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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가 공급을 이기지 못하는 회사, 화웨이—규제가 키운 경쟁자

류근웅류근웅 기자· 2026. 9. 24. PM 3:05:07· 수정 2026. 9. 24. PM 3:05:17

화웨이가 일주일 사이에 AI 칩 11종을 내놓고 "새 세대를 매년 출시하겠다"고 선언했다. 순환 회장 에릭 쉬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내 AI 칩 수요가 공급을 크게 초과한다고 밝혔고, 해외 판매 확대는 내수를 다 채우지 못해 보류했다고 말했다. 수년 전 미국 제재로 숨통이 조였다는 회사가, 이제는 만들어도 만들어도 모자라는 회사가 됐다.

95%에서 40%로, 엔비디아가 내준 중국

숫자가 규제의 성적표다. 조선일보가 6월 중국 시장을 추산한 바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점유율은 한때 95%까지 장악했던 수준에서 약 40%로 떨어졌고, 화웨이가 역전 국면에 들어섰다. AI타임즈와 이데일리는 올해 화웨이의 AI 칩 판매가 60% 늘어 중국 시장 1위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 금지가 남긴 빈자리를 고스란히 국내 업체가 채운 셈이다. 시장을 막으면 시장은 우회로를 만들고, 그 우회로에 다른 경쟁자가 자리 잡는다.

'매년 세대 교체' 선언의 무게

이번 발표에서 주목할 것은 속도다. 화웨이는 어센드 960DT 출시를 2027년 1분기로 당겼고, 970은 2028년, 980은 2029년으로 로드맵을 못 박았다. 닛케이아시아는 이번 행사에서 공개된 칩이 11종에 이른다고 전했다. 1만5천여 개 칩을 광통신으로 묶는 아틀라스 클러스터 발표도 함께 나왔다. 세대 교체 주기를 엔비디아처럼 1년으로 맞추겠다는 것은 기술 자신감의 표현이자, 중국 내수가 그 속도를 감당할 만큼 커졌다는 방증이다.

남은 퍼즐은 메모리다

AI 칩의 성능은 HBM(고대역폭 메모리) 없이 완성되지 않는다. 여기서 한국의 이해가 걸린다. ZDNet Korea 보도에 따르면 중국 창신메모리(CXMT)는 18나노급 공정으로 HBM2E 양산에 진입했고, 화웨이에 HBM3 샘플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핍 등의 분석은 여전히 삼성전자·SK하이닉스보다 2~3세대 뒤라고 본다. 다만 이 격차는 몇 년 전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수준까지 좁혀진 결과이고, 화웨이가 매년 칩을 갱신하는 만큼 메모리 국산화 압력도 같은 속도로 붙는다.

한국은 아직 우위, 그러나 지갑은 한쪽에

한국의 버팀목은 명확하다. 업계 추정을 인용한 국내 보도 기준, 2026년 엔비디아 공급분 HBM에서 SK하이닉스 63%, 삼성전자 24%, 마이크론 17%다.

공급업체HBM 점유율(2026년, 엔비디아 공급 기준)
SK하이닉스63%
삼성전자24%
마이크론17%

문제는 이 매출이 엔비디아 생태계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화웨이가 어센드로 중국 시장을 소화하고 CXMT가 여기에 HBM을 붙이는 구조가 자리 잡으면, 한국 HBM의 성장 한계는 미국 발 수요에 갇힌다. 반론도 분명하다. 미 의회는 H200 대중 수출 허용에 강하게 반발했고, 군사 전용 우려는 기우가 아니다. 규제 완화가 안보 리스크와 맞바꾸는 거래라는 비판은 정당한 논점이다.

그렇다 해도 이번 주 화웨이의 발표가 보여주는 사실은 단순하다. 규제는 상대의 기술을 멈추지 못했고, 대신 상대에게 보호된 시장을 줬다. 한국이 취할 수 있는 대응은 규제를 더 거는 것이 아니라, 격차가 살아 있는 동안 그 격차를 벌리는 것이다. HBM 투자 속도가 곧 답이다.


분석 근거: 로이터(Reuters), 닛케이아시아(Nikkei Asia), 연합뉴스, 조선일보, AI타임즈, ZDNet Korea 보도.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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