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beTimes
#기술

공무원 챗봇이 국산 NPU의 시험대가 되는 이유

류근웅류근웅 기자· 2026/9/22 9:14:12· Updated 2026/9/22 12:17:20

국산 AI 반도체가 지금 두 개의 문 앞에 서 있다. 하나는 과기정통부가 열어준 공공조달 특전의 문이고, 다른 하나는 정부 품을 벗어난 시장의 문이다. 리벨리온·딥엑스가 '우수연구개발 혁신제품'으로 지정되며 수의계약 자격을 얻은 지 한 달,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은 133억원 규모 'NPU 기반 범정부 AI 서비스 구현' 사업을 발주했다. 공무원이 쓰는 생성형 AI가 국산 NPU의 첫 실전 시험대가 된 셈이다.

조달 60일이 10일로 — 혁신제품 지정의 무게

지난 8월 18일 리벨리온(아톰맥스 카드·서버)과 딥엑스(DX-M1·DX-H1 시리즈)는 과기정통부 '우수연구개발 혁신제품'으로 지정됐다. 지정 제품은 경쟁 입찰 없이 공공기관과 직접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고, 조달 기간은 기존 60일에서 10일 이하로 줄었다. 구매 담당자에게 고의·중과실이 없으면 손실 책임을 묻지 않는 구매면책까지 붙는다. 효력은 기본 3년, 연장 시 최대 6년이다.

항목지정 전지정 후
계약 방식경쟁 입찰수의계약 가능
조달 기간60일10일 이하
담당자 책임일반 원칙구매면책
효력 기간-3년(최대 6년)

제도 설계 자체는 정교하다. 새 기술을 사들이는 담당자의 리스크를 국가가 대신 떠안기로 한 것이다. 문제는 이 에스컬레이터가 언제 끝나는지다.

레니게이드 18대 vs 리벨100 7대 — 숫자로 읽는 실증

NIA 사업의 골격은 구체적이다. 퓨리오사AI 2세대 NPU '레니게이드(RNGD)' 서버는 대당 2억8600만원으로 18대, 리벨리온 '리벨100' 서버는 대당 7억원으로 7대가 제시됐다. 도입 규모는 총 100억4800만원, 사업 기간은 계약 후 180일이며 입찰은 29일 마감한다. 이 서버 위에서 연내 공무원용 생성형 AI '공통챗'이 돌아가고, 업무 수행 AI 에이전트 5종 이상이 개발된다.

NPU 서버대당 가격대수
퓨리오사AI 레니게이드(RNGD)2억8600만원18대
리벨리온 리벨1007억원7대

핵심은 구매가 아니라 비교다. 정부는 학습은 GPU, 추론은 NPU로 분리해 성능과 경제성을 실제 행정 업무에서 검증하고, 이 데이터로 향후 전환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공공 실증이 특혜성 구매로 흐르지 않으려면 이 비교 결과가 공개돼야 한다.

정부 품 밖에서는 이미 점수가 매겨지고 있다

시장의 평가는 이미 시작됐다. 딥엑스는 공인시험에서 외산 GPU 대비 전력 소모를 최대 93% 줄이면서 동등 수준의 객체 탐지 성능을 냈고, 공군 기지 AI 경계감시체계에 NPU를 공급 중이다. 1세대 양산 1년 만에 10여 개국에서 1300만 달러(약 183억원)의 구매 주문을 확보했고, AWS와 함께 클라우드-엣지 연계 배포 환경도 구축했다. 리벨리온은 경남도청과 울산광역시에 아톰맥스 서버를 납품했고, 영국 칼로섬의 이기종 컴퓨팅 연합에 아시아 대표 파트너로 합류했다. 뉴스1은 국산 NPU 육성에 리벨리온에 6400억원, 퓨리오사AI에 4000억원의 벤처자금이 몰렸다고 보도했다. KT클라우드·가비아·삼성SDS·LG CNS가 NPU 서비스를 상용화한 점도 생태계가 정부 수요 이전에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다.

공공 수요는 정당하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부 논리는 설득력이 있다. GPU 중심 인프라는 구축·운영 비용과 전력 소모가 크고 단일 공급망 의존도가 높다는 게 정부 스스로 인정한 리스크다. 공공부문이 초기 수요처가 돼 공급망을 분산하는 동시에 국내 생태계를 키운다는 구상은 기술주권과 안보 관점에서 정당한 정책 도구다. 반대 우려도 분명하다. 수의계약과 면책이 6년짜리 보호막이 되면 가격·성능 경쟁 압력이 약해지고, 자본 시장의 기대(벤처자금 유입)가 실적이 아닌 정책 기대에 겹눌일 수 있다. 뉴스1이 '정부계약 시험대…독자 생존력 입증이 변수'라는제목을 단 것도 같은 문제의식이다.

133억원짜리 실증의 진짜 산출물은 서버 25대가 아니라 GPU와 NPU를 같은 조건에서 견줄 수 있는 운영 데이터다. 그 데이터가 공개되고, 국산 NPU의 성적표가 정부 장부가 아닌 시장 매출로 옮겨 적히는 순간에 이 지원정책은 성공한 것이 된다.


분석 근거: ZDNet Korea(2026.8.18 국산 AI 반도체 공공 조달 채널 확보, 2026.8.26 리벨리온-칼로섬 파트너십, 2026.9.1 딥엑스-AWS 피지컬 AI 배포 환경, 2026.9.14 NPU 기반 범정부 AI 서비스 구현 사업), 뉴스1(2026.9.20 K-NPU 벤처자금, 2026.9.1 K-NPU 정부계약 시험대). 공개 데이터·보도에 근거한 분석입니다.

関連記事