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원전 하도급 협상 깨진 4대 쟁점은 무엇인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시공 컨소시엄(이하 시공단) 간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주설비공사 하도급계약 협상이 1년 6개월 만에 최종 결렬됐다. 한수원은 2026년 10월 29일 계약 협상을 끝내고 시공단 교체를 추진했다. 양측은 계약 결렬의 책임 소재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가장 큰 충돌 지점은 계약 방식이다. 총액확정계약은 공사 시작 전에 전체 공사비를 미리 정해두고, 이후 자재비 상승이나 물량 증가가 발생하더라도 시공사가 그 위험을 떠안는 방식이다. 반면 단가계약은 품목별 단가만 정해두고 실제 투입된 물량을 나중에 정산해 주는 구조다. 한수원은 2022년 최초 입찰 당시 시공단이 직접 총액확정계약을 제안해 합의했으며, 국제건설계약 표준(FIDIC)은 물론 국내 원전과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에서도 모두 이 방식을 적용했다고 주장한다. 이미 한국전력기술, 두산에너빌리티 등 팀코리아 협력사와 총액확정 방식으로 계약을 마친 상태에서 시공계약만 예외를 두면 사업비 증가 리스크를 한수원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는 논리다. 한수원은 최초 입찰 당시 시공단에 위험예비비를 포함해 가격을 산정하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시공단은 이에 반박한다. 체코 원전은 세계 최초로 건설되는 APR1000 노형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참조 발전소가 다수 있는 APR1400 기반 UAE 원전과 달리 기본설계조차 완료되지 않아 공사 물량 변동성이 크다는 것이다. 설계 권한이 없는 시공 하도급사에 설계 변경 리스크까지 부담시키는 것은 국제표준 계약조건인 FIDIC 레드북 기준에도 어긋난다고 시공단은 주장했다. 시공단은 입찰 당시 한수원이 위험예비비를 일괄 반영할 테니 견적에서 제외하라고 요청해 놓고 입장을 바꿨으며, 협상 과정에서는 입찰 당시보다 늘어난 물량을 제시하면서도 계약 총액은 그대로 유지하라며 단가 인하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플로우다운 논란과 시공 역량 공방
주계약 조건 반영 문제에서도 온도차가 컸다. 해외 대형 건설사업에서는 원청 EPC 사업자가 발주처와 맺은 주계약 의무를 하도급 계약에 내려보내는 플로우다운 조항을 둔다. 한수원은 주계약상 의무와 책임의 일관성 확보를 위해 시공 분야 기본 역무를 시공계약에 반영하려 했으나 시공단이 거부했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최종 입찰 이후 추가 확인된 조 단위 역무에 대해 외부 전문기관 검증을 거쳐 시공비를 증액해 제시했으므로 부당한 리스크 전가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시공단은 한수원 설계 오류를 시공단이 발견하지 못하면 시공단 책임으로 간주하는 조항, 발주사가 부지를 제때 매입하지 않아 공사가 지연돼도 간접비를 보상하지 않는 조항 등이 강요된 '독소조항'이라고 맞섰다. 시공단은 추가 역무 증액분이 실제 견적 금액의 40%에도 미치지 못했다고도 반박했다.
한수원은 본계약 체결 후 15개월간 최고경영자(CEO) 면담 2회, 실무회의 78회, 이견조정위원회 11회 등 협상을 거쳤다고 밝혔다. 시공단은 한수원이 10월 7일에야 새로운 경영진 제안을 처음 제시한 뒤 3주 만인 29일을 마감 시한으로 일방적으로 정했다고 반발했다. 시공단은 유럽 원전 시장의 규제와 인허가 리스크를 검토하기에 3주는 불가능한 기간이었으며, 협상 시한 연말 연장 요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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