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65세, 청년 일자리와 맞바꾸나
한국은 지금 두 개의 시계를 동시에 보고 있다. 하나는 노인 빈곤 시계다. 66세 이상 소득 빈곤율이 39.7%로 OECD 평균의 세 배에 달한다. 다른 하나는 청년 고용 시계다. 15~29세 취업자는 1년 만에 25만5000명 줄어 2021년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여야가 밀어붙이는 '법정 정년 65세' 법안은 이 두 시계를 하나의 톱니바퀴로 묶으려 하고, 그 사이에서 마찰음이 커지고 있다.
소득 크레바스, 숫자로 보면 심각하다
2024년 12월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법정 정년은 60세인데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2033년까지 단계적으로 65세로 올라간다. 이 사이 최대 5년의 소득 공백, 이른바 '소득 크레바스'가 발생한다. 그 결과가 66세 이상 소득 빈곤율 39.7%(OECD 평균 14.4~14.8%)이고, 76세 이상만 떼어 보면 52.0%로 두 명 중 한 명이 빈곤선 아래에 있다. 성별로는 여성 45.3%, 남성 34.0%로 격차도 크다.
정년을 늘리면 청년 자리가 준다는 계산
헤럴드경제가 인용한 분석에 따르면 고령 근로자 고용이 1명 늘 때 청년 고용은 약 0.2명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된다. 법정 정년을 65세로 일괄 연장하면 기업의 추가 인건비 부담이 연간 30조2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도 나온다. 이는 25~29세 청년 약 90만명을 신규 채용할 수 있는 규모와 맞먹는다. 같은 시기 청년 고용률은 43.8%로 25개월 연속 하락했고, 청년 확장실업률은 16.6%까지 올라가 있다.
방식이 다르면 결과도 다르다
| 구분 | 법정 정년연장 | 계속고용제도 |
|---|---|---|
| 결정 주체 | 법으로 모든 사업장 일괄 강제 | 기업이 재고용·연장·폐지 중 선택 |
| 임금체계 연동 | 별도 개편 없이는 인건비 경직 | 재고용 시 임금 재설계 여지 |
| 청년 채용 여력 | 신규 채용 위축 우려 큼 | 기업 판단에 따라 여력 확보 가능 |
정책 방향은 2028년 또는 2029년부터 2년마다 정년을 1세씩 올려 2036~2037년 65세에 도달하는 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년연장특별위원회는 2026년 하반기 국회에서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반론도 있다
노동계는 정년연장이 늦어질수록 소득 크레바스에 빠지는 은퇴자 수만 누적된다고 본다. 이미 국민연금 수급 연령이 65세로 확정된 이상, 정년을 그대로 두는 것이야말로 제도 간 불일치를 방치하는 것이라는 논리다. 실제로 76세 이상 빈곤율이 절반을 넘는 상황에서 소득 공백 해소를 늦출 명분은 약하다.
시장이 먼저 답을 낼 여지를 남겨야 한다
노인 빈곤과 청년 실업은 둘 다 실재하는 위기이지, 어느 한쪽이 과장된 프레임이 아니다. 다만 법정 정년을 모든 사업장에 일률적으로 강제하는 방식은 임금체계 개편이라는 전제 없이는 기업의 신규 채용 여력을 그대로 갉아먹는다. 계속고용제도처럼 기업이 재고용·임금 재설계를 스스로 선택할 여지를 넓히는 쪽이, 정부가 일정표를 정해 밀어붙이는 쪽보다 청년과 고령층 양쪽의 손실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
분석 근거: 헤럴드경제, 파이낸셜뉴스, 국가데이터처(통계청), 뉴스스페이스·데이터솜(OECD 노인 빈곤율 보도).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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