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2500억 AI 구독권 실험, 서울에선 56억이 막혔다
국가는 내년 국민참여예산 3010억 원 중 2500억 원을 '전 국민 AI 활용'에 쏟아부으면서 AI 사용료를 세금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같은 주에 서울시는 50만 청년에게 AI 이용권을 주는 시범사업 예산 56억 원을 시의회 상임위에서 전액 삭감당했다. 같은 정책을 두고 국회와 지방의회가 다른 판정을 내린 셈이다.
3010억 중 83%가 AI 한 곳으로
기획예산처가 9월 3일 국회에 제출한 2027년 예산안에서 국민참여예산은 21개 사업 3010억 원이다. 2018년 제도 도입 뒤 최대 규모다. 가장 큰 단일 사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전국민 AI 서비스 보편적 활용 지원'으로 2500억 원, 전체의 83%가 한 건에 몰려 있다. 교육부의 대학생 AI 공동구독 지원 199억6000만 원까지 더하면 참여예산의 90% 가까이가 AI와 관련된다.
| 구분 | 2026년 | 2027년(안) |
|---|---|---|
| 사업 수 | 9개 | 21개 |
| 규모 | 137억 원 | 3010억 원 |
| 증가 폭 | — | 22배(2873억 원) |
부처 요구는 43개 사업 3813억 원이었고, 600여 명으로 두 배 늘어난 국민참여단 투표로 21개가 살아남았다. 절차는 통과했지만 결과물은 사실상 'AI 예산 투표'였다.
청년 10명 중 9명은 원한다
수요 데이터는 분명하다. 서울시가 지난달 청년 6114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청년 AI 사다리' 참여 희망 응답은 86.7%(매우 그렇다 53.9%, 그렇다 32.8%)였다. 청년들이 꼽은 최우선 지원은 교육이 아니라 이용권이었다.
| 수요조사 항목(복수응답) | 응답 비율 |
|---|---|
| AI 이용권 제공 | 71.8% |
| AI 활용법 교육 | 51.3% |
| AI 공인 자격 취득 | 35.8% |
| 상황별 프롬프트 팩 | 34.8% |
삭감된 56억의 논리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균형위원회는 10월부터 석 달간 시범사업을 추진할 56억2500만 원 추가경정예산을 지원 범위·서비스 방식·사업 준비 미비를 이유로 전액 삭감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름보다 사업 설계가 먼저'라는 입장이다. 탓이 없지 않다. 서울시는 사업자 선정도 입찰에 맡기고 여러 기업의 AI를 고를 수 있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만 밝혔다. 설계 없이 배포만 서두르면 이용권은 쓰이지 않고 만료되는 쿠폰이 된다.
바우처의 승부처는 선택권이다
이용권 방식 자체는 정부가 특정 업체를 골라 키우는 것과 다르다. 소비자 개인에게 구매력을 주고 시장이 경쟁하게 만드는 설계로, 산업 정책보다 시장에 가깝다. 조건은 투명성이다. 입찰과 선정이 특정 사업자에 쏠리면 세금 2500억 원이 한 기업의 매출 보조금으로 변질된다. AI 사용 습관을 만드는 몫은 정부가, 그 습관을 생산성으로 바꾸는 몫은 개인과 기업이 나눠 갖는다.
국고의 전국민 AI 지원은 이제 국회 심사를 앞두고, 서울의 시범사업은 이번 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본회의에서 재심사된다. 두 실험 중 어느 쪽이 사용량으로 증명되느냐에 따라 'AI 복지'가 내년 예산의 고정 항목이 될지, 설계 논쟁만 남을지가 갈린다.
분석 근거: 전자신문(2026-09-07 국민참여예산·서울 청년 AI 사다리 수요조사 보도), KBS, 뉴시스, 더팩트, 문화일보 보도 및 기획예산처 2027년도 예산안 발표.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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