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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만700원, 표결의 청구서

류근웅류근웅 기자· 2026/8/29 19:03:11· Updated 2026/8/29 19:03:24

2027년 최저임금은 노사 합의가 아니라 표결로 정해졌다. 저임금 노동자에게는 물가를 따라잡지 못한 생계비의 마지노선이지만, 창업한 지 3년이 안 된 자영업자에게는 폐업 확률을 8.4%포인트 끌어올리는 청구서다. 같은 숫자를 두고 두 세계가 정반대로 반응한다.

15 대 11, 합의 대신 표결로 끝난 심의

최저임금위원회는 7월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4차 전원회의에서 2027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700원으로 의결했다. 2026년 1만320원보다 380원, 3.7% 오른 액수다. 노사 합의가 불발되자 표결에 부쳐졌고 사용자위원 안이 15표, 노동계 안이 11표를 얻어 무효표 1표를 남기고 통과됐다. 노동계 2차 수정안은 1만1900원, 경영계 2차 수정안은 1만360원이었으니 표결 직전까지 간극은 1500원 넘게 벌어져 있었다.

인상률은 다시 3%대로 올라섰다

2021년 1.5%까지 떨어졌던 인상률은 코로나19 이후 반등해 2022년 5.1%, 2023년 5.0%를 기록했고, 2024~2025년 2.5%, 1.7%로 다시 낮아졌다가 2026년 2.9%, 2027년 3.7%로 올라섰다. 최근 3년만 보면 인상 속도가 다시 빨라지는 흐름이다.

연도최저시급(원)전년 대비
20218,720+1.5%
20229,160+5.1%
20239,620+5.0%
20249,860+2.5%
202510,030+1.7%
202610,320+2.9%
202710,700+3.7%

숫자가 가리키는 승자와 패자는 따로 있다

안태현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가 한국노동패널조사와 지역별고용조사(2013~2019년)로 분석한 논문 '최저임금과 자영업자: 한국의 사례'는 최저임금 10% 인상 시 자영업자 폐업 확률 변화를 계층별로 갈라놓는다. 고용원 없는 1인 자영업자는 오히려 0.4%포인트 낮아졌지만, 직원을 둔 자영업자는 2.6%포인트 올랐다. 창업 3년 미만 고용 자영업자는 8.4%포인트, 저소득 고용 자영업자는 8.8%포인트까지 뛰었다.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은 만인에게 균등하지 않고, 막 문을 연 소상공인 사장님에게 집중된다.

생계비는 여전히 못 따라간다는 반론도 있다

노동계 주장을 그대로 옮기면 반론은 이렇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심의 과정에서 “실태생계비의 상당 부분이 최저임금을 통해 보장되어야만 저임금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경계 밖으로 소외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고,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최저임금은 해마다 숫자가 올랐을 뿐 현실은 치솟는 물가를 따라잡지 못했다”고 말했다. 2025년 기준 실태생계비 중위값은 월 239만8000원인데, 2027년 최저임금을 주 40시간·월 209시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223만6300원으로 여전히 이에 못 미친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노동계 2차 수정안대로면 주휴수당을 포함한 인건비 부담이 연간 약 500만원 늘어난다고 반박했다.

표결로 정해지는 가격표의 대가

지난해 폐업 사업자는 97만6000개, 자영업자 대출 연체액은 22조원을 넘어섰다. 이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다시 노사 표결 15대 11이라는 정치적 셈법으로 결정됐다는 사실은, 시장의 임금 신호가 위원회 구도 하나로 좌우된다는 뜻이다. 생계비 보장이라는 명분과 소상공인의 지불 능력이라는 현실 중 어느 쪽도 숫자로는 완전히 승리하지 못했고, 그 결과는 창업 3년 미만 사장님들의 폐업 위험표로 고스란히 넘어갔다.


분석 근거: 헤럴드경제, 파이낸셜뉴스, 뉴스핌, 다음뉴스(연합뉴스 등 인용), 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노총 발표 자료, 안태현 서강대 교수 논문.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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