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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깎은 대가, 한국 에너지 국부가 미국 땅에 묻힌다

류근웅류근웅 기자· 2026/10/10 17:08:15· Updated 2026/10/10 20:59:29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부과하던 관세는 25%에서 15%로 내려왔다. 그 값으로 3,500억 달러의 한국 자본이 미국 에너지 인프라에 묶였다. 첫 사업으로 꺼내 든 카드가 텍사스 가스발전소, 원전 8기, 알래스카 천연가스로 모두 에너지라는 점이 합의의 실체를 보여준다. 관세율 숫자 몇 줄 아래에서 에너지 국부의 자리 이동이 진행 중이다.

관세 10%포인트의 값은 에너지로 치렀다

2025년 7월 양국이 합의하고 같은 해 10월 30일 세부가 타결되면서 자동차·부품 관세가 25%에서 15%로 내려왔다는 게 한국무역협회 정리다. 대가는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전략투자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 가운데 1,500억 달러는 조선 협력에 배정됐고, 현금투자에는 연간 200억 달러의 상한이 붙었다. 수출기업의 관세 부담은 줄었지만, 그 재원의 상당 몫이 에너지 사업으로 바뀌는 구조다.

사업규모상태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223억 달러·6,472MW1호 사업 확정, 2029년 1단계 운전
미국 내 원전 8기1,200억 달러(러트닉 발언)프레임워크 합의, 최소 2기 APR1400
알래스카 LNG500억 달러 이상(미국 측 주장)'검토 착수' 합의, 투자 여부 미정

첫 패는 텍사스, 값을 치르는 쪽은 AI다

1호 사업은 텍사스 엔시날에 짓는 6,472MW 규모 가스복합화력발전소다. 총사업비 223억 달러를 투입해 2029년 1단계 상업운전을 시작하고 2032년 전체 설비를 가동한다. 발전소가 인근 AI 데이터센터에 전기를 직접 공급하는 구조라 수요처가 계약을 끌고 간다. 세 사업 가운데 사업성 불확실성이 가장 작은 카드라는 평가다. 다만 한국이 발전소를 지어 미국의 AI 전력난을 대신 끌어안는 그림이라는 점은 바뀌지 않는다.

원전 8기, 시장은 넓어지되 돈은 나간다

2호 사업군은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 건설이다. 양국은 '한미 원전 프레임워크'를 구성했고 최소 2기에 한국형 APR1400이 적용된다. 미 상무부 러트닉 장관은 원전에 1,200억 달러가 투입된다고 밝혔다. 미국의 원전 재건 흐름에 국내 원전 산업이 시장을 얻는다는 계산이 성립하는 대목이지만, 건설 비용은 대미 투자 기금에서 충당된다. 시장 진입의 기회값을 한국 자본이 먼저 지불하는 거래다.

알래스카에서 갈리는 '확정'과 '검토'

갈등의 핵심은 알래스카 LNG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월 1일 이를 '결정된 과제'로 분류했고 러트닉 장관은 '500억 달러가 넘는 금액'을 거론했다. 그러나 양국 팩트시트에는 '검토 착수 합의'로만 적혀 있고 한국 정부도 투자로 정해진 바는 없다는 입장이다. 개발사 겔파른의 추산만 봐도 총사업비는 445억~545억 달러에 이르고, 경향신문이 전한 전문가 추산은 700억~800억 달러까지 불어난다. 투자 주체로 거론되는 한국가스공사는 47조원의 부채를 이미 안고 있다.

알래스카 리스크 점검수치
겔파런 추산 총사업비445억~545억 달러
전문가 추산 상한(경향신문)700억~800억 달러
한국가스공사 부채47조 원

조건 없는 투자는 보조금이 된다

참여론의 근거도 분명하다. 미국발 LNG 장기공급 계약을 확보하면 중동 의존도를 낮추는 에너지 안보 카드가 되고, 불참 시 비용이 커진다는 트럼프 측의 압박이라는 통상 리스크도 피할 수 있다. 문제는 순서다. 공급계약의 물량과 기간, 지분과 손실 한도가 계약서에 숫자로 못 박히기 전에 투자 규모부터 확정되면 투자가 아니라 보조금이 된다. 관세 10%포인트 절감이 가져올 이득과 알래스카가 묶어둘 자본·부채를 나란히 놓은 계산서가 먼저 공개되어야 한다.


분석 근거: 연합뉴스, 한국무역협회(KITA), BBC 코리아, 조선일보, 중앙일보, 경향신문 보도 및 한미 양국 팩트시트.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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