체가 다 했다

지난해 수출은 7093억 달러로 전년보다 3.8% 늘며 1948년 이후 77년 만에 처음 7000억 달러를 넘었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수출이 9244억 달러까지 늘어 9000억 달러 시대를 열 것으로 내다본다. 문제는 이 증가분의 대부분이 반도체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반도체를 뺀 수출은 올해 1.7% 성장에 그칠 전망이어서, 숫자만 보면 화려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편중이 심하다.

대만은 웃고, 미국행 전기차는 사라졌다

반도체 수출에서 대만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9.0%에서 2025년 19.9%로 뛰며 수출 대상국 순위가 4위에서 2위로 올랐다. 반면 국산 전기차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33.6%에서 5.2%로 주저앉았다. 미국 현지 생산과 하이브리드 확대로 대응하며 완성차 대미 수출액은 301억 달러로 여전히 최대 시장 지위를 지켰지만, 전기차만 놓고 보면 관세와 보조금 장벽 앞에서 물러선 모습이다. 같은 기간 국내 자동차 수입 시장에서 중국산 비중은 3.5%에서 37.2%로 뛰었고, 전기차 수입만 따지면 열 대 중 일곱 대가 중국산이다.

지표(2022→2025)20222025
반도체 수출 중 대만 비중9.0%19.9%
전기차 수출 중 미국 비중33.6%5.2%
자동차 수입 중 중국산 비중3.5%37.2%

3500억 달러, 시장인가 관치인가

투자펀드를 집행할 한미전략투자공사(KUIC)는 지난 6월 18일 세종시에서 출범했다. 산업통상부 장관이 위원장인 사업관리위원회가 상업적 합리성을 판단하고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끄는 운영위원회가 최종 의결하는 구조다. 하반기 선정될 1호 투자 프로젝트로는 소형모듈원전(SMR)과 LNG 수출터미널이 거론된다. 민간 자본이 수익성을 따져 움직이는 대신 정부 위원회가 사업 타당성을 판정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시장 배분보다 관 주도 배분에 가깝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협상이 결렬됐다면 25% 관세가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 전반에 가했을 타격을 고려하면 손해 보는 거래는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관세는 지켰지만, 다음 청구서는 반도체 바깥에 있다

15%라는 숫자는 지켜냈지만 그 대가로 커진 반도체 의존과 전기차 시장 상실은 다음 협상에서 지렛대로 쓰기 어려운 카드다. 3500억 달러가 SMR과 LNG 터미널 같은 실물 자산으로 돌아온다면 투자로 남고, 정치적 일정에 맞춰 급조된 사업으로 흐른다면 청구서로 남는다. 반도체 바깥의 수출 산업을 다시 키우는 일이 이 협상의 다음 페이지다.


분석 근거: 한국경제, 아시아투데이, 아주경제, 헤럴드경제, 이코노뷰, 연합뉴스 계열 보도 등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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