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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7000 시대, 개미의 빚이 먼저 불었다

류근웅류근웅 기자· 2026. 9. 19. AM 11:05:58· 수정 2026. 9. 19. AM 11:06:06

지난 17일 오전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브리핑의 주제는 상승장이 아니라 '빚'이었다. 코스피가 이달 사상 처음 종가 7,000선을 넘긴 마당에, 감독관은 개미의 레버리지를 걷어내겠다고 말했다. 이세훈 금감원 선임부감독관은 국내 자본시장에서 레버리지 기반 투자가 크게 늘었다고 짚고, 과도한 레버리지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지수 최고점과 강제청산 경고가 같은 주에 나온 셈이다.

열다섯 살 계좌로 샌 빚투

가장 충격적인 숫자는 미성년자에게서 나왔다. 미성년자 계좌의 미수거래 잔고는 차단 전 약 2억원까지 불어났고, 조선비즈에 따르면 미성년 '빚투'는 반년 새 2.5배 늘었다. 연합뉴스는 1억 원 이상 주식을 보유한 미성년자가 5,400명으로 1년 새 92.9%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부모가 아이 이름으로 만든 계좌를 빌려 증거금 없이 주식을 사는 통로가 현실에서 작동했던 것이다. 미래에셋·삼성·KB·신한 등 대형 증권사는 9월 들어 잇달아 미성년자 미수거래를 차단했다.

신용융자 33조, 3거래일 만에 다시 부풀다

성인 시장의 레버리지도 다시 부풀고 있다. 코리아헤럴드에 따르면 신용융자 잔고는 16일 기준 33조 700억원으로, 11일 32조 2,600억원에서 3거래일 연속 늘어 8,086억원이 쌓였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규제로 한차례 줄었던 잔고가 최근 수개월간 되돌아온 것이다.

지표수치비고
신용융자 잔고(9/16)33조 700억원3거래일 연속 증가
9/11 대비 증가분+8,086억원32조 2,600억원에서
미성년자 미수거래 잔고약 2억원증권사 차단 전 급증
1억 원 이상 보유 미성년자5,400명1년 새 92.9% 증가
하루 반대매매(6월)1,662억원올해 최대 규모

6월의 경고, 하루 1,662억 원 청산

빚투의 결말은 이미 시연됐다. 조선일보와 뉴스1 보도로 6월 변동성 장세에서 하루 반대매매가 1,662억 원에 달해 올해 최대를 기록했다. 신용융자는 증권사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것이고, 담보 가치가 떨어지면 증권사가 보유 주식을 강제로 팔아 회수한다. 투자자는 손절 시점을 스스로 정할 수 없다. 계약이 허용한 강제 청산이며, 6월의 1,662억 원은 그렇게 사라진 개미 계좌의 합이다.

규제는 늦었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금감원이 이번에 내놓은 카드는 네 가지다. 미성년자 신용·미수거래 제한, 고령 투자자 확인 절차 강화, 투자자에게 반대매매 시점과 손실 규모를 미리 보여주는 시뮬레이션, 반대매매 사전 통지 절차 개선이다. 빚을 내 투자하는 것 자체는 개인의 자유다. 그러나 손실 가능성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은 레버리지 상품 판매는 정보 비대칭이지 자유가 아니다. 손익 계산을 사전에 제시하도록 하는 것은 시장 개입이 아니라 계약의 투명성을 세우는 일이다.

"자기책임 투자를 옥죈다"는 반론도 있다

규제 확대가 투자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론은 공정한 논거를 갖고 있다. 업계는 당국 지시 전에 이미 미성년자 미수거래를 스스로 막았고, 자율 규제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투자 손실의 최종 책임이 개인에게 있는 이상, 확인 절차가 늘어나면 책임 있는 투자자의 거래만 느려진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금감원도 구체안은 금융위와 조율 중이라며 아직 최종 단계는 아니다.

상승장에서 레버리지를 걷어내는 결단은 인기 없는 편에 속한다. 그러나 6월의 1,662억 원은 지수가 아니라 누군가의 계좌에서 빠져나간 돈이었다. 이번 조치의 성패는 빚 규모를 얼마로 묶느냐가 아니라, 투자자가 감당할 손실을 미리 보게 했느냐로 판가름한다. 7,000 시대에 개미가 빚이 아니라 이익으로 시장에 남느냐는 바로 그 지점에서 갈린다.


분석 근거: 코리아헤럴드, 연합뉴스, 조선일보·조선비즈, 전자신문·뉴시스 보도 및 금융감독원 브리핑 공개 자료.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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