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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1조 슈퍼예산, 진짜 위험은 '국회가 못 보는 38%'

류근웅류근웅 기자· 2026/9/20 19:09:16· Updated 2026/9/20 19:09:25

2027년 정부 예산안은 두 개의 얼굴을 하고 있다. 앞면은 역대 최대 820.9조원, 올해보다 10% 이상 불어난 '슈퍼예산'이다. 뒷면은 그 돈의 상당 부분이 해마다 국회 심사를 거치지 않는 기금 트랙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증세와 빚을 둘러싼 규모 논쟁이 시끄럽지만, 숫자가 가리키는 진짜 위험은 따로 있다.

1300조 청구서에도 반론은 있다

국민일보 보도(9월 7일)에 따르면 적자성 국가채무는 올해 1025조2000억원에서 2030년 1312조3000억원으로 늘어난다. 5년 새 287조원이 쌓이는 그림이다. 다만 이 숫자만으로 파탄을 말하긴 어렵다. OECD 통계(2023년)에서 한국의 일반정부 지출은 GDP 대비 35.2%로 평균 42.6%보다 낮고, IMF가 보는 올해 부채율 54.4%는 미국 125.8%, 프랑스 118.4%와 격차가 크다. 규모 논쟁은 승부가 나지 않는 싸움이다.

위험은 크기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38%'

조선비즈 분석대로 국회 통제를 덜 받는 기금이 전체 예산의 38%를 차지한다. 821조의 38%면 300조가 넘는 돈이 연례 심사 밖에서 움직인다는 뜻이다. 최대 쟁점인 미래대응기금 162조원은 만드는 곳과 운용하는 곳이 모두 기획예산처라는 지적(뉴스핍, 9월 1일)이 나온다. 기금은 편성 때 한 번 정해지면 이듬해 결산에서 뒤늦게 확인된다. 조선비즈는 이 흐름이 이어지면 임기 내 예산 1000조 시대가 온다고 짚었다.

미래기금의 절반은 새 옷 입은 기존 예산

나라살림연구소가 16일 낸 분석에서 '미래'라는 이름을 단 돈의 정체가 드러난다.

구분규모계속(기존) 사업 비중
미래대응기금 전체(사업 기준)45조4000억원52%
청년계정13조3300억원약 3분의 2
성장동력계정14조1600억원65.8%
지방계정10조2700억원신규 9조1000억원(교부세 대체)

전체 사업 45조4000억원 중 23조6000억원은 기존 사업 이관이다. 지방계정의 '신규' 9조1000억원도 지방교부세가 줄어드는 대체재라 실질 확대로 보기 어렵다. 경기변동성이 낮은 아동기본수당 같은 고정 지출도 기금 안에 들어갔다.

집행률 24.9%인 사업에 7925억을 붓는다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이 제출한 자료에서 청년문화예술패스는 2024년 170억원 중 42억4000만원, 24.9%만 집행하고 95억1000만원을 이월했다. 이 사업은 기금으로 옮기며 내년 7925억원으로 불어난다. 기금의 설립 목적이 한시적 투자의 탄력성이라면 내용물은 정반대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큰 재정안정화기금과 작은 사업기금으로 나눠 운용하라고 제안했다.

반론은 성장, 대답은 심사 장치다

여당은 '재정폭주가 아니다'(안도걸, 진일보 9월 6일)라며 적극재정을 옹하고, OECD의 단기 재정지원 권고를 근거로 든다. 실제 OECD 한국경제보고서(7월)는 확장재정이 민간소비 회복을 뒷받침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같은 보고서는 중기 긴축과 세입 기반 정리를 함께 주문했다. 성장이 빚을 갚는다는 논리는 성립 가능하지만, 그 성과를 검증할 절차가 기금 안에 없으면 확인 불가능한 약속으로 남는다. 예산이 커지는 것은 선택의 문제이고, 심사 없이 커지는 것은 법치의 문제다. 내년 살림의 승부는 12월 표결이 아니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기금 운용계획을 얼마나 뜯어보느냐에서 갈린다.


분석 근거: 경향신문·주간경향·국민일보·조선비즈·폴리뉴스·뉴스핍 보도, 나라살림연구소 보고서(2026년 9월 16일), OECD·IMF 통계. 공개 데이터·보고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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