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건이 몰린 정기국회, 272조 플랫폼 시장에 깔리는 규제의 속도
국회는 지금 두 개의 시계를 돌리고 있다. 하나는 100일 남짓의 정기국회이고, 다른 하나는 작년 한 해 272조 원이 오간 온라인쇼핑 시장이다. 법제처가 1월 국무회의에 보고한 '2026년도 정부입법계획' 123건 중 48건이 9~11월 정기국회에 배정됐다. 그 아래에는 플랫폼 규제 법안이 여럿 깔려 있다. 규제의 양이 아니라 속도가 문제로 지목되는 이유다.
100일에 48건, 심사의 밀도問題
정부입법계획 123건의 배정은 임시국회 75건(61.0%), 정기국회 48건(39.0%)이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은 중점 법안 224건 처리를 공언했다. 9월 개회 후 11월까지 세 달 사이에 정부 법안만 48건이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위원회 심사·법안소위·본회의를 거치는 물량 대비 시간이 빠듯하면, 걸러지지 못한 채 통과하는 조문이 생긴다. 데이터이코노미의 분석은 이 지점을 짚는다. "입법 계획이 드러내는 진짜 메시지는 규제의 양이 아니라 속도"라는 것이다.
| 구분 | 건수 | 비중 |
|---|---|---|
| 2026년 정부입법계획 총계 | 123건 | 100% |
| 임시국회(1~8월·12월) 배정 | 75건 | 61.0% |
| 정기국회(9~11월) 배정 | 48건 | 39.0% |
3조 원의 문턱, 낮아질수록 넓어지는 그물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지배적 온라인 플랫폼의 매출 기준을 4조 원에서 3조 원으로 끌어내렸다.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논문은 이 문턱 조정이 특정 업체를 규제 대상에 편입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과징금 상한은 관련 매출액의 8%다. 시장지배적 지위를 기업별 입증이 아닌 '추정' 방식으로 선회했다는 점도 같은 논문의 지적 대상이다. 규제 대상이 되는 순간 기업이 입아야 하는 입증·법무 비용은 매출 규모와 비례하지 않는다.
EU의 성적표, 벌금은 컸다 — 시장은 바뀌었나
앞서 실험을 끝낸 나라가 있다. EU는 디지털시장법(DMA)을 2024년 3월 전면 시행했다. 결과는 숫자로 분명하다.
| 기업 | 위반 내용 | 과징금 |
|---|---|---|
| 구글 | 검색 자사 서비스 우대 | 8억 9,000만 유로(약 1조 5,000억 원) |
| 애플 | 앱스토어 생태계 제한 | 5억 유로(약 8,109억 원) + 시정명령 |
| 메타 | '동의 아니면 유료' 모델 | 2억 유로(약 3,243억 원) |
다만 벌금 액수와 시장 변화는 별개다. 애플은 대체 앱스토어 설치 건당 0.5유로의 핵심기술수수료로 맞섰고, EU 집행위는 이를 잠정 위반으로 봤다. 에픽게임즈의 EU 복귀처럼 선택권이 넓어진 사례도 있지만, 기업이 '형식 준수'로 대응하면 규제 실효성은 닳는다.
반론 — 티몬·위메프가 남긴 상처
규제를 옹호하는 논리도 만만치 않다. 2024년 티몬·위메프 정산 불능 사태 때 소상공인과 소비자가 떠안은 피해는 시장이 스스로 정리하지 못한 실패의 기록이다. 판매 대금을 운영 자금과 섞어 쓸 수 있었던 구조를 방치한 비용을 결국 외부가 치렀다는 것이다. 규제 반대만으로는 이 대답을 대신할 수 없다.
규제의 가격, 최종 지불자는 누구인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은 성명서에서 회계 분리·PG업 등록 강제·정산 업무 외부 위탁이 플랫폼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부담을 키운다고 밝혔다. 한국무역협회도 플랫폼 경쟁촉진법이 이중 규제로 국내 기업 역차별을 우려했다. 규제 비용은 회계 장부에만 머물지 않고 수수료·가격으로 옮겨 붙는다. 272조 원 시장에서 1%p의 비용이면 2조 7천억 원이다. 100일짜리 입법 일정에 3조 원짜리 그물을 던지기 전에 먼저 답해야 할 산수다.
분석 근거: 법제처 2026년도 정부입법계획(데이터이코노미 단독분석), 국가데이터처(구 통계청) 2025년 연간 온라인쇼핑동향,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공정거래법 개정안 논문, 지디넷코리아·솔트웨어 EU DMA 과징금 보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성명서.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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