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패권 정점에서, 중국은 다른 판을 짠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지금 엔비디아 차세대 GPU '루빈'에 들어갈 HBM4를 놓고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런데 같은 시각 중국은 광트랜시버 시장 60%를 이미 장악했고, 노광장비 국산화까지 밀어붙이고 있다. 한쪽은 정점에서 웃고 있고, 다른 한쪽은 그 정점 바로 아래 지형을 통째로 바꾸는 중이다. 이 둘은 사실 같은 전선이다.
HBM4, 지금은 명백히 한국의 시간이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 5000억 달러(약 722조원) 이상 규모로 평가되는 초대형 협력 관계를 맺었고, 대형 하이퍼스케일 고객사 10곳과 장기 공급 계약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김재준 부사장은 올 하반기 HBM4 매출이 전체 HBM 매출의 60%를 넉넉히 넘어설 것이라고 언급했다. UBS는 SK하이닉스의 루빈 플랫폼 HBM4 점유율을 시장 예상치(50~54%)를 웃도는 약 70%로 추산했는데, 이는 외부 추정치일 뿐 회사가 직접 확인한 수치는 아니다. 확실한 건 두 회사 모두 HBM4 공급량과 가격을 대외비로 관리할 만큼 협상력을 쥐고 있다는 사실이다.
엔비디아도 마진을 양보하고 있다
푸본리서치 분석에 따르면 HBM4 원가는 GB당 31~32달러로 HBM3E(17~18달러)의 약 두 배다. 엔비디아 이외 GPU·ASIC 업체들은 GB당 35~36달러까지 지불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럼에도 루빈의 예상 단가는 7만8000~8만 달러로 오르고 매출총이익률은 75~80%대를 유지할 전망이라, 원가 상승분을 고스란히 가격에 반영할 여력이 있다.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는 관련 업계 영업이익이 2026년 657조원에서 2027년 941조원으로 43%가량 늘어날 것으로 본다. HBM 원가 협상의 주도권이 공급사 쪽에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중국은 다른 층위에서 이미 이겼다
AI 데이터센터의 또 다른 핵심 부품인 광트랜시버 시장에서 중국 기업 중제쉬촹은 2025년 매출 382억 위안(약 8조원, 전년 대비 60% 증가), 신이성통신기술은 248억 위안(약 5조2000억원, 2.9배 증가)을 기록하며 시장 점유율 60%를 확보했다. 상하이 아이싱나는 독자 개발 DUV 노광장비 양산에 들어가 연내 5대, 2027년까지 20대 생산을 목표로 잡았고, 선전 연구소는 전직 ASML 엔지니어들을 영입해 EUV 시제품을 시험하고 있다.
| 항목 | 한국 | 중국 |
|---|---|---|
| 우위 영역 | HBM4 (엔비디아 루빈용) | 광트랜시버, DUV 국산화 |
| 시장 점유율/규모 | SK하이닉스 루빈용 약 70%(UBS 추정) | 광트랜시버 시장 60% |
| 최근 성장 근거 | HBM 매출 비중 60%↑(삼성 언급) | 중제쉬촹 매출 전년비 60%↑ |
균형을 위한 반론 — 우위는 영구적이지 않다
한국의 HBM 독주를 과장할 필요는 없다. 상류 광부품은 여전히 브로드컴·마벨·루멘텀 등 서방 기업이 쥐고 있고, 미국 FCC는 데이터 유출 우려로 중국산 광트랜시버 수입 금지를 검토 중이라 중국의 60% 점유율도 서방 규제 한 번에 흔들릴 수 있다. 반대로 한국 역시 안심할 처지는 아니다. 글로벌 인듐 생산의 70%를 쥔 중국이 2025년부터 수출 허가제를 강화하면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조달 비용이 오를 위험이 한국에도 그대로 넘어온다.
그래서 이 우위는 얼마나 갈까
HBM4의 고마진 구간은 루빈 양산 초기의 병목 국면에서 나온다. 병목이 풀리고 중국이 자국산 노광장비로 성숙 공정 자립도를 높이는 순간, 협상력의 무게중심은 소재·장비 쪽으로 다시 옮겨갈 수 있다. 한국이 지금 벌어들이는 이익을 다음 세대 패키징·소재 기술과 인듐 등 원료 다변화에 재투자하지 않는다면, 정점은 한 사이클로 끝날 수 있다. 지금의 호황은 실력의 증명이지 지위의 보장이 아니다.
분석 근거: 글로벌이코노믹, 머니투데이, 그리니드, 전자신문, 데일리안(뉴데일리) 보도 및 UBS·푸본리서치·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 자료.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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