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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은 없는데 전쟁은 시작됐다

류근웅류근웅 기자· 2026/8/10 11:02:03· Updated 2026/8/10 12:51:27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지금 법도 없이 전쟁부터 시작됐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은행·거래소를 끌어들여 유통망 싸움을 벌이는 사이, 정작 그 코인을 발행할 근거 법률은 국회에서 1년째 잠들어 있다. 시장은 뛰는데 규칙은 멈춰 있는 이 어긋남이야말로 지금 한국 금융 산업이 처한 위치를 가장 정직하게 보여준다.

은행 51% 룰, 혁신의 발목을 잡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법인의 지분 절반과 1주 이상을 은행이 보유해야 한다는 조항 때문에 1년 가까이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한국은행은 통화정책과 지급결제 안정, 예금 대체 가능성을 이유로 은행 중심 발행 구조가 필수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금융위원회는 과도한 지분 요건이 핀테크와 비은행권의 시장 진입을 막을 수 있다고 반발한다. 더불어민주당 정무위는 9월 정기국회에서 법안 처리를 목표로 절충안을 준비하고 있지만, 은행 연합이 지분 과반을 쥐고 핀테크가 사업과 기술을 맡는 절충 구조조차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해외는 이미 발행 단계로 넘어갔다

한국이 발행 주체를 놓고 논쟁하는 동안 다른 나라는 발행과 면허를 끝내고 시장에 코인을 풀었다. 일본은 2023년 자금결제법 개정 이후 JPYC가 실제로 엔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있고, 홍콩은 스테이블코인 조례를 시행해 HSBC 등에 첫 발행 면허를 내줬다. 미국은 지니어스법 제정 후 하위 규정을 정비하는 단계다.

국가제도화 단계
일본자금결제법 개정 후 JPYC 실제 발행
홍콩조례 시행, HSBC 등 첫 발행 면허 부여
미국지니어스법 제정, 하위 규정 마련 중
EUMiCA 집행 단계, 유로 컨소시엄 구성
한국기본법 국회 표류, 발행 주체 논쟁 중

민간은 법 없이도 베팅을 시작했다

네이버는 두나무와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해 네이버파이낸셜 아래 업비트 운영사를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그림을 짜고 있다. 하나은행은 두나무 지분 6.55%를 확보해 4대 주주로 들어갔고, 발행은 하나은행, 유통은 두나무, RWA 상품은 하나증권, 결제는 하나카드가 맡는 역할 분담 구조를 세웠다. 카카오는 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 역량을 모아 시중은행에 컨소시엄 구성을 제안하고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법이 없는데도 대기업들이 수천억 원대 지분 거래에 나선 건, 원화 결제 인프라의 다음 표준을 선점하는 싸움에서 늦으면 되돌릴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 사이 달러는 이미 시장을 채우고 있다

2026년 2월 말 기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약 3000억 달러이고, 이 중 테더(USDT)와 USDC 두 종목이 2000억 달러를 차지한다. 원화 표시 결제 코인이 없는 동안 한국 이용자와 기업의 국경 간 결제·예치 수요는 이미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흘러가고 있다. 법 하나를 못 만들어 미루는 사이 통화주권의 여백을 남의 화폐가 채우는 셈이다.

은행 중심론에도 일리는 있다

한국은행의 우려를 근거 없는 규제 본능으로만 볼 수는 없다. 예금이 스테이블코인으로 대거 이동하면 은행의 대출 재원이 줄고 통화정책 파급 경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은 해외 통화당국도 공유하는 문제의식이다. 다만 그 우려가 지분 50%+1주라는 경직된 소유 구조로만 풀려야 하는지는 별개의 질문이다. 준비자산 100% 보유 의무와 상환청구권, 공시체계 같은 행위 규제로도 같은 안정성을 확보할 여지는 있다.

9월 정기국회에서 법안이 다시 표류하면 민간의 베팅은 근거 없는 사업으로 남고, 원화 결제망의 표준은 이미 유통망을 깔아둔 달러 코인에 넘어갈 가능성이 커진다. 규칙을 정하는 속도가 이번만큼은 시장을 따라잡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분석 근거: 뉴스웍스, 이투데이, 데일리안, 시사저널, 블록미디어, 파이낸셜뉴스, 다음뉴스(연합인포맥스 등 제휴사) 보도.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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