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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3.8%의 그늘…골목상권 연체율은 3년 만에 3배가 됐다

류근웅류근웅 기자· 2026/9/18 17:08:41· Updated 2026/9/18 17:08:50

한국 경제가 지금 두 개의 속도로 굴러간다. 한쪽에서는 올해 상반기 국내총생산(GDP)이 3.8% 늘고 1~8월 수출이 52.9% 급증했다. 다른 쪽에서는 지방은행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3년 반 만에 세 배로 뛰어 1%선을 넘었다. 같은 시기, 같은 나라에서 나온 두 기록이 지금 멀어지는 속도가 문제다.

수출의 절반 이상이 반도체 하나에서 나왔다

관세청 집계로 올해 1~8월 누계 수출은 6,935억8,800만 달러, 전년 동기 대비 52.9% 증가했다. 이 증가분의 73.7%가 반도체에서 나왔고,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를 넘었다. 5대 금융지주 산하 연구소들은 올해 성장률을 3.3~3.5%로 제시하며 반도체와 설비투자를 견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같은 연구소들은 반도체가 자본집약 산업이라 고용 유발 효과가 제한적이고, 중간재 수입 의존도가 높아 내수로 흐르는 파급이 작다는 점을 함께 짚었다. 성장의 쏠림이 숫자로 확인되는 대목이다.

지표수치
1~8월 수출(관세청)6,935억 달러 (+52.9%)
수출 증가분 중 반도체 기여73.7%
상반기 실질 GDP 성장률+3.8%
지방은행 자영업자 연체율(6월 말)1.04%

골목의 장부는 이미 빨간색이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 소속 김재섭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부산·경남·전북·광주·제주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2022년 말 0.32%에서 올해 6월 말 1.04%로 올라섰다. 5대 시중은행(0.53%)과의 격차는 같은 기간 0.09%포인트에서 0.51%포인트로 벌어졌다.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 비율은 지방은행 5곳 모두 1%를 웃돌았고(제주 1.50%, 전북 1.34%), 은행권 전체 개인사업자 연체액은 15조2,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4.3% 불었다. 한국신용데이터 집계에서는 2분기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8곳의 소상공인 이익률이 1년 전보다 떨어졌다. 수출 대기업의 호실적이 지역으로 스며들지 못했다는 뜻이다.

시점지방은행 자영업자 연체율5대 은행
2022년 말0.32%0.23%
2024년 말0.73%0.47%
2025년 말0.88%0.49%
2026년 6월 말1.04%0.53%

금리는 다시 오르는 중이다

성장 혜택을 못 받은 쪽에 부담이 겹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9월 16일 기준금리를 3.75~4.00%로 0.25%포인트 올렸고, 2023년 7월 이후 3년 2개월 만의 인상이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5%를 돌파했고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선을 웃돌았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27일 기준금리를 3.00%로 올려 두 달 연속 인상에 나선 상태다. 연구소들이 본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은 2.7~2.8%로 한국은행 목표(2%)를 웃돈다. 금리 인상은 경제 전반에 똑같이 적용되지만, 연 2~3%대에 빌린 5년 혼합형 주담대 차주와 매출 회복이 더딘 자영업자가 감당하는 무게는 다르다. 뉴스1 보도처럼 '정상금리 장기화(normal for longer)'가 현실이 되면 이 온도차는 더 벌어진다.

반론도 있다

성장이 실물이라는 반론은 분명하다. 한국은행은 올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를 4,500억 달러로 전망하고, 연구소들은 반도체 투자 확대가 잠재성장률 자체를 끌어올린다고 본다. 환율 역시 수출 기업의 달러 매도 물량과 경상흑자가 상단을 눌러 준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시총이 석 달 만에 2,000조원가량 증발한 증시 변동성(한국거래소 집계)도 성장의 문제라기보단 금리 환경의 문제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낙수효과가 늦게 올 뿐이라는 시각도 있다.

평균이 아니라 분포를 봐야 하는 시기

다만 연체율 곡선은 기다림의 비용을 정확히 보여준다. 자영업자 매출 부진과 이자 부담이 맞물리면 부실이 지방은행 건전성으로 넘어가는 경로는 이미 열려 있다. 성장률 3%대와 연체율 1%대가 공존하는 경제에서 정책의 기준점은 평균이 아니라 분포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가 말한 'K자형 양극화'라는 진단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6개월 만에 두 배로 벌어진 은행 간 연체율 격차는 지역경제에 실린 시간을 숫자로 보여준다. 수출 호조가 재정여력을 넓혀주는 만큼, 그 여력을 어디에 먼저 쓸지가 다음 몇 분기의 체감경기를 결정한다.


분석 근거: 관세청·금융감독원·한국은행·한국거래소 공개 집계 및 아시아경제·파이낸셜뉴스·뉴스1·뉴시스·연합뉴스 보도.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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