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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절반이 반도체…나머지 절반은 세금으로 문 닫는 중

류근웅류근웅 기자· 10/3/2026, 5:05:45 PM· Updated 10/3/2026, 5:51:09 PM

한국 수출이 지금 두 개의 얼굴을 하고 있다. 하나는 산업통상자원부가 10월 1일 발표한 9월 수출 1,209억 달러, 월간 기준 사상 최대치다. 반도체 수출은 603억 달러로 처음으로 600억 선을 넘겼고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달한다. 다른 하나는 같은 시기 여수와 대산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국내 최대 석유화학 단지의 나프타분해설비가 시장 압력이 아니라 정부 지원금과 맞바꿔 가동을 멈추고 있다. 숫자가 높게 뛰는 만큼, 그 밑에서 조용히 빠져나가는 산업의 규모도 크다.

석유화학, 시장이 아니라 지원금이 문을 닫는다

2025년 12월 당정협의체는 여수·대산·울산 3개 석유화학 단지의 구조개편에 착수했다. 첫 성과는 2026년 2월. 금융위원회와 산업부는 롯데케미칼의 110만 톤 규모 NCC(나프타분해) 설비 가동중단을 골자로 하는 사업재편 1호 프로젝트를 승인하고 금융·세제·원가 등 2조 1,000억 원 이상의 지원 패키지를 붙였다. 7월 22일에는 여수가 2호로 이어졌다. 여천NCC와 롯데케미칼의 재편안에 금융 지원, 고용 안정, 산업 고도화 340억 원 등 7,000억 원 규모 패키지가 따라붙었다. 정부가 보는 감축 가능 규모는 최대 370만 톤. 감가상각도 끝나지 않은 설비를 끄는 결정에 세금과 금융이 함께 움직인다는 점이 이 구조조정의 본질이다.

구분반도체석유화학
9월 수출603억 달러(사상 첫 600억 돌파)—
정부 개입없음대산 2.1조 원 + 여수 7,000억 원
핵심 변화수출 비중 약 절반으로 확대NCC 최대 370만 톤 감축 추진

여수의 숫자: 고용 16.4%, 전력 17.3%가 사라졌다

호텔 신축 공사가 아니라 산단의 심장이 멎는 일이라는 걸 여수 통계가 보여준다. 여수시의회가 2026년 8월 공개한 자료 기준으로 여수 국가산업단지 고용은 전년 대비 16.4% 줄었고 산업용 전력 사용량도 17.3% 감소했다. 롯데케미칼 기초화학 부문은 2025년 1분기 1,077억 원, 2분기 2,161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뒤에야 감축 카드를 꺼냈다. 적자를 버티던 기업이 마지막에 받은 처방전은 공급 과잉 설비를 끄는 것이었고, 그 처방전 값의 상당 부분을 금융과 세제가 부담한다.

반도체 비중 '절반', 축복과 경고 사이

6월 월간 수출이 사상 처음 1,000억 달러를 넘기고 상반기 누적 수출이 4,967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8.4% 늘었다. 반도체가 견인한 숫자다. 문제는 속도가 아니라 구조다. 단일 품목이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경제는 그 품목이 흔들릴 때 성장률·세수·고용이 함께 흔들린다. 코스피가 7,000선을 넘긴 것도 같은 결의 다른 면이다. 시장이 반도체에 걸린 판돈이 커질수록, 반도체 밖의 제조업이 차지하는 자리는 상대적으로 좁아진다.

울산의 계산: 빨리 줄인 회사가 돈을 받는다

정부의 원칙은 분명하다. 감축에 참여하는 기업에만 맞춤 지원을 하고 무임승차 기업은 배제한다. 그 결과 울산은 지금 지원 밖에 있다. 대산과 여수가 잇달아 승인을 받는 동안 울산은 감산 규모와 설비 통폐합을 둘러싼 이해관계 정리에 실패해 재편안조차 내놓지 못했다. 지역 언론이 '3호 늑장 결정을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냉정하게 보면 이것은 설계된 결과다. 지원을 먼저 받은 단지가 있어야 나머지가 협상장에 빨리 돌아온다. 다만 지원 경쟁이 단지 간 이전(轉移)으로 흐르면 전체 감축 규모는 그대로인데 특정 지역의 고용만 깎이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은 정부가 관리해야 할 몫이다.

반론: 석유화학은 이미 다시 오르고 있다

업황 낙관론의 근거도 실재한다. 롯데케미칼은 대산 NCC 가동률을 70%대에서 83%로 올렸고 2026년 2분기에는 두 분기 연속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중동 전쟁 이후 스프레드가 개선되며 가격 회복이 진행 중이라는 관측도 있다. 반도체 역시 메모리 특성상 현재의 초호황이 영구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의 양극화가 사이클의 한 구간일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수치가 가리키는 방향은 바뀌지 않는다. 반도체가 만든 세수와 무역흑자로 전통 제조업의 퇴장 비용을 사는 구조가 자리 잡았고, 그 비용을 나누는 방식이 지역과 기업의 협상 속도에 따라 갈리고 있다. 반도체 의존도가 절반에 도달한 경제에서 정부가 결정할 일은 호황을 자축하는 것이 아니라, 순환 리스크가 터지기 전에 비용 분담의 규칙을 먼저 정해두는 일이다.


분석 근거: 산업통상자원부 9월 수출입 동향(서울신문·머니투데이 보도), 금융위원회 석유화학 사업재편 1호 승인 보도자료, 여수 사업재편 승인 관련 시사25·헤럴드경제 보도, 울산매일·수도경제 석유화학 재편 보도, 롯데케미칼 실적 관련 더파워뉴스·포린뉴스 보도.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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