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 반도체 패권 전쟁의 새 방아쇠
반도체 전쟁의 전선이 파운드리에서 광산으로 옮겨갔다. 미국이 첨단 로직·메모리 칩에 수출통제를 걸자, 중국은 그 칩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희토류로 되받아쳤다. 무기는 달라졌지만 문법은 같다 — 공급망의 목을 쥔 쪽이 이긴다.
중국은 미국의 규제 방식을 그대로 베꼈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희토류 수출통제를 대폭 강화하며, 희토류를 0.1% 이상 함유한 제품까지 수출 전 베이징 승인을 받도록 했다. 통제 대상도 14나노 이하 로직칩과 256단 이상 메모리 생산에 쓰이는 품목으로 못박았는데, 이는 미국이 대중 반도체 장비·기술 수출을 막을 때 쓴 기준선과 사실상 같은 구조다. 중국이 미국의 수출통제 설계도를 그대로 가져다 희토류에 적용한 셈이라고 오마이뉴스는 짚었다. 여기에 미국의 희토류 자립을 이끄는 MP머티리얼즈와 USA레어어스까지 중국의 수출통제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이번 다툼이 산업 마찰을 넘어 자원 안보 대 자원 안보의 정면충돌로 번졌다.
넥스페리아 사태가 보여준 공급망의 급소
네덜란드 정부가 중국 원타이테크 소유의 반도체 기업 넥스페리아 경영권을 사실상 강제로 접수하자, 중국은 넥스페리아의 중국 내 생산분 수출을 막는 식으로 맞섰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흔들리면서 유럽 완성차 업계까지 파장이 미쳤고, 이 갈등은 지난해 10월 말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 합의로 봉합 국면에 들어섰다. 미국이 예고했던 100% 관세 계획을 철회하고 중국이 희토류 통제를 사실상 유예하는 선에서 정리됐지만, 합의는 휴전이지 해체가 아니다. 통제할 수 있는 법적 틀은 그대로 중국 손에 남아 있다.
한국은 공급망 지도에서 가장 좁은 길목에 서 있다
한국은 희토류 화합물의 61%, 금속의 80%를 중국 수입에 의존한다. 반도체·2차전지·자동차라는 수출 주력 산업 셋이 동시에 같은 병목을 통과하는 구조다.
| 구분 | 대중 수입의존도(금액 기준) |
|---|---|
| 희토류 화합물 | 61% |
| 희토류 금속 | 80% |
미국은 수출통제 동맹 대열에 동참하라 압박하고, 중국은 그 대열에 서는 순간 공급을 죌 수 있는 카드를 쥐고 있다. 관세무역개발원이 이 처지를 '샌드위치 리스크'로 표현한 이유다.
정부는 보조금을 늘렸지만, 진짜 해법은 시장에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희토류 17종 전체를 핵심광물로 지정하고, 2026년 해외자원개발 융자 예산을 전년 대비 285억원 늘린 675억원으로 편성했다. 융자 지원 비율도 50%에서 70%로 올렸고, 희토류 R&D 펀드를 신설해 대체·저감·재자원화 기술 개발을 지원하기로 했다. 방향은 맞다. 다만 예산 확대와 보조율 인상만으로 광산 개발부터 분리·정제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는 없다. 실제 자립을 앞당기는 쪽은 정제 기술을 가진 민간 기업과 호주·베트남 등 대체 공급원과의 장기 계약이지, 보조금 액수 자체가 아니다.
정부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반론도 있다
희토류 정제는 초기 투자비가 크고 회수 기간이 길어 민간 자본만으로는 공급망 다변화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이 2010년 중국의 희토류 금수 이후 정부 주도로 렌조 프로젝트 등에 장기 투자해 의존도를 낮춘 전례는, 시장에만 맡겨서는 국가 단위 자원 무기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근거로 제시된다. 이 논리가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정부 지원이 실제 생산 능력으로 이어지는지, 아니면 예산 소진에 그치는지는 별개 문제이며 성과로 검증해야 할 몫이다.
중국이 통제 카드를 다시 꺼내는 데는 법 개정도, 정상회담도 필요 없다. 이미 만들어둔 licensing 틀을 다시 가동하면 그만이다. 한국이 손에 쥔 시간은 지난해 10월 트럼프-시진핑 합의가 벌어준 유예 기간뿐이며, 그 기간에 실제로 줄어드는 것은 의존도 숫자여야지 보도자료 건수가 아니다.
분석 근거: 한국일보, 더구루, 오마이뉴스, Al Jazeera, Automotive Manufacturing Solutions, 글로벌이코노믹, 관세무역개발원(KCTDI),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머니투데이.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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